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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 첫 신고를 앞두고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 첫 신고를 앞두고

  • 기자명 황권선
  • 입력 2011.04.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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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석 국세청 국제세원담당관

정의(正義)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어려운 철학내용을 맛깔스럽게 풀어내어 얼핏 재미없이 보이는 제목에도 불구하고 책 판매량과 동영상 강좌 조회수에서 수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우리 정부도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8대 중점과제를 선정하고 이 중 조세정의 실현을 최우선으로 삼아 실현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국세행정을 통한 조세정의 확립을 위해서는 성실납세자를 우대하고 탈세자는 엄정하게 대하는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어려운 과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질적인 탈세에도 여러 유형이 있다. 전문직 등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세, 재산을 은닉하고 호화생활을 일삼는 고액체납자, 세금 없이 부를 대물림하는 변칙 상속·증여 등을 들 수 있다. 그 중 해외재산반출 등 역외탈세 행위는 국내경제에 투입될 귀중한 자원의 항구적 유출을 초래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성실납세자의 납세부담을 가중시켜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하고 성실신고 분위기를 저해하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된다.

역외탈세 행위에 대한 세원관리 강화는 이미 전세계 주요국의 공통된 이슈가 되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전담조직 창설, 예산 투입 배가, 관련제도 신설 등 행정력을 집중하여 역외탈세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여기에는 역외탈세 관리강화가 국가재정에 기여한다는 점 뿐만 아니라 조세저항이나 국가경제 위축 등의 부작용이 없다는 점도 고려되었을 것이다.

OECD는 전세계적으로 역외소재 자산규모를 적게는 2조달러에서 최대 11조 5천억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2000년대 들어 지하경제 규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GDP의 17~18% 정도*로 높은 수준이어서, 이 중 역외은닉자산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에 은닉된 자산은 불법적으로 자산을 증여하거나 비자금을 조성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며, 기존의 제도만으로 이러한 해외은닉자산을 파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 조세연구원 발표, 「지하경제 규모의 측정과 정책시사점」, 2008년 기준

이러한 문제 인식 하에 정부와 국회는 2010년 말 국제조세 조정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를 도입했다.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의 내용을 간단하게 살펴보자.

올해부터 거주자와 내국법인은 전년도 해외금융계좌에 보유한 현금과 상장주식(예탁증서 포함) 평가액의 합이 단 하루라도 10억 원을 넘으면 최고잔액과 계좌정보 등을 6월 중 납세지 관할세무서에 신고하여야 한다. 주의할 점은 공동명의계좌 또는 차명계좌의 경우 공동명의자 각각이 또는 명의자와 실소유자 모두가 계좌잔액 전부를 보유한 것으로 보아 신고기준금액 초과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신고를 하지 않으면 미신고금액 10%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올해는 첫 신고임을 감안하여 5% 이하의 과태료만 부과된다.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 도입으로 인해 해외에 있는 현물자산과 금융자산 간 자산흐름에 대해 세원관리가 가능해져 역외탈세 방지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해외로 재산을 불법반출하는 행위에 대한 위험부담을 증가시켜 역외탈세심리를 억제할 수도 있다. 제도 도입 이전에는 과세당국이 해외금융계좌 정보를 인지하더라도 탈루소득 여부를 입증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었지만, 이제는 미신고행위 자체만으로도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제도의 실효성 확보가 필요한데, 우리 정부는 여러 가지 보완적인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역외탈세 전담조직인 역외탈세담당관을 신설하였고, 국세청 내부망에 국제거래세원통합분석시스템(ICAS)을 구축하였으며, 금년부터 해외동향파악을 위해 해외 현지세정전문요원을 엄선하여 순차적으로 파견할 계획이다. 또한 국제적 정보교환 네트워크 확충에 노력하고 있다. 올초 홍콩, 싱가폴 등 주요국 과세당국과의 공조강화에 합의하였고, 금융비밀주의 국가 및 조세피난처 국가와의 조세정보교환협정 체결이나 조세조약 개정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 밖에도 국세청은 제도를 몰라서 신고하지 못하는 사람이 없도록 다양한 홍보활동을 진행 중이며, 편리한 홈택스 전자신고시스템 구축, 신고안내 상담창구 운영 등 신고편의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으로서는 신고의무자를 사전에 모두 알 수 없기 때문에 해외금융자산보유자와 해외진출기업 스스로가 관심을 가지고 신고의무자 해당여부 및 신고방법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의 성실신고 풍토가 정착된다면 역외탈세 근절과 공평과세에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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