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가는 천문산(天門山 텐먼산) - 제1편
어디론가 떠나야만 하는 내 안의 역마살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분출되어 하늘을 난다. 나는 지금 중국(中國) 장가계(张家界)로 가고 있다. 그랬지. 지인들이 중국 여행, 어디를 갔다 왔느냐고 물으면 십의 팔은 장가계 갔다 왔다고 자랑을 해댔다. 먼 그놈의 산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먼 산? 사실 그랬다. 장가계가 난 산인 줄 알았다. 너도 그런줄 알았지? 이런 무지를~
2023년10월16일 밤 9시10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아시아나 비행기가 활주로를 벗어나 하늘을 난다. 얼마 만인가 바깥 여행이~ 여행 기자로 해외를 제집처럼 드나들던 시절도 있었데~ 다시 그 시절이 오려나~ 여행에서 언제나 그렇듯, 미지에 대한 설렘임이 살짝 가슴을 들뜨게 한다.
비행시간 3시간20분, 오후11시30분, 정확히 4천구십리, 한 시간 빽하여 중국 시간 10시30분 중국 창사(長沙) 공항에 내려 현지 가이드의 안내를 받고 호텔에서 하룻밤을 지샜다. 조금 들뜬 마음이라 잠을 못 잤으니 지샜다는 말을 쓴다.
▲ 아마도 호남성 창사시에 온것을 환영한다는 소리겠다.
<10월17일> 호남성 창사시 괜찮은 5성급 호텔에서 조반을 하고 8시, 장가계 행, 버스에 오른다. 지나는 차창 밖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들녘 평야, 이모작이 가능한 황금 벼이삭 들판이 끝없이 스쳐 간다. 중국 대륙에 넓음을 실감한다.
▲ 휴게소에서 대부분 과일을 팔고 있었다.
그냥 한가롭고 평화로운 시골 마을, 사회주의 국가라는 통념과 그 안에 내재된 이데오로기적 사상이나 편견은 없다. 그간 TV, 라디오, SNS 등, 많은 미디어 뉴스 홍수 속에서 자그마한 내 나라가 얼마나 네편, 내편을 갈라 싸움질을 하고 시끄러운가~ 다 무질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지나는 풍경 속 세상엔 이념이나 정치적 갈등,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참 잘 떠나 온 길, 잘 정돈된 고속도로 위를 버스는 바람처럼 달린다. (버스는 절대 80km의 속도를 넘지는 않는다.) 같이한 모두가 잠을 청하거나 무심히 차창 밖을 주시 한다.
끝없던 벌판과 강을 지나니 야트막한 산들의 출현이 장가계시에 들어섰음을 알려 왔다. 정확히 중국, 후난성(湖南省), 장자제(张家界)시란다. 중국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여행관광 도시 중의 하나이며 면적은 9,516km2 (남한면적 약10만km2 = 10분의1)이고 인구는 165만명 정도 살고 있다고 했다.
장자제시는 2개의 구(영정구 永定区, 무릉원구 武陵源区)와 2개의 현(자리현 慈利县,쌍식현 桑植县)으로구성 되어 있고, 무릉원구에 주로 볼만한 관광지가 위치해 있다. 장가계는 진나라 때부터 시작되어, 한나라와 삼국시대(위, 촉, 오)에 무릉원은 무릉군의 땅이었다. 신선의 세계를 무릉원이라하는데, 아마도 신선들이 체스를 즐기다 잠들어 잊혀진 땅이 아닐까?
1992년 무릉원자연풍경구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 되었고, 2009년 개봉영화인 아바타의 촬영지로도 알려져 더 유명해 졌다고 한다.
12시 반쯤, 4시간 반여 달여 온 버스는 우리들을 괜찮은 식당에 내려 놓았다. 모두다 피곤한 기색도 없이 맛나게 식사를 하고 다시 버스에 올라 천문산으로 향하는 시내 케이블카 출발지로 갔다.
참 많은 사람들이 빼곡히 수 줄로 늘어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간혹 귀청 거슬리는 억양 높은 된 소리도 섞여 있지만, 대부분 친숙한 우리말을 하는 한국사람들이다. 생각으론 장가계는 한국 사람들이 먹여 살리는 구먼~ 그랬다. 사실 장가계 관광객 중 7~80%가 한국사람들이라고 가이드가 귀띔했다.
