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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문학] 울릉도-다시 너의 버킷 리스트

[여행문학] 울릉도-다시 너의 버킷 리스트

  • 기자명 박용신 주필
  • 입력 2022.06.23 07:16
  • 수정 2022.06.23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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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동해 바다, 울릉도에 가고 있다. 젊은 날, 유행가 가사처럼 삼등 완행열차 타고 동해 바다 어느 섬엔가 살고 있는 예쁜 고래 한 마리 잡는 일, 모든 청춘들의 희망과 꿈이였던 적 있었다. 

<울릉도 2박3일, 동해 사는 고래 한 마리>
[서울시정일보 울릉도=박용신기자]

▲ 동해바다, 저 붉은 태양을 품어라! 세상 모든 시름 다 싹이다. (선창에서 담은 울릉도 태양)
▲ 동해바다, 저 붉은 태양을 품어라! 세상 모든 시름 다 싹이다. (선창에서 담은 울릉도 태양)

<프롤로그 - 육지로 간 엄마가 그리운 고래 가족>

은파가 일렁이는 빨강등대-누구나 말못할 그리움을 담고있다.
은파가 일렁이는 빨강등대-누구나 말못할 그리움을 담고있다.

아빠는 오징어 잡으러 바다에 가 영 안오시고, 엄마는 돈 벌러 목포에 갔다.

모시개 바람너머 동백꽃 지고, 나리분지 부지깽이 노란 꽃 펴도 엄마는 오지 않았다.

누이는 동생들 데리고 포구에 나가 굴 따다, 등대에 잠이 들어 엄마를 본다.


"바람부는 날에 가마!" 육지에서 훝훝한 흙내음 바람이 몰려 와도 엄마는 결코 오지 않았다. 

보고픈 그리움은 날개 단 별이 되어 바다에 내리고, 종일 뭍에 가려 은파(銀波)로 일렁인다.

엄마 기다리다 지친 일상,

첫째, 이는 대나무 밭에 똥 누다  들켜, 종아리 맞아 누워 있고, 

둘째 동생 이는 엄마 찾아 쪽배 타고 멀리 떠났다.

셋째, 깍새는 어젯밤 쎈 바람에 재채기하다 쌍 코피 터져 훌쩍 댄다.

모진 풍파 속에서 간절히 엄마가 그리웠던 고래 가족은 결국 "그 섬에 가고 싶다. 그리운 섬" 바위가 되어 누나는 울릉도가 되고, 다리가 아픈 첫째는 죽도가 되어 누나 멀직 죽치고 누워 있다. 

둘째는 배타고 멀리 나가 소식도 없더니, 일본 왜구와 싸우다 독도가 되고,

셋째, 깍새는 아직도 콧물이 멈추지 않아 두 콧구멍 훌쩍대는 관음도가 되었다는 기자가 꾸며 낸 전설의 고향.  

▲ 울릉도 가족 가계도

<드디어 동해바다 그 섬에 가다.>
나는 지금 동해 바다, 울릉도에 가고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젊은 날, 유행가 가사처럼 삼등 완행열차 타고 동해 바다 어느 섬엔가 살고 있는 예쁜 고래 한 마리 잡는 일, 모든 청춘들의 희망과 꿈이였던 적 있었다. 

▲ 열차타고 정동진에 가 본 기억이 가물 가물하다.

여행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는 것 조차 사치였던 가난한 시절, 꿈으로나마 막연하게 정동진이나 어디, 동해 바다에 가 둥그렇게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야호!"도 외치고 푸른 바다 저 먼 어딘가에 살고 있을 예쁜 고래 한 마리 잡는 일, 

그것은 절망과 희망이 다했던 암울한 내 청년 시대의 꿈으로라도 시도해 볼 수 있었던 현실의 도피, 고단한 청춘이 정말 쉬고 싶었던 유일한 휴식의 바램, 그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자유나 독재라는 그럴 싸한 이데올로기 적, 말을 앞세운 '으쌰' 보다는 하루, 입에 풀칠하는 일이 더 절박했던 나는, 결국 청춘이 다 가도록 완행열차를 타지 못하고 동해 바다에도 가지 못했다.

이제 서야 나이 들어 나는 내 청춘의 희망, 그 고래 만나러 동해바다 그 섬에 가고 있다. 

▲ 나는 한 동안 동해바다, 외로운 그 섬에 가지 못했다.

