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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국민 자발적 참여… 21퍼센트 절전 이뤄

日국민 자발적 참여… 21퍼센트 절전 이뤄

  • 기자명 황문권 기자
  • 입력 2012.06.1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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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시 절전과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3·11 대지진 이후 원전의 안전성 문제로 54기의 원전을 모두 중단해 지난해보다 올해의 전력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하지만 절전을 하더라도 노인들이 있는 가정은 에어컨을 어느 정도 사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조언하고 있다.

“열대야가 지속될 경우 노인들이 있는 가정은 에어컨을 어느 정도는 켜야 합니다.”

지난해 여름 냉방장치를 전혀 가동하지 않다가 열사병으로 병원에 실려 가는 노인들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한 노인은 “냉방장치를 켜지 않는 것이 습관화돼 있다 보니…”라고 말했다. 일본인들이 원전중단에 따른 전기부족이라는 국가위기를 맞았지만, 이번 여름도 대정전의 위기 없이 넘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쳐난다. 지난해 절전의 성공 덕분이다.

지난해 여름 일본 정부는 전년 대비 15퍼센트 절전을 목표로 했지만,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21퍼센트 초과 절전을 달성했다. 올들어 날씨가 무더워지면서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는 절전 분위기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

도쿄 세타가야구의 주택가를 걷다 보면 단독주택이나 아파트 창문에 ‘고야’라는 덩굴 식물이 심어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고야는 심기만 하면 두세 달이면 2.5미터까지 자라 ‘녹색 커튼’ 역할을 하며 실내온도를 낮춰 준다. 덩굴식물이 없는 창문에는 직사광선을 막아 주는 ‘발’들이 대부분 걸려 있다.

[가정·직장마다 에너지 절약 생활화]

일본은 또 전력위기를 계기로 기업은 물론 각 가정도 발광다이오드(LED) 전구로 대대적으로 교체하고 있다. 백열전구보다 전력사용량이 20퍼센트에 불과한 LED 전구는 3·11 대지진 전에 전체 전구 판매량의 10퍼센트에 불과했지만 최근 절반을 넘어섰다. 가격이 거의 10배까지 비싸지만 전기를 아끼기 위해 비싼 LED 전구로 일본국민들이 스스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사무실 실내온도를 28도 이상으로 설정하는 것은 기본이다. 지난해 여름 일본의 관공서와 기업에서는 정장 대신 반팔 티셔츠, 청바지 차림에 샌들을 신고 일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일본 정부가 마련한 여름철 복장규정은 반팔 티셔츠와 청바지는 물론 알로하셔츠, 가리유시셔츠, 스니커, 샌들도 허용했다. 알로하셔츠는 하와이에서, 가리유시셔츠는 오키나와에서 만들어진 여름용 셔츠이다. 다만 찢어진 청바지와 해수욕장용 샌들은 금지됐다.

넥타이를 착용하지 않도록 하는 기존의 여름철 복장규정을 ‘쿨비즈’라고 했다. 절전을 위해 쿨비즈보다 한 발 더 진화한 ‘슈퍼 쿨비즈’가 유행이다. 정부는 물론 상당수 기업도 슈퍼 쿨비즈를 채택하고 있다. 전력수요가 많은 낮시간에는 복사기 가동을 중단하는 등의 대책도 각 기업들이 실시하고 있다. 물론 엘리베이터 격층운행, 낮시간대 에스컬레이터 가동 중단 등은 기본이다.

일본 국민의 더위를 식혀 줄 아이디어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기린맥주는 얼음에 타 먹는 ‘아이스 플러스 맥주’라는 캔맥주를 시판한다. 기린맥주는 “특수 효모를 사용해 보통 맥주보다 색깔과 맛이 진해 얼음에 타 먹어도 맥주 특유의 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고 밝혔다.

[충전기 내장형 TV 등 아이디어 상품 쏟아져]

실내온도를 28~29도로 설정하는 회사가 늘면서 물안개 내뿜는 휴대용 선풍기, 목에 두르면 시원해지는 스카프, 소형선풍기가 부착된 작업복, 휴대용 냉기 분사기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도시바(東芝)는 최근 충전기 내장형 TV를 시판했다. 평소 충전을 해 두었다가 정전이 발생할 경우 3시간 정도 사용이 가능하고 전력피크 타임에는 충전한 전기를 이용해 절전도 가능하다.

일본은 평소에도 절전을 생활화하고 있다. 겨울에는 ‘유단보’나 ‘고타쓰’와 같은 절전형 난방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유단보는 뜨거운 물을 넣은 일종의 보온병. 겨울에도 잠을 잘 때 난방장치를 가동하지 않고 두꺼운 이불 속에 유단보를 넣고 잔다. 고타쓰는 밥상·식탁 등에 전기난로와 이불을 붙여서 만든 난방장치이다.

한 일본 주부는 “한국 친구 집에 갔더니 냉장고 냉동실을 자주 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냉동실을 자주 열면 전기료가 많이 나오는데도, 그걸 의식하지 않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일본의 이런 절전의식은 한국보다 전기료가 2배 이상 비싼 것도 한몫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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