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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구청· 특허청 등 반바지 착용…체감온도↓ 업무효율↑

부평구청· 특허청 등 반바지 착용…체감온도↓ 업무효율↑

  • 기자명 정은주 기자
  • 입력 2012.07.12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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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만이 격식’ 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우선과제

부평구청 공무원들의 쿨맵시 차림
[서울시정일보 정은주기자] 연일 최근 30도를 훨씬 넘는 불볕더위가 지속되고 있다. 여름철 에너지절약 차원에서 대부분의 공공기관이나 일반회사들이 실내온도를 28도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컴퓨터 등 전자사무집기의 발열로 인해 실제 실내온도는 30도를 육박하는 상황. 많은 직장인들이 무기력해 지거나 ‘더워서 일할 맛 안 난다’는 불평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러한 더위에 인천시 부평구청에 근무하는 방형종 실무관(도시경관과)은 푹푹 찌는 무더위에 사무실 실내온도가 30도를 육박하는데도, 요즘 근무시간이 즐겁고 활기가 넘친다.
이는 남들 이목을 의식하지 않고 고정관념을 과감히 깬 결과다. 방 실무관은 반바지 차림으로 출근하고 있다. 구청 차원에서 의전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쿨맵시’(간편 복장) 의상을 허용키로 한 덕분이다.

방 실무관은 평소 여직원들의 간편 복장 차림이 부러웠다고 한다. 전기 절약 차원에서 에어컨은 제한적으로 가동되고 선풍기에서는 뜨거운 바람만 불고, 그야말로 짜증스러운 근무 환경 속에서 ‘다리라도 시원하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었다.

그는 ‘공무원이 어떻게 반바지를 입나 ’하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업무 효율성 차원에서 보면 자신의 선택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방 실무관은 “체감온도가 1도 정도 떨어지는 것 같다”며 “오후에 더워서 늘어지고 무기력해지는 정도가 줄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도 작년보다 하루평균 2시간은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특허청에 근무하는 김호진 심사관(전기심사과·사무관)은 퇴근시간인 오후 6시가 지나면, 사내 체력단련실에서 간단하게 샤워를 한 후 야근(야간근무) 모드로 전환한다.
퇴근 후라 해서 사무실이 시원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나마 가동되던 냉방기도 작동을 멈추고 낮의 태양열을 한가득 머금은 건물에서는 여전히 열기를 뿜어낸다.

김 심사관이 이러한 무더위를 이겨내는 방법은 반바지. 특허청은 지난 5월 말 ‘에너지 절약을 위해 격식을 벗어던지자’며 야근을 하는 직원들에게 반바지와 브이넥 티셔츠 등 자율복장을 허용하는 ‘직원 복장 간소화 지침’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김 심사관은 맡은 업무 특성상 신중한 특허심사를 위해 야근이 잦은 편이고, 밤 10~11시까지 근무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고도의 집중력과 창의적 사고인데, 무더위로 인해 발생하는 무기력증은 크나큰 방해요소가 아닐 수 없다.

그는 “반바지를 착용해 보니 정장에 비해 통풍이 잘 되고 이에 따라 체감온도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었고, 특허심사 업무의 효율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김 심사관은 비롯 반바지는 아니지만, 일과 중에도 흰 와이셔츠의 정장 차림을 벗어던지고 면바지와 피케셔츠 등 편안하고 단정한 쿨맵시 복장으로 근무 중이다.

김 심사관은 “공직 문화는 품위 유지와 공직 예절이 중요시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처음에는 반바지 착용이 파격적으로 느껴졌다”면서 “하지만, 편한 복장으로 일하는 우리청 직원들을 보며 정부대전청사 내 다른 기관 직원들이 부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전기절약 차원에서 실내온도 28도 유지령이 내려지면서, ‘쿨맵시’(복장 간소화)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일반직장보다 격식을 더 따지는 공직사회에서도 중앙부처는 물론 서울시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적극적으로 복장 간소화를 선언하고 있다.

쿨맵시란 여름철 재킷과 넥타이를 매지 않고 간편한 옷차림으로 근무하는 것을 뜻한다. 2009년부터 ‘쿨맵시’ 캠페인이 시작된 이후 캐쥬얼 차림의 직장인들이 눈에 자주 띄었지만, 반바지는 올해 첫 등장이다.

위의 사례처럼 복장 간소화로 실제 체감온도가 내려갈까? 국립환경과학원의 실험에 따르면, 여름철 적정온도인 27도에서 평균 피부온도를 측정한 결과, 일반복장을 한 경우가 쿨맵시 복장을 한 경우보다 평균 피부온도가 높았다. 또 의복 내 상대습도도 쿨맵시 복장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의 주관적인 느낌도 쿨맵시 복장이 쾌적한 것으로 나왔다.
위의 사례에서 방 실무관이 말했듯이, 업무 집중도도 높아지고 일하는 게 즐겁게 느껴지는 것만으로도 ‘쿨맵시’는 성공작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에너지관리공단 조사에 의하면, 만약 모든 사무실에서 쿨맵시 복장을 하고 냉방온도를 2도 올린다면 여름철 전력사용량이 약 17% 줄어 29억kwh의 전기를 절약할 수 있다. 이는 원자력 발전소 2기분에 해당되는 양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공직사회에서는 거부감이 있는 듯하다.
부평구청의 경우 구청장이 적극적인 추진의사를 보였음에도 반바지를 착용하는 남자직원은 방 주무관을 비롯해 5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특허청은 일과 후 반바지 착용을 허용했음에도 ‘어떻게 공무원이 반바지를…’하는 분위기가 더 강하다고 한다.

물론 복장 간소화에도 격식이 필요하다.
부평구청 방 실무관은 “반바지라고 해서 피서지 복장은 곤란하고 반바지 정장이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며 “랜드로버 구두와 여름양말, 다리미질 한 반바지에 얇고 환한 티셔츠, 짧은 헤어 정도면 거부감이 없이 근무할 수 있다”고 쿨맵시 차림을 추천했다.

쿨맵시 복장으로 인한 체감온도 저하 효과와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에너지 절감 효과는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다만, 쿨맵시가 더 확산되기 위해서는 과도한 노출과 요란한 복장이 아니라면 허용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정장만이 격식’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우선과제일 것이다.

특허청 김 심사관은 “복장 간소화는 정부의 에너지 절감 정책에 동참하면서 유연하고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방안”이라며 “대국민 접촉이 없는 부서에서는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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