선창가 뱃머리 늙은 선부에게서 고래 소식을 들었다. 그 고래는 얼마 전 까지 어린 동생들을 돌보며 누나로 그 섬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  젊은 날, 예쁜 고래 소녀였을... 나이가 들었겠지. 그래 고래 할머니? 할미, 할배의 조우 괜찮겠다. 그러나, 다시 노 선부는 내게 말했다. 죽었어! 그 누나 고래... 어제인가...

그랬다. 그 고래 누나의 가족들은 엄마 보고픈 "절대한 그리움"의 더깨를 이기지 못하고 안타깝게도 죽었다는 그리고, 엄마를 기다리는 바위가 되어 망모석(望母石)이 되었다는 슬픈 소식, 마음이 바빠진다. 그랬구나.

<고래 소녀가 살고 있던 그리움의 섬 울릉도>

▲ 서울에서 새벽 3시30분 60명이 버스 2대에 분승 묵호항에 도착했다.

5월26일 아침 8시, 묵호항을 출발한 늘씬한 배 시스타1호(배이름)는 거침없이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내닫는다. 10여년 전쯤이나 별로 변하지 않은 묵호항이 빠르게 지난다. 

▲ 울릉도 가는 시스타 1호, 보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어 온다.

울릉도 뱃길이 재개 된지 (4월22일부터) 한 달여, 울릉도 갈까? 그래! 금방 마음을 낸 60명의 여문회(단체) 회원들이 빠르게 뭉쳐 울릉도 여행길에 올랐다.

아직은 묵호항에서 오전 8시, 한 차례만 울릉도로 배가 운항하기 때문에 서울에서는 적어도 꼭두새벽 3~4시에 출발해야  6시30분 쯤, 묵호항에 도착 아침을 먹고 8시 배를 탈 수 있는 일정이다.

▲ 전형적 항구에 모습, 10여년 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울릉도? 그래도 해외로 가는 느낌이잖아! 간만에 멀리 떠나는~ 6시40분 묵호항, 사람들이 제법 붐빈다.

10여년 전, 울릉도 여행길에서 몹시도 멀미를 했던 기억으로 단단히 귀미테를 붙이고 근처 유명식당(청솔식당)에서 3교대로 황태해장국 아침식사를 하고 주민등록증 확인 검표를 한 후 배에 올랐다. 

오전 8시 정각, 뚜우~ 출발 기적과 함께 450여명이 탈수 있는 제법 큰 시스타 1호 배는 거침없이 바다를 가르며 속도감있게 앞으로 나아갔다. 

▲ 망망 대해, 다행히 수평선에 눈을 베지는 않았다.

2~30여분, 선창으로 울렁대는 검푸른 바다가 들어온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 검은 수평선은 아니었으나, "그리운 바다 성산포"의 이생진 시인처럼 날카로운 수평선에 눈을 베이지는 않았다.

똑 같은 하늘과 바다의 연속, 제법 뱃미가 너울 대 한두 명, 토하는 사람이 나왔으나 나는 까딱없이 잘 버티고 있었다. 

<도동항, 여기는 어딘가?>

▲ 도동항 여객 터미널. 배가 신식이라서인가 멀미하는 사람이 없었다.

시스타 배는 정확히 11시 울릉도 도동항에 우리들을 내렸다. 천천히 선창가로 나와 울릉도와 첫인사를 한다. "신비한 섬 울릉도"라는 홍보 문구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무엇이 신비하단 말인가? 

▲ 도동항 모습이다. 10년전과 별반 다름이 없으니 다행인가?

모두들 울릉도의 첫인상을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하다.

청푸른 바다 물빛, 그리고 신비보다는 웅긋 붕긋  기이한 비탈 야산, 아직도 침식, 풍화작용이 진행중인 바다 표면에서 바위들이 울컥, 울컥, 파이며 동굴과 비좁은 골을 만들고 급격히 수직 비탈로 올라 뭉개진 중턱 작은 계곡들에 나무들이 간신히 몸을 의탁해 살고 있다.

▲ 울릉도 첫 인상을 카메라에 담는 관광객들...

내륙에 산들은 대부분 언저리 둥그런 타원의 유순함을 담고 있다면, 이 곳 울릉의 산들은 바다 가운데 파도, 비바람 맞으며  모진 생을 살아온 악착(齷齪) 때문일까? 토라지는 누이의 뾰로통이 배어있다.  

▲ 울릉도, 어렵게 산 뾰로통이 배어있다. 이제부터 육지로 간 엄마에 대한 그리움의 켜라 해두자.

