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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채 갚고 이젠 원금도 조금씩 상환해요”

“고리채 갚고 이젠 원금도 조금씩 상환해요”

  • 기자명 임재강 기자
  • 입력 2012.05.07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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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창업·운영자금 필요할 땐 ‘미소금융’

[서울시정일보 임재강기자] 저소득·저신용 등급의 서민들에게 제도권 금융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하지만 실망할 것 없다. 제도권 금융기관 이용이 어려운 서민들에게 무담보·무보증으로 소액대출을 지원하는 미소금융이 있기 때문이다. 2008년 미소금융재단 출범 후 도움을 받은 서민들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서울 영등포동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백미자씨도 그중 한 사람이다.

“여기저기서 끌어다 쓴 대부업체 빚 청산하던 날, 정말 행복했어요.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열심히 산 보람이 있구나’ 했지요.”

서울 영등포동에서 11년째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백미자(42)씨는 미소금융을 통해 대출을 받아 대부업체 빚 갚던 날을 이렇게 기억했다. “지금도 빚이 많이 남아 있지만, 부부가 함께 열심히 벌면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이라 생각하니 행복하다”고 말했다.

백씨는 남편과 함께 2002년 1월부터 지금의 세탁소를 맡아 운영했다. 이미 20년 정도 된 세탁소라 단골층도 탄탄했고, 고정수입도 있어 개업 후 3년간 운영에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던 2005년 1월, 세탁소에 화재가 났다. 네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던 삶의 터전은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세탁소 화재·남편 암치료로 대부업체에 손 내밀어

“오랜 전세 생활을 청산하고 ‘내 집 장만의 꿈을 이룰 수 있겠다’ 할 때쯤 불이 났어요. 가게 복구비용뿐 아니라 손님들이 맡겨놓은 세탁물 피해보상에만 꼬박 2년이 걸렸어요.”

백씨 부부는 손꼽아왔던 내 집 장만의 꿈을 뒤로하고 그동안 모았던 돈과 약간의 보험금에 소상공인 대출까지 받아 가게 복구와 피해보상에 보탰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후 더 큰 시련이 닥쳤다. 남편이 설암(혀암) 말기 판정을 받은 것이다.

“2008년도에 남편이 설암 말기 판정을 받았어요. 림프선까지 암이 전이돼서 혀 절반을 절제해야 하는 대수술을 해야 했지요. 그때 수술비와 치료비 등으로 1억이 넘는 돈이 들어갔어요. 빚만 5천만원 이상 졌고요. 그래도 사람은 살려야 하니 어떻게든 수술비와 치료비를 대야 해 대출을 받았어요.”

친인척들도 어렵게 사는지라 누구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손을 내밀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림프선 적출·이식 수술과 수술 실패로 인한 재수술, 방사선 치료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남편의 상태는 차츰 좋아졌지만, 그만큼 빚도 눈덩이처럼 늘었다.

“저희 남편은 설암 중에서도 수술이 힘든 경우에 속했어요. 방사선 치료도 일반 방사선 치료가 아니라 CT를 찍으며 집중 치료해야 했는데 그 치료를 받기 위해 수술 설계도를 작성하는 데만 8백만원 가까이 들어갔지요. 그걸 수십 차례 했고, 남편 간병을 하는 동안 세탁소 운영을 위해 직원까지 고용해 빚은 점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어요.”

더 이상 대출을 받을 곳이 없어진 백씨는 ‘오로지 남편부터 살리고 보자’는 생각에 대부업체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광고에 나오는 웬만한 곳에서는 대출을 다 받아봤다”는 게 백씨의 말이다.

“열심히 벌어 집장만하는 일만 남았어요”

백씨는 비교적 고금리의 대출이었지만 세탁소 고객의 소개로 받은 것이라 착실하게 매달 이자 납일일을 지켰다. “하지만 적은 이자가 아닌지라 이자 납일일이 다가오면 항상 가위 눌리는 듯한 기분으로 살아야 했다”고 한다. 그런 백씨를 이자로부터 자유롭게 해준 것은 미소금융이었다.

“2010년 4월 즈음 세탁업중앙회에서 우편물이 날아왔어요. 정부에서 시설자금과 창업자금을 저리로 대출해 준다는 내용이었어요. 저는 시설자금이나 창업자금이 필요한 것보다 ‘빚이 빚을 만든다’고 우선 대부업체 대출금부터 갚고 싶었어요.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출 신청을 했어요.”

그해 11월, 간절했지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백씨에게 희소식이 날아왔다. “신청 내용을 심사하니 시설자금이나 창업자금은 아니었지만, 대부업체의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면서도 연체 이력이 없어 대출이 가능할 것 같다”는 소식이었다.

“미소금융 대출로 대부업체 빚들을 우선 해결할 수 있게 돼서 너무나 홀가분했어요. 그때는 제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였지요. 이자에 대한 부담도 적어졌지만 같은 빚이더라도 이름이 다르니까요. 그동안 세탁소 화재와 남편의 대수술 등을 거치면서 제가 실질적인 가장이 된 것 같아 많이 힘들었는데 그런 힘든 마음이 잊힐 정도로 기뻤습니다.”

백씨는 “남편 간병과 생계를 걱정하느라 돌보지 못했던 자녀들에게도 그제야 눈을 돌릴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남편이 수술하던 해에 큰아이가 대학교에 입학했는데, 제대로 뒷바라지를 못해준 것 같아 내내 마음에 걸렸어요. 작은 아이도 지금 고3인데 ‘학원 안 다녀도 된다’면서 부모를 생각해 주고 있고요.”

백씨는 “남편은 여전히 정기검진과 치료를 받고 있고, 빚도 많이 남아 있지만, 요즘엔 두 다리를 뻗고 잔다”면서 “미소금융이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엔 미소금융을 통해 시설자금을 추가 대출받아 열악한 세탁소 환경도 개선했다. 이제는 백씨의 남편도 함께 세탁소에서 일할 정도로 건강이 좋아졌다. 백씨는 현재 미소금융 대출의 연 4퍼센트 이자 외에 원금도 조금씩 상환해 가고 있다. 백씨는 미소금융의 수혜자로서 바람도 잊지 않았다.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저는 ‘운이 좋은’ 경우에 속해요. 더 많은 사람이 미소금융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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