40여분, 고생 끝에 드디어 여섯명이 타는 케이블카에 몸을 실었다. 시내를 관통하여 산 정상에 오르는 케이블카 30여분, 세계 최고 길이 7,455m(약 20리길)에 높이 편차는 1,279m에 달해 기네스북에도 올랐단다.
< 天门山 >
드디어 하늘로 오르는 천문산(天门山)에 올랐다. 천문산 높이는 해발 1,518m이다. 산을 빙 둘러 귀곡잔도(鬼谷栈道), 유리잔도(玻璃栈道), 천문산사(天门山寺), 천문동(天门洞 종유석 천연동굴) 등을 둘러 볼 수 있는 산 위 관광지로 개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귀곡잔도(鬼谷栈道)와 유리잔도(玻璃栈道 )= 그 아찔한 공포에 오줌이 지리다> 수 만길 빙벽의 간신히 의지된 선반길에서 본래 고소 공포증이 심했던 나는 한발도 앞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언젠가 나는 스님이 되고 싶었던 적있었다. 백척간두 비벽, 난간에 바늘 끝으로 서서, 찰나의 깨달음을 얻기 위해 한발 더 나가려는 서슬 퍼런 푸른눈의 납자처럼 그런, 고고한 스님이 되려 했었는데, 지금 여기 귀곡잔도에 서서 스님 되려든 것을 과감히 포기한다.
<천문산사(天门山寺)> 잔도 기행을 마치고 천문동으로 가기전 산턱에 천문산사에 들렀다. 천문산사는 현존하는 중국의 10대 사찰 중 하나로 당나라 때 웅장하게 세워져 중국 호남성 서부 불교의 중심이 되었다가 후에 그 유적만 남은 것을 청나라 때에 재건, 오늘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했다.
높은 산기슭에 종종 구름에 싸여 있는 산사에 모습은 상상으로도 참 신비로웠을 것이다. 대웅보전에 선산불상(仙山佛像), 현판이 보인다. 신선이 사는 산에 부처님! 더욱 특별해서 공손히 합장을 하고 머리를 조아렸다.
사찰에 전각으로는 천왕전, 대웅보전, 관음각, 장경각, 법당 등의 건축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중 관음각의 건축 형태는 독특하고, 정교해서 중국내 어느 고전 전각과 비교해도 으뜸으로 손색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길도 협소한 높은 산위에 사찰을 어떻게 건축했으며 많은 스님들은 또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았을까? 천문산에는 사람의 한계로 가늠하기 어려운 일, 것들이 많이도 펼쳐져 있었다.
여기 저기서 정신을 파는 사이, 한나절이 지나 해가 기울고 있었다. 가이드의 재촉에 따라 서둘러 천문동쪽으로 향했다.
천문동굴에서 어물정 대는 사이 날이 저물었다. 가파른 계단길을 조심스레 걸어 내려왔다. 어디나 그냥 엄청나다는 생각뿐이다. 이젠 감각이 무디어져 덤덤해 졌다.
저 동굴을 1999년 세계 곡예 비행대회에서 비행기로 통과해 유명해졌단다. 그러나, 그렇게 천문산 트랜드로 홍보하는 만큼 감흥은 오지 않았다. 동굴 높이가 131.5m, 넓이가 57m이며 입구로부터 계산된 것인지는 모르지만.999계단을 올라야 만날수 있다고 했다. 언제 다시와 꼭 계단 수를 헤아려 볼 것이다.
다시 버스를 타고 호텔 숙소로 와 저녁식사를 하고 내일의 여정을 기대한다.
다음 여정 제2편 → 보봉호수와 천자산 그리고 원가계 기대해도 좋겠다.
[중국 장가계에서=박용신기자]
<장가계 출장 취재, 협찬과 도움을 주신 황문권, 김삼종 대표께 감사드립니다.>
여행문학 블로그= 장가계 张家界 - 4박6일 <상상 그 이상의 풍경! 제1편-천문산 (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