아, 참 어렵게 살고 있었구나. 내 땅, 내 형제! 자주 못 와 미안해! 사돈에 팔촌 같은 거리감을 줄이려 안녕! 눈인사를 하고 두 팔을 벌여 시야의 풍경을 와락 안아 준다.  

<첫 번째 방문지 관음도와 삼선암, 그리고 나리분지>
울릉도 현지 여행 가이드와 간단한 미팅을 하고 도동항 뒷 쪽, 해오름 펜션에 짐을 풀고 60명이 버스 2대에 나눠 타고 울릉도 섬 구경을 시작한다.


10년 전이나 변함 없는 도동항 언덕배기 구불 구불한  골목길을 올라 버스는 새로 난 해안 트레킹 도로에 들어섰다. 

▲ 잘 정비된 해안도로, 자박 자박 걸어도 좋겠다.

잘 정비된 해변도로, 갈매기들이 반갑게 끼룩 댄다. 사돈에 팔촌 같다고 투정했던 거리가 머쓱하여 빠르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한발 더 다가서며 친해지려 노력한다.

▲ 내륙 해안처럼 평화로운 어촌 마을도 있다.

마음을 열고 더 가까이 보니, 검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암갈색 기암들이 파도에 씻기어 사자나 거북, 혹은 기이한 형이상의 모양을 연출하고 적당한 벼랑 위, 굴곡진 바위 언덕으로 연두의 파스텔톤 관목들이 편안한 안정을 준다. 

▲ 무엇을 연상하든 상상은 자유! 그래도 멋지지 않나?

어이, 누이! 내 식구, 내 나라였어? 신기하게 처녀 같은 수줍은 아름다움, "야! 멋진데!" 감탄사를 발하게 한다. 이래서 신비한 섬이라고 했는가? 중국 계림이나 장가계처럼 장엄이나 웅대보다는 오손 도손 삼촌이 들려준 동화 백설공주의 놀이터 같다.

어깨를 마주 댄 뭉게산 언저리 양떼 구름 한가롭고, 은파(銀波) 물결 이는 방파제 끝으로 빨간 등대가 오라고 손짓한다. 혹여, 여기 어디쯤에 내가 찾던 예쁜 고래 소녀였던 누나가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기저기 두리번 대며 조그만 단서라도 찾으려 애를 쓴다.

<관음도 - 고래 누나의 셋째 동생>

▲ 차창 밖으로 지나는 풍경이 예사롭진 않다.

요리 조리 터널을 빠져 나온 버스가 해변도로 옆댕이에 우리들을 부렸다. 오십여 미터 걸어서 울릉도에 가면 꼭 가보라는 관음도에 오를 수 있는 입구에서 입장표를 사려고 줄을 섰다.

▲ 관음도, 편하게 오르라고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4,000원 짜리 입장표를 경로우대 반 값에 사고, 아파트 7층 높이,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지만, 주변 경관을 즐기기 위해 계단을 오른다. 헉! 헉! 나이 든 탄식, 그래도 멋진 풍경을 카메라의 담느라 기분이 좋다.

▲ 관음도와 섬목을 이어주는 아찔한 출렁다리, 대한민국 사람들은 출렁다리를 좋아하나 보다. 여기저기 출렁다리...

테크 길을 올라 관음도를 이어 주는 연도교 입구, 아찔한 공포증에 주춤 하는데, 갑자기 몸이 휘청일 정도에 센 바람이 불어 모자가 난다. 어, 울릉도 오려고 새로 산 3만5천원 짜리, 갈매기와 함께 바다로 난다. 아깝다.

위에서 보면 외씨 버선 같은 모양새의 주상절리가 잘 발달된 섬이다. 관음도는 2012년 보행연도교 현수교가 완공되면서 일반시민에게 공개되었다.

▲ 관음도 깍아지른 벼랑위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연도교가 없다면 아무도 근접 못할 천연 요새이다.

관음도는 독도와 죽도에 이어 울릉도가 거느린 세 번째 큰 섬이다. 높이는 약106m, 둘레는 800m 쯤 된단다. 왜 관음도 인가? 불교의 자비의 마음으로 중생을 구제하고 제도하는 보살의 이름? 그 이름인가?

▲ 꼭 누에를 닮은 관음도, 왼편. 오른쪽은 울릉도 섬목이다.

이름의 연유는 여기 저기 인터넷 등, 자료를 뒤져도 명쾌한 답은 없다. 지금은 무인도 이지만 과거에는 3명의 주민이 토끼와 염소를 키우며 살았다고 한다. 

