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정일보 주복식기자] 무더위가 지나고 가을 누에치는 시기인 8월 말에 한국잠사박물관을 다녀왔다. 누에는 누워있는 벌레로 하늘이 내린 곤충이라 하며 한자로는 잠(蠶누에잠)이다. 신비한 곤충으로 비단과 번데기를 제공하는 누에치기는 우리나라에서 오래되었다. 고조선 단군시기부터 장려를 하고, 신라 시조 박혁거세 임금도 장려할 만큼 가치 있는 국가권장산업이었다. 나라에서는 남자인 임금님은 농사를 장려하는 친경의식을 하였고, 왕비는 양잠을 권장하는 친잠례를 부인들과 함께 궁궐에서 실시하여 누에치기를 장려했다.
누에의 한 살이는 40여일이다. 알에서 깨어나면 1령 애누에라고 한다. 허물을 벗는 잠을 자고 나면 2령, 3령, 4령이며 마지막 네 번의 잠을 자고 나면 큰누에 5령으로 7일가량 뽕잎을 먹고 익은누에(숙잠)가 되어 고치를 짓는다. 그리고 번데기가 되었다가 고치 집을 나와 짝짓고 알을 낳고 한 살이를 마친다. 사람들이 고치를 이용하여 비단을 만들기도 하며, 번데기에 인공으로 동충하초균을 넣어 약재로 이용하기도 한다. 요즘에는 5령 3일 누에나 익은 누에를 당뇨와 치매 예방 기능성 식품으로 활용한다. 완전탈바꿈하는 누에는 알에서 애벌레로 번데기로 성충으로 변한다. 나방 종류들은 완전탈바꿈을 하며 번데기를 거치지 않는 매미나 잠자리는 번데기를 건너뛰는 불완전 탈바꿈 곤충들이다.
한국잠사박물관에서는 누에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실크로드 지도와 함께 양잠관련 민속화와 주요행사들을 설명한다. 누에의 일생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여 시각적으로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허준의 동의보감에 한글로 표현한 내용들을 보여줌으로 일상생활에 이용했음을 알게 한다. 70여종의 잠상으로 처방과 330군데의 약방문에 사용했다. 자랑스러운 조상들의 지혜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누에치기의 최대 성수기는 1970년대로 수출품 중 누에고치 생사가 7%를 차지했다. 요즘은 생사보다는 기능성 식품으로 동충하초나 홍잠으로 많이 이용한다. 누에치기로 농가 수익이 많아지면 생산하는 농민들이 늘어나고 국민 건강이 좋아진다.
2003년에 준공한 한국잠사박물관과 1975년에 지은 새마을권잠실이 있다. 현재 새마을권잠실은 시설이 낡아 비공개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사단법인인 대한잠사회 부설 박물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인 곤충과 친해지려면 현장에서 보고 만져보는 체험학습이 중요하다. 한국잠사박물관에서 자랑스러운 역사자료와 체험을 함께 할 수 있다. 답답하거나 힘들 때 잠사박물관을 다녀가면 주변 자연 환경과 함께 힐링하는 모습도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