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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가축처럼 일하는 직장인, 어쩌다 회사의 가축이 됐을까

회사의 가축처럼 일하는 직장인, 어쩌다 회사의 가축이 됐을까

  • 기자명 손수영 기자
  • 입력 2017.11.15 16:16
  • 수정 2017.11.1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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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수(가수) 저ㅣ꼼지락)
(강백수(가수) 저ㅣ꼼지락)

"그래 너는 할 때마다 다 됐겠지.
차기 대표님 만세. 금수저 만세.(주니어 중에서)"

이력서를 내는 날에는 미처 깨닫지 못한다, 언젠가 그 손으로 같은 회사에 사표를 내리라는 것을. 입사한 첫날은 모른다, 언젠가 도무지 출근하고 싶지 않아 미칠 것 같은 아침이 오리라는 것을. 즐거운 환영 회식이 끝난 저녁은 알지 못한다. 비밀을 털어놓던 동료와 의지하던 선배가 어느 날부터 숨소리조차 듣기 싫은 ‘화상’이 된다는 사실을.

사축(社畜)이란, ‘회사의 가축처럼 일하는 직장인’을 뜻한다. 일본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유행하게 된 이 단어는 주인에게 길들여진 가축처럼, 직장인은 회사에 길들여졌다는 자조를 담은 말이다. 우리나라의 직장인들 역시 크게 공감했던 것일까. ‘사축’이라는 키워드는 소개된 즉시 각종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오르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축일기'는 사축들이 겪고 있는 현실을 한마디로 ‘웃프게(웃기면서도 슬프게)’ 보여주는 글을 담은 책으로 회사생활에서 생기는 고충을 주로 이야기한다. 세상 모든 ‘을’들의 ‘지금’을 시처럼 혹은 노래가사처럼 길지 않은 분량으로 톡톡 튀면서도 어둡지 않게 이야기하면서, 독자들에게‘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라는 공감과 위로, 연대감을 갖게 해준다.

"그렇게 세탁기에 잔뜩 우겨 넣은 빨래처럼 엎치락뒤치락하며 회사에 도착하면 유리문에 비친 내 모습은 이게 출근하는 꼴인지 야근하다 퇴근하는 꼴인지('9호선' 중에서)"

"사장한테 깨진 부장은 팀장한테 지랄이고 부장한테 깨진 팀장은 대리한테 지랄이고 팀장한테 깨진 대리는 나한테 지랄인데 대리한테 깨진 나는 왜 엄마한테 지랄일까 도시락통에 엄마가 보내주신 무말랭이를 담다가 어제 엄마 전화를 그 따위로 받은 내가 너무 미워진다.('도시락을 싸다가' 중에서)"

"어부 산티아고는 바다에 나간 지 30일째 되던 날 ‘급여일’에 도착했다. 그날 오후 그는 낚시를 쳤고 마침내 ‘급여’라는 이름의 청새치 한 마리를 만나게 된다. 녀석을 잡는 일은 사투에 가까웠다. 그는 끝내 싸움에서 승리하고 녀석을 보트에 매달았다. 여자친구와의 데이트, 부모님 선물, 갖고 싶었던 플레이스테이션을 상상하며 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의 보트에 달린 급여를 상어 떼들이 노리고 있었다. 어느 밤, 상어 떼들이 그의 급여를 습격했다."

"집 주인 아줌마가 방세 50만 원
전기세 수도세 가스비 10만 원
관리비 5만 원
한국장학재단에서 학자금 대출금 25만 원
통신사에서 휴대폰 요금 10만 원
헬스장에서 운동비 10만 원
은행에서 후불교통카드 10만 원
큰맘 먹고 산 노트북 할부금 10만 원

앙상해진 급여와 함께 집에 돌아왔지만
누구도 그가 얼마만큼의 급여를 잡았는지 알지 못했다.
통장에만 작은 흔적이 남았을 뿐이었다.
그는 깊은 잠에 들었다.('사원과 바다' 중에서)"

서울시정일보 손수영 기자 hmk06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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