예전의 섬 이름은 깍새(슴새)가 많이 살아 깍개, 깍새섬이라고 불렀단다. 섬에서 먹고 살기 어려운 사람들이 관음도에 올라 많은 슴새를 잡아 먹고 끼니를 이었다는 설도 있다.

▲ 관음도로 날아드는 깍새, 일명 슴새이다.

이 섬의 북동쪽에는 약 14m 높이 "관음쌍굴"이라 불리는 두 개의 동굴이 있는데, 옛날에는 해적들의 소굴로 사용되었으며 굴 천정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 마시면 장수한다는 설이 있다. 관음도는 울릉도 3대 절경중 하나이다. 

▲ 관음쌍굴이다. 동굴 천정에서 콧물이&nbsp; 흐른다.

굴이 석굴암 닮아 관음도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신빙성 없는 설도 있는데, 이 섬은 고래누나의 세째 동생으로 감기를 심하게 앓아 아직도 쌍 콧물을 흘리고 있다.

<죽도-울릉 누나의 첫째 동생 > 

▲ 관음도와 섬목 사이 멀리 죽도가 보인다.
▲ 뭔 섬이 짚신처럼 생겼누? 저래두 십리밖이다.

첫째 동생, 죽도는 제법 커서 대섬이라고 했다. 울릉도가 거느린 44개 크고 작은 도서 중 맏형인 죽도는 "207,868㎡" 6만2천8백8십평이고 독도 "187,554㎡" 5만6천7백3십5평이니 죽도가 형인 셈이다. 죽도는 조릿대, 대가 많아서 죽도라고 했다지.

▲ 울릉도 방향에서 본 죽도이다. 저섬엘 어찌 올라갈까? 주상절리 벼랑이다.

죽도는 산림청 소유로 인간극장에 "섬 부자"로 나온 1가족 3식구가 꽃도 가꾸고 1만평에 더덕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저동항에서 4,8km 십리 쯤 떨어져 있다. 산림청에 1년에 임대료 약 100만원을 낸단다.

▲누군가 참 머리 좋다. 돌개 계단을 만들어 저 요새 섬엘 오르네. 임대료 100만원.

그러나, 죽도 관광 코스가 있으나 일정상 방문하지는 못하고 먼 발치에서 사진만 담았다.

<삼선암-이웃 동생들>

▲ 관음도 오르다 돌아보면 보이는 경치, 오른쪽 바위가 삼선암이다.

신기하게 해변가 바다에 오뚝하니 솟아 있는 검은 선 바위 3개가 나타났다. 삼선암이라고 했다.

▲ 일선암, 뚱보 삼선암, 오른쪽이 이선암이다.

일선암, 이선암, 삼선암, 잘 발달된 주상절리가 파도와 풍화작용으로 단단한 부분만 남고 떨어져 나가 기둥이 되고 표면은 벌집처럼 구멍이 생겨 신기한 오뚝이 바위가 되었다는 지질공부.

▲ 앵글 각도에 따라 여러 모양으로 보인다.

종교적 선(禪)이 아니라 그냥 우뚝 서 있는 바위, 전설에 의하면, 옛날에 세 선녀가 울릉도에 내려와 경치에 취해 놀다 돌아갈 시간을 놓쳐 옥황상제에 노여움을 사 바위가 되었단다. 특히 가장 늑장을 부린 막내 선녀가 변한 일선암에는 풀조차 살지 못한단다. 

▲ 풍파에 찢기운 몸체가 벌집처럼 성한 곳이 없다. (삼선암, 이선암)
▲ 사람들이 저것 두 삼선암이야? 물어서 아냐 저건 딴 바위야! 그래서 "딴바위" 삼선암 근처에 있는 딴바위이다

<나리분지, 전혀 딴 세상 >
댓 고개 넘어 울릉도에 유일한 평야 나리분지에 왔다.  섬이라는 생각이 전혀 안 드는 평범한 산촌 마을이다. 큰산, 작은 산, 완만한 곡선의 언저리 사이좋게 어깨동무로 병풍을 두른 가운데 제법 너른 평지가 있고 그 곳에 사람들이 산다.

▲나리분지 제법너른 평야이다. 섬말나리가 많이 자생해 나리분지가 되었다.

직경이 3km정도 되는 아늑한 보금자리에 예전에는 93가구, 500여명이 살았었는데 지금은 16가구가 산다고 했다.

