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시로 본 세계, 슬로베니아 [포스토이냐 동굴]

시로 본 세계, 슬로베니아 [포스토이냐 동굴]

  • 기자명 김윤자 기자
  • 입력 2013.04.17 07:27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포스토이냐 동굴
-슬로베니아 문학기행

김윤자

누군가 나에게
슬로베니아가 어떤 나라더냐고 묻는다면
거기 포스토이냐 동굴이 있더라고 대답하리라
이제 겨우 눈뜬 아기 나라
지도에도 잘 표시되지 않는 가냘픈 땅에
추위와 어둠을 뚫고 일어선
지하의 완벽한 세계
그곳에서 무엇을 보았느냐고 묻는다면
인간의 장엄한 겸손을 보았노라고 말하리라
이십일 킬로, 세계에서 두 번째 긴 굴속을
기차가 달려 동굴 석벽 사이를 지날 때
석순은 고요히 머리칼 하나 건드리지 않는데
알아서 스스로 목을 낮추는 사람들
굴 가운데 한 시간을 걸으며
거대한 심벌 석주를 본 것보다
생명을 부여받아 알을 낳는 물속 돌덩이가
눈이 어두워 자신의 알을 먹고 산다는
휴먼 피쉬를 만난 것보다
더 아름다운 광경은, 레일 위에서
세계인이 하나로 낮아지는 뜨거운 순수더라고 전하리라
저작권자 © 서울시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