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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의 절약방법. 집에선 ‘한 등 켜기’… “생활에 지장 없어요”

전원주의 절약방법. 집에선 ‘한 등 켜기’… “생활에 지장 없어요”

  • 기자명 황문권 기자
  • 입력 2012.06.12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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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약의 달인’ 탤런트 전원주… “아끼면 노후가 편안해져요”

지난해 에너지관리공단 발표 자료에 따르면 ‘에너지 의존도가 98퍼센트에 이르는 우리나라는 각 가정과 기업에서 에너지 10퍼센트를 절약하면 연간 20억 달러(2조2천억원)의 무역수지가 개선된다’고 한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에너지 절약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지금 자타가 공인하는 ‘절약의 달인’ 배우 전원주씨를 만나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전원주 식(式)’ 절약 방법을 들었다

구기동 북한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전원주씨의 빌라는 해가 짐과 동시에 어두컴컴해진다. 방이며 거실, 부엌에 모두 조명기구가 있지만 신문이나 책을 볼 때를 제외하고는 딱 한 개의 등만 켜기 때문이다. 그의 ‘한 등 켜기’는 젊은 시절부터 지켜온 오랜 습관이다. 자신과 달리 전등 끄는 걸 자주 잊어버리는 남편 때문에 조명 등 스위치 밑에는 ‘불 끄세요’라는 문구까지 붙였다.

“우리는 볼 일 보러 잠깐 화장실 들어갈 때는 아예 불을 안 켜요. 손자들이 어두워서 안 보인다고 불평하면 잠깐 눈을 감았다 떠보라고 일러줘요.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면 잘 보이거든. 집안을 늘 어둡게 해놓고 있으니까 ‘전설의 고향 세트장 같다’고 놀리는 사람들도 있어요(웃음). 그러면 나는 ‘이게 훨씬 무드 있고, 부부금실도 좋아진다’고 받아치죠. 전기 아까운 줄 모르고 다들 너무 대낮처럼 밝게 하고 살아서 그렇지, 생활하는 데 전혀 지장 없어요.”

[에어컨·선풍기 대신 부채… 세탁기도 잘 안 써]

전기에 관한 한 지독한 ‘짠순이’인 그는 잠자기 전에 집안을 한 바퀴 돈다. 혹시라도 사용하지 않는 가전제품 중 플러그가 꽂혀 있는 것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소비전력이 높은 제품은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 거실 한편에 놓인 에어컨은 작동시키지 않아 가구(?)가 된 지 오래고, 선풍기보다 부채를 더 좋아한다. 그래서 그의 집에는 부채가 유난히 많다.

세탁기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빨래가 나올 때마다 세제를 푼 물에 담가놓았다가 아침 일찍 일어나 손으로 빨아 넌다. 마지막 헹굼물은 버리지 않고 커다란 통에 붓는다.

물 한 방울도 허투루 쓰지 않는 그는 세수 헹굼물, 빨래 헹굼물 등 깨끗한 물을 따로 모아 빨래할 때나 화장실에서 허드렛물로 사용한다. 식기세척기가 있지만 사용하지 않고 설거지할 때도 수돗물을 틀지 않는다. 통에 물을 받아 씻어내고, 마지막 단계에서만 흐르는 물에 헹군다.

냉장고는 열 때마다 열 손실이 일어나는 것을 감안해 한 번 열었을 때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꼼꼼하게 정리한다. 냉장고 안을 많이 채우지 않는 것은 기본이다. 일하는 시어머니를 위해 며느리가 일주일에 한 번씩 가져다주는 반찬들도 빨리 먹어야 하는 것들은 앞줄에, 길게 보관해도 될 것들은 뒷줄에 넣는 식으로 배열한다.