이 곳은 화산재 침전 사토 지역으로 배수가 빨라 논농사는 안 되고 주로 밭에 명이나 부지깽이 나물 종류를 경작한다고 했다.  

▲ 오가는 사람이 보이지 않아 쓸쓸해 보이는 경로회관이다.
▲ 나리분지 유명식당에서 산채비빔밥으로 점심 해결. 나물 천지, 어. 깍두기도 있다.

<송곳봉과 성불사>

나리분지에서 점심을 하고 울릉도 내륙을 왼편에 두고 (바다가 오른편) 죽암 몽돌해변과 천부항을 지나 추산리 송곳봉(452m) 밑, 사찰 성불사에 왔다. 성불사는 울릉도 유일한 노천 법당으로 밖에서 예불을 본다.

▲ 우리나라 10대 비경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삼각형의 큰바위 삐닥한 송곳봉 이다. 그 밑에 성불사가 있다.
▲ 송곳봉 옆바다에 코끼리 바위가(공암)떡하니 자리하고 있다. 주상절리 형태를 잘 관찰할 수 있다.
▲ 먼 발치 코끼리 바위, 일명 공암.

<성하신당>

일행과 간단한 예불을 올리고  울릉도 무사기원제와 고관들이 부임하면 인사를 올린다는 태하 마을에 있는 수호신 성하신당에 왔다.

▲ 성하신당, 곰솔의 크기에서 오랜 세월을 느낄 수 있다.
▲ 성하신당에 모셔져 있는 동남 동녀

성하신당에는 슬픈 설화가 있는 동남 동녀를 모시고 있다. 조선조 태종 때 울릉도 안무사로 파견된 관리가 일을 마치고 돌아가려 하자 태풍이 몰려와 바람이 잦기를 기다리던 중, 꿈속에 해신이 나타나 남녀아이 두 명을 두고 가라는 계시를 받고, 심부름을 시켜 놓고 몰래 떠났다.

후에 관리는 죄의식을 느껴 다시 울릉도에 와 보니 이 아이들은 이미 죽어 뼈만 남아 있어,
그들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동남동녀 신당을 짓고 제사를 지내 주어 성하신당의 기원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하루가 바쁘게 지났다.

<둘째날- 5월27일>

저동항 촛대바위, 내수일출전망대, 봉래폭포, 그리고 독도>

<저동항과 촛대바위> 7시반 아침식사를 쌀밥, 콩나물국, 반찬, 조촐한 백반으로 하고 도동한 옆댕이 저동항으로 갔다. 

▲ 도동항 보다 큰 저동항, 오징어배들이 바다에 가지 못하고 묶여 있다.

항구에 전형적 비린내와 투박한 경매 은어가 생것처럼 튀는 그런 어판장을 기대했으나, 오징어 배들은 항구에 묶여 있고 갈매기가 물고기 손질하는 아낙 몰래 살점 하나 날름 훔쳐 먹었다.  

▲텅빈 경매 어판장, 적막감이 돈다. 갈매기들도 쉬고있다.
▲ 훼대에 오징어 몇 마리, 오징어가 안 잡힌 덴다.
▲ 갈매기 날름 날것 한 점, 쫓아도 끈질기게 안 간다.

촛대바위에는 슬픔전설이 서려 있다. 아내를 일찍 사별한 어부가 어린 딸만 남겨 두고 고기 잡으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하자, 아버지를 기다리던 딸이 바다에 나갔다가 다른 배를 보고 아버지가 돌아오는 줄 알고 바다에 뛰어 들었다가 풍랑에 죽고, 그 자리에서 바위가 되었다는 슬픈 얘기. 그래서 일명 <효녀바위>라고도 한다.

▲항구 뚝 옆에 촛대바위가 있다.
▲ 고기잡으러 바다에 나간 아버지를 기다리다 바위가 된 촛대바위, 일명 효녀바위다. 멀리 죽도가 보인다.

<내수일출전망대>

먼 거리도 아닌 거기서 조~기 같은데, 버스를 타고 산등성이 구불구불 고개를 올라 전망대 주차장에 왔다. 

▲ 복작 거리며 오르고, 내리고
▲ 왼쪽 해안 끝이 관음도이다.

나무를 덧대 만든 가파른 계단길 30여m을 올라 전망대에 섰다. 울릉도 3대 비경중 하나인 멀리 왼편으로 관음도 죽도가 들어온다. 그리고 오른편으로 저동항, 항구에 멋진 해안 풍경이 장관으로 들어 온다.

