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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실버전성시대’

지금은 ‘실버전성시대’

  • 기자명 전송이 기자
  • 입력 2011.04.1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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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사회 맞아 ‘건강 100세 프로젝트’ 수립 추진

시흥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반찬가게 ‘찬이랑 밥이랑’ 에서 노인들이 일하는 모습
지난해 8월 경기도 노인인구가 전국 최초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베이붐 세대의 은퇴가 실버세대의 출현으로 이어지고 있다. 당장 이들을 위한 노후대책 마련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이미 지난 2004년부터 노인일자리사업을 진행했지만, 공공형 일자리에 한정해왔다. 도는 이를 보완하고자 도는 지난해 ‘건강 100세 프로젝트’를 수립했다. 공공형 노인일자리뿐 아니라 민간분야 일자리도 늘려나가겠다는 게 도의 복안이다. 이를 위해 노인일자리센터도 운영 중이다.

센터 산하에는 16개 시니어클럽이 활성화돼 있다. 그 중 한 곳인 시흥시니어클럽을 지난달 31일 방문했다.
일자리 현장에서 만난 노인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나이 많아도 내 한 몸 쓸모 있는 게 행복이라고. 바야흐로 ‘실버전성시대’다.
찬이랑 밥이랑’에서 반찬조리를 담당하는 조석분 할머니는 “앞으로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는 이 일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달호 할아버지는 시흥 월곶동의 ‘녹색동산’에서 농장 관리와 유지, 보수 등을 담당하고 있다.
또 한분을 만나보자. 김달호(62) 할아버지다. 작년 봄부터 시흥 월곶동의 ‘녹색동산’에서 단장으로 일하고 있다. 노인 40여명과 함께 일하는데, 이들에게 일을 배분하고, 농장 곳곳을 돌며 보수·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내가 여기 일하시는 어르신들 중에 젊은 편이지. 대개 나이가 70이 넘으신 분들이 많아서 오히려 그 분들을 챙겨드리며 일해요.”
녹색동산 역시 시흥시니어클럽에서 노인일자리사업 일환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어린이들이 자연과 문화체험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5천여 평의 대지에 주말농장과 천년초 밭, 체험학습용 비닐하우스, 매실나무 동산과 정자, 숲속 산책로 등이 마련돼 있다. 이곳 시설관리를 노인들이 담당한다. 김 할아버지는 농장 사람들에게 ‘맥가이버’로 불린다. 비닐하우스나 농장 곳곳에 수리 혹은 보수할 곳이 생기면 혼자 척척 해결하기 때문이다. 작년 초 인형극 공연을 위해 만든 비닐하우스에 손수 전기 배관공사도 했고, 비닐하우스 한 편에 있는 작은 물레방아도 손수 만들었다.
김 할아버지가 젊은 시절부터 이런 일을 해왔던 것은 아니다. 고교 졸업 후 삼립식품에 입사해 23년간 사무직으로 일해 온 할아버지는 퇴직 후 10년 정도 사업을 했다. 하지만 사업이 잘 되지 않자 55세부터는 일을 접고 무료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2008년 지인 소개로 시흥시니어클럽에서 일을 하게 됐다.
“예전엔 농장 일이나 수리, 보수 같은 건 해본 적이 없었는데, 해 보니까 재밌어요. 퇴직 전 직장 생활과는 180도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어 뿌듯하죠.”
김 할아버지는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8시간씩 근무하고 90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다른 노인들은 오전 9시부터 4시간씩 일하는데 근무일수에 따라 월 20~40만원을 받아간다. 적은 돈이지만 다들 만족하며 일하는 분위기라고 김 할아버지는 설명했다.

“어려운 생활을 하시는 어르신들은 여기서 단돈 몇 십 만원을 벌어도 생활비에 보탬이 돼서 좋아하시죠. 반면 생계에 지장은 없어도 사회에 참여하고자 일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 분들은 말동무가 생기고 일하는 보람도 느끼죠.”
도는 올해 노인일자리사업 예산으로 국비 50%를 포함해 총 392억원을 책정했다. 도는 2015년까지 민간분야 노인일자리 1만4천개 등 4만개의 노인일자리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도는 노동취약계층인 노인들의 일자리 마련을 위해 시작됐지만, ‘찬이랑 밥이랑’과 ‘녹색동산’의 성과는 일반기업 못지않다.
‘찬이랑 밥이랑’은 문을 연지 3개월 만에 시흥시에서 ‘일하는 여성 밑반찬 제공기관’으로 선정됐다. 시흥시니어클럽 차선화 사회복지사는 “지난달 매출은 600만원이 넘었고, 밑반찬 제공기관으로 선정된 후 주문이 늘면서 매출도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녹색동산의 경우 노인들이 농장운영뿐 아니라 어린이들에게 직접 인형극 공연을 보여주고, 숲 해설, 전통놀이 등을 가르치는 1, 3세대 통합체험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지난해 100여 곳의 어린이집이 신청했고, 매출도 3천6백여만 원을 기록했다. 현재 시흥시니어클럽은 ‘찬이랑 밥이랑’과 ‘녹색동산’을 포함해 폐자전거를 수거해 수리·판매·대여하는 ‘자전거 탄 사람들’, 학교 경비인력을 지원하는 ‘시니어 인력뱅크’ 등 13곳의 노인일자리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로 200명이 넘는 노인이 일하고 있다. 작년 이들이 벌어들인 매출은 15억3천만 원에 달한다.

시흥시니어클럽을 운영하는 김영준 경기도 노인일자리지원센터장은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노인이 노동시장과 사회 참여영역에서 각각 한 축을 형성해가야 한다”며 “예전에는 풍요로운 노후를 이루는 것이 목표였다면 지금은 지역사회에서 노인이 주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경기도 노인인구 100만 명 시대, 노후생활 지원 필요

시흥시니어클럽의 경우처럼 도내 노인일자리사업이 활성화된 데는 경기도의 ‘건강 100세 프로젝트’가 큰 역할을 했다.

도는 지난해 8월 도내 노인인구가 100만명을 넘어 고령화사회로 진입하자 노인들의 소득창출과 사회참여를 높이기 위해 맞춤형 일자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실 노인일자리사업은 2004년부터 정부가 이미 진행해왔다. 하지만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공공형 일자리가 대부분이었다. 근무기간은 7개월, 임금도 20만원으로 제한적인 수준인데다 주로 저소득층에게만 혜택이 돌아갔다. 이에 따라 도는 공공형 일자리뿐 아니라 높은 업무 역량을 발휘할 수 있고 좀 더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민간분야에서의 노인일자리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올 한 해 도의 노인일자리사업 예산만해도 국비 50%를 포함해 총 392억 원에 이른다. 앞으로 도는 경기노인일자리지원센터와 시·군에 있는 16개 시니어클럽, 사회적기업인 ‘경기희망일터’를 통해 2015년까지 민간분야 노인일자리 1만4천개 등 4만개의 노인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도 노인복지과 노인시설담당 김용웅 씨는 “생계가 정말 어려운 사람들은 기초생활수급을 받을 수 있지만, 자녀나 부양가족이 있더라도 노후생활이 힘든 노인들이 많다. 그들을 위한 민간형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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