겨울에도 난방을 자주 하지 않는다. 대신 옷을 껴입고 많이 움직인다. 일이 끝나고 집에 들어가면 마룻바닥의 온기부터 살핀다. 그는 “집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은 남편은 항상 ‘방금 돌렸다’고 변명하지만, 바닥의 따뜻한 정도나 온수가 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보면 얼마나 가동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남편은 에너지 절약과는 거리가 멀어요. 그래서 자꾸 잔소리를 하지요. 저희는 온열 기능이 있는 돌침대를 쓰니까 굳이 바닥을 데울 필요가 없어요. 그나마도 보통 6시에 일어나는데 5시쯤 눈을 뜨면 돌침대 플러그부터 뽑아요. 한 시간 정도는 열이 지속되니까, 그 열만으로도 충분히 따뜻하게 누워 있을 수 있거든요.”

[경제적 여유 생겨도 웬만하면 대중교통 이용]

에너지 절약에 관한 잔소리는 아들 내외, 손자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길을 가다가도 에어컨을 추울 정도로 틀어놓고 문을 열어둔 가게가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공중화장실이라도 대낮에 쓸데없이 불이 훤하게 켜져 있으면 끄고 나오고, 휴지를 끝도 없이 둘둘 말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만큼이면 충분하다”고 지적한다.

이미 얼굴이 알려진 배우인데다 절약의 대명사로 인식된 덕분에 대부분 수긍하지만, “당신 것도 아닌데 왜 그러느냐”고 항의를 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이게 다 나라 것이고, 우리 세금에서 나가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의 재산”이라는 말로 이해시킨다. 이처럼 생활 속에서 철저하게 에너지 절약을 실천한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2006년 산업자원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이 주관한 ‘에너지절약촉진대회’에서 산업포장을 받았다.

개성 출신인 그는 1·4후퇴 때 부모님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왔다. 이후 인천에 정착해 단칸방을 얻어 여덟 식구가 살았다. 가난한 집 6남매의 장녀이다 보니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 어려움 속에서도 학업을 이어가 숙명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국어교사가 되었다.

하지만 3년간의 교직 생활을 접고 그는 동아방송 성우로, 배우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호탕한 웃음으로 주목을 받기까지, 그는 30여 년의 연기생활 중 20년을 무명으로 보냈다. 그 배고픈 시절을 거치며 그는 자연스럽게 절약을 익혔다. 인기를 얻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지금도 그는 오랫동안 몸에 밴 그 습관들을 버리지 못한다.

“차가 있기는 하지만 거의 안 타요. 버스나 지하철이 닿는 곳이라면 꼭 대중교통을 이용하지요. 요즘도 버스나 지하철 타면 ‘전원주랑 똑같이 생겼다’고 수군거리는 사람들이 많아요. 알아보고 먼저 인사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전에는 그런 게 불편해서 마스크를 끼기도 하고, 신문으로 가리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냥 스스럼없이 인사를 주고받아요.”

[커피 먹은 종이컵도 “한 번 더 써도 된다” ]

해마다 저축의 날이면 꼭 이름이 오르내리는 연예인 중 한 명인 그는 “이렇게 아끼기 때문에 그만큼 저축도 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웃었다. 에너지 절약 관련 산업포장을 받은 이후 기업체 강의도 많이 나간다는 그는 “아껴라, 그러면 당신의 노후가 풍족해지고, 국가도 건강해진다고 마무리를 한다”고 말했다.

연기자로서의 활동도 활발해 현재 악극 <부모님 전상서>, <폭소춘향전>과 연극 <친정엄마>에 출연 중이며 매주 금요일 KBS <아침마당>의 고정 패널로 시청자들과 만난다.

하루하루 바쁘게 보내고 있지만 그는 오히려 무대에 설 때나 방송을 할 때 활력이 생긴다고 한다. 인터뷰가 있던 날은 <부모님 전상서> 공연을 앞두고 있었다.
분장실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마치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그가 문 앞을 지키고 있다가 모두 나온 것을 확인한 후 불을 껐다. 커피가 담겨 있던 종이컵도 “한 번 더 써도 된다”며 세면대로 가져갔다. 과연, 절약의 달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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