▲ 전망대 오른쪽에서 바라 본 저동항 일대 장관, 비로소 멋짐에 박수를 보낸다.

< 봉래폭포>

저동항 뒤편, 산으로 오르면 중턱 쯤 봉래폭포가 나온다. 관리소에서 봉래폭포 까지 800m, 자박자박 걸어도 20분이면 족하다. 오르는 길에는 찬바람이 불어 나와 "천연에어컨"이라는 풍혈(바람구멍)과 일본인 들이 심어 조성된 수령 100년 이상된 삼나무 산림욕장도 지난다.

▲ 천연 에어콘 , 찬바람이 나오는 풍혈이다.
▲ 일본인들이 심었다는 삼나무, 나무의 청정 피톤치드의 호흡, 정신이 맑아졌다.

봉래폭포는 성인봉 중턱에서 용출하여 내려오는 3단 폭포로 암석의 차별침식에 의해  형성되었고, 사시사철 맑은 물줄기가 마르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내린다. 낙차는 약 30m이며, 유량이 풍부해 울릉도 남부일대의 중요한 주민 상수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 화산의 풍화가 3단 폭포를 만들었다.
▲ 폭포 수량은 많지 않았지만 물이 맑고 깨끗했다.

<드디어 독도>

오전 폭포 트레킹을 마치고 2시 드디어 독도 가는 시스타 배에 오른다. 울릉도에서 독도까지는 87.4km, 200리 길이다. 1시간 30여분, 독도에 왔다. 

▲먼 발치에 라도 만나는 행운을 감사하며-

어제 묵호에서 타고 왔던 시스타 큰 배가 독도 도크에 접안하려 애를 쓰지만 파도가 심해 기우뚱댄다. 

조마 조마, 다시 시도 뱃전에 쿠-궁, "도저히 파도가 심해 독도에 내릴 수 없으니 뱃전에서 독도를 만나시라는 안내방송.

▲울릉도 누나의 둘째 동생 독도, 멀리서 나마, 악수를 하려니 팔이 닿지 않았다.

아! 이런 실망, 독도에 내려 악수라도 나누며, 울릉 누나의 소식을 전해주고 싶었는데,10년전에도 울릉도 왔다, 이 놈의 파도 때문에 독도에 못 내렸는데, 또 그런다.

▲ 그림자라도 만나는 것, 다시 독도에 대한 생각을 다잡는다. 역광이 심해 잘 담지 못했다.

20여 분, 뱃전에서 독도를 만나는 안타까움, 내 남은 인생의 버킷리스트로 올리고 꼭 독도 만나러 또, 울릉도 와야겠다.

▲ 태극기 흔드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올랐다. 잘 있으시게! 언제 또 올 수 있을래나.

독도에는 현재 52명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으로 주민등록을 이주하여 거주하던 사람은 최종덕으로 1965년부터 1987년 사망할 때까지 거주했다.

그후, 김성도·김신열 부부가 1991년 11월 17일부터 서도에 거주하며 어로활동을 하며 거주했으나, 김성도씨도  2018년 10월 21일 지병으로 별세하였다고 한다.

▲ 독도, 저 아름다운 우리 땅, 어딜 감히 넘보는가! (사진:한국관광공사)

독도에 실제 거주하지는 않지만, 호적상 등재된 가구 및 인원은 149가구에 531명이 이라고 한다. (2021년 자료)

또한, 등대원 3명과  울릉경비대 예하, 독도경비대 1개 소대가 상주, 독도를 불철주야 지키고 있다.

<세째날 - 5.28>

향목전망대- 대한민국 10대 비경

▲ 우리나라 10대 비경을 볼 수 있는 향목전망대, 양떼 목장처럼 목가적 풍경이다.

이제 오늘은 집으로 떠나는 날이다. 자유 여행시간, 동료 몇과 우리나라 10대 비경이 자리한 향목전망대로 향한다.
태하 성하신당이 있던 곳에서 바닷가로 나가면 선착장 위쪽의 해안절벽에 향목전망대와 울릉등대 가는 산책길이 나온다.

▲ 모노레일을 타고 편하게 비탈길을 오른다.

전망대는 울릉도등대(태하등대)와 지척에 같이 있다.  예전에는 걸어서 그 곳까지 가야 했는데, 지금은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있어 편하게 갈 수 있다. 이용 요금은 4,000원, 경로우대 2,000원이다. 

