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정일보=박용신기자의 풀잎편지] 갑자기 퇴근길(어제 오후, 6시15분), 비가 내렸다. 장대비가 쏟아졌다. 인사동 사거리가
물바다가 되어 도랑물이 내려갔다. 사람들이 잠시 비를 피해 가게 처마에 옹기종기 모여 섰다.
안국동 쪽, 초입에 개구리인지, 청개구리인지, 석와(石蛙)가 도망도 안 가고 비를 맞고
있다. 어린 시절, 양수리 살던 때, 비가 쏟아지면 초가집 댓돌, 봉당으로 청개구리가 뛰어 들어 비를 피하곤 했는데, 갑자기 어머니가 보고 싶어졌다.
"뚜우우, 뚜우, 뚜우웅." 신호는 가는데 전화는 안 받으신다.
<옛날에 죽어라 말도 안 듣고 무엇이든 어머니 말씀에 반대로만 하는 청개구리 아들이 있었다. 나이가 들어 임종을 맞은 어머니는 청개구리 아들에게 "아들아 내가 죽으면 꼭 개울가에다 묻어 다오" 간곡하게 유언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청개구리 아들은 그 동안 불효를 후회하며, 마지막 어머니 말씀은 들어드려야지, 어머니를 개울가에 묻어 드렸다.>
비가 내린다. 장대비가 내리는데, 개울가 어머니의 무덤이 떠내려 간다. "개골 개골 깨꼴" 아무리 울어도 어쩔 수가 없다. 이제와서 울어 본들 무슨 소용인가.
한 참만에 어머니가 전화를 받으신다. "아범, 밥은 먹은 겨?" 대뜸, 그렇게
말씀하셨다.
비오는 날, 당신의 어머니는 안녕하신가? 전화 한 번 드려
보세요.
지금도 비가 오면 "개골, 개골, 개골" 청개구리가 민감하게 울어댄다.
서울시정일보
논설위원/문화부 기자, 팸투어/여행문학가
백암 박용신의 "풀잎편지" (Photo Healing Essay)
2017.7.6.인사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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