▲ 아름들이 동백나무 숲길을 자박자박 걷는다. 생각외로 발 편한 흙길이다.

모노레일을 타고 급한 절벽을 올라 능선에서 내리면 울창한 동백나무 숲길이다. 완만한 능선 길을  느긋하게 걷는 재미가 있다. 향목전망대 가는 표지판을 지나면 테크 길에 끝, 양떼목장에 능선같은 초목 지대에 작은 나무집(화장실)과 전망대가 보인다.

▲ 울릉도등대(태하등대) 전망대와 사촌으로 산다.

전망대에서 경치를 조망해 보면 왼편, 해안선 끝에는 "대풍감"이라는 절벽 바위가 있고 그 바위 벼랑에 키 작은 향나무들이 자생한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전망대를 잘 만들어 놓았다.
▲ '대풍감'이라는 절벽 바위, 벼랑 틈새로 향나무들이 어렵게 발 붙이고 살고 있다.

이 향나무들은 바위틈 소량에 토양과 바닷가 강한 바람 등으로 간신히 자라기 때문에 독특한 모양의 생태를 이루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49호로 보호 되고 있다.

▲ 멀리 송곳바위, 바다에 코끼리 바위가 보인다.

우측으로 보면, 가파른 절벽 산들과 벼랑길, 멀리 현포의 송곳산, 추산, 현포 해안선이 아스라이 펼쳐져 그야말로 장관이룬다.  

▲ 해안, 멋지지만, 아직도 풍화작용으로 바위들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 요렇게 U자형 해안으로 우리나라 10대비경 중 하나이다.

발밑으로는 물속 조약돌이 그대로 보이는 옥빛 바다색을 띠고 있는 웅포 해안이다. 그러나, 사람 왕래가 불가능하다.

<황토구미 너머- 태하 낚시터> 향목전망대를 내려와 태하항 윗 쪽, 황토 흙이 난다는 황토구미 언덕 너머 태하낚시터로 향한다.

▲ 아찔, 아찔, 소라 계단, 또 엉금 엉금 기었다.

이 낚시터로 가려면 4층(19m)으로 조성된 소라계단을 통과해야 언덕길에 오를 수 있는데 양옆으로 가림막이 없어 이것 또한 아찔함이 장난이 아니다. 경로인 배려차원에서 계단없이 만들어서 그렇단다.

▲아름답지 못한 기괴한 바위, 낚시터 가는 길에..
▲ 누가 시멘트로 장난 쳐 놓은 것 같다. 이 바위들은 조면암의 타포니가 형성된 것이란다. 타포니는 소금이 붙어있다 구멍을 낸 흔적이란다.

소라계단을 올라 테크 길을 내려가니 누가 시멘트를 응개 처덕 처덕 발라 놓은 것 같은 생소한 해안이 나타났다. 해변 끝에서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있다.  

▲누가 시멘트를 여기에 발랐나? 사람들이 해변 끝에서 낚시를 하고있다. 그래도 절경이다.
▲울릉도에서 마지막 식사 홍합밥을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메뉴판 가격이 만만치 않다. 재료 조달이 수월치 않을테니 이해가 간다.
▲ 2박3일 관광 지도

<행남 해안 산책로>

태초의 울릉도 역사는 아직도 진행형

▲ 아직도 태초의 용암 역사가 진행 중인 행남 해안 산책로.

오전, 태하 향목전망대 지구, 관광을 마치고 다시 도동항으로 와 점심을 먹고 행남 해안산책로를 트레킹 한다.

이 해안 산책로는 태초의 용암이 분출하여 울릉도가 만들어지고 수세기가 지난 지금도 풍화작용으로 변화가 진행형이다.

▲ 여객터미널 지붕 위를 통과해야 해안길 입구에 닿는다.
▲ 산책로 입구이다.

여객터미널 뒷편으로 조성된 해안 트레킹 코스를 사뿐 사뿐 가볍게 걷는다.  울릉도를 조금이라도 더 알게 되고, 이해 하게되어 친해지게 된, 이제서야 가족같은 은근한 쾌가  콧노래로 표출된다. 

▲ 시작부터 바위가 파인 동굴 길도 지나고, 가끔 굴 안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온다.
▲ 생각지도 못한 현대 추상화, 그 그림 안을 걷고 있다.

등잔 밑이 어두운 법, 저동항 숙소에서 가까이 있었음에도 못 돌아보고 갈뻔했다. 덩어리 암벽 바위가 비바람, 파도에 파이고 찢기우고 또 파서 동굴도 만들고 기기 묘묘한 형태로 구현된 현대 추상화의 장대한 갤러리다.

▲ 바위 안 동굴 속으로...
▲ 현대 추상화를 이해할 수 있겠어? 상상은 각자의 몫.
▲ 그냥 그냥, 또 그냥, 그냥, 가도 또 가도 ... 야~!

처얼썩~ 하얀 포말이 바위에 부딪는 적당한 볼륨의 달직한 파도소리, 가끔, 저들만의 사투리로 조잘 대는 갈매기 들의 은어, 선잠 깬 고래나 독도 강치라도 만나면 울릉도 고래 누나 소식을 물어봐도 되겠다.

호젓이 즐기는 현대 미술관에서의 느긋한 자유, 갑자기 울릉도 식당 주인의 말씀이 생각났다.

"울릉도 온 사람들, 이름난 관광지만 찾지, 거기 해안 길 가래도  잘 안가." 

이 곳은 시시할꺼라 지래 짐작, 잘 안 간다고 했다. 그래서 한산한 편이다.

- 왕복 1시간30분이 걸린 행남 해안 산책로트레킹, 이 비경길을  울릉도 관광 중에 놓치기 쉬운 코스이다.

정말, 신기하고 신비하여 딴 세상처럼 느껴진다.

<에필로그- 돈키호테가 되어>

문득, 돈키호테가 생각났다. 내가 돈키호테 기사가 되어 이 외진 길을 야윈 '로시난테' 말을 타고 판초와 아슬 아슬 걷고 싶다는 생각, 누군가 독도, 자기네 땅이라고 계속 우기면 '돈키호테' 날랜 창으로 "쌱~쌱"~

▲돈키호테와 로시난테 그리고 판초

가다가, 고래 누나도 만나고, 고래 동생도 만나고, 세상사는 일 뭐, 별거 있나...울릉도 딴바위도 있는데, 딴 사람, 이 시대의 돈키호테가 난데.

<울릉도 2박3일-맺음>

잃어 버렸던 가족을 찾은 느낌이다. 억지를 부려 고래 가족 얘기로 누나, 동생, 수양 삼았지만, 울릉도, 독도, 더 많은 애정과 사랑으로 보살펴야 할 우리의 국토이다. 내 나라, 내 가족이다. 독도를 보고 상륙 못해 안타까웠지만, 그 앞에서 끓어 오르는 뜨거운 피를 느꼈다.  다시 "당신의 버킷리스트"로 꼭 찾아 보길 바란다.

<울릉도 여행 팁>

◆ 배편 정보

포항여객선터미널(054-242-5111), 대아여객(1544-5117, www.daea.com), 후포여객선터미널(054-787-2811), 묵호여객선터미널(033-531-5891), 강릉(안목)여객선터미널(1577-8665, www.seaspovill.co.kr)이 있다.

*문의 : 울릉여객선터미널(054-791-0801), 연안여객선승선권 인터넷 예약 및 예매(www.seomticket.co.kr)

*배편의 출발시간은 주말과 연휴 등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필히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서울→묵호간 셔틀 버스가 있다. 문의 : 대아여행사(02-514-6766, www.dae-atour.co.kr)

◆ 추천 맛집

홍합밥은 보배식당(054-791-2683)이, 따개비밥과 약초해장국은 99식당(054-791-2287)이 괜찮다.

등뼈감자탕집(054-791-3760)은 따개비밥이나 등뼈찜 등이 괜찮고 밑반찬도 맛있다. 또 저동의 황제가든(054-791-0201, 새우물회), 나리분지쪽에는 산마을 식당(054-791-4643 토종닭)이 있고 씨앗주를 맛볼 수 있다. 나리촌(054-792-6082)에서의 산채정식중에서 삼나물 무침이 맛있다

◆ 숙박 

대아호텔(02-518-5000)이 괜찮다. 도동항에서는 칸(054-791-8500)이 괜찮고, 통구미에서는 거북모텔(054-791-0303)이 파도소리 들으며 잠들 수 있다. 추산쪽에서는 추산일가(054-791-7788)가 전망이 빼어나다. 

▲ 터미널 2층에 설치된 울릉도 상징 조형물

취재 : 2020.5.26~28  2박3일

<서울시정일보 울릉도(bagam@hanmail.net) = 박용신 기자>

박용신 기자의 블로그 <여행문학 풀잎편지 (Photo Healing Essay)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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