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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문학] 철원 주상절리 길, 그 잘랑한 잔도(棧道)

[여행문학] 철원 주상절리 길, 그 잘랑한 잔도(棧道)

  • 기자명 박용신 주필
  • 입력 2022.05.25 20:03
  • 수정 2022.05.27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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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주상절리길 드르니 스카이 전망대에서 강물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강물의 본성과 고마움을 생각합니다.

이 빼어난 경관에 물길이 없었다면 소녀 얼굴에 헌데나 버짐처럼 참 보기 뭐 했겠다는 생각입니다.

<주상절리 길, 그 잘랑한 잔도(棧道)>

  - 신화가 된 엄마의 강물을 만나다 -

 [서울시정일보 철원= 여행문학 박용신 기자]

▲ 철원 주상절리 길 지질을 잘 알 수 있는 동주황벽이다.
▲ 철원 주상절리 길 지질을 잘 알 수 있는 동주황벽이다.

 

▲ 철원 주상절리 길, 상상 그 이상의 곳, 한국에 샹그릴라를 만난다.
▲ 철원 주상절리 길, 상상 그 이상의 곳, 한국에 샹그릴라를 만난다.

주상절리길 잘랑한 잔도(棧道)에 든다. 어렵지? 잔도? 쉬게 접하는 말이 아니니까. 잔도는 한마디로 선반길이다.

▲ 벼랑 선반길, 누구라도 오금이 저려 온다.

벼랑에 선반을 달고 그 위를 걸어가게 만든 길, 중국 산악지대에서 많이 이용되어 붙여진 이름이다.

구멍이 숭숭 뚫린 철판 잔도 길, 저 아래 숭숭 속으로 발묵의 수묵화가 느리게 흐르다 영화의 막장처럼 까맣게 멈춘다.

▲ 당신의 심장을 시험하지 마세요. 아래 보기 금지.
▲ 잔도를 지탱하는 지지 철줄이다. 괜찮을 까?

인간이 가장 공포를 느끼는 높이가 10m라 했던가? 아마 그 쯤, 오금이 저려 오고 가슴이 잘랑 잘랑 댄다.

안전 난간을 힘껏 움켜지고 고개를 45도 부동으로 반 보씩 옮긴다. 괜히 왔나? 경치고 뭐고~

▲ 순담 게이트 입구

순담 게이트 매표소에서 입장료 1만원 짜리를 경로우대로 오천원에 할인받고 2천원 지역상품권으로 받았으니 3천원 낸 셈인데 언듯, 그것도 아깝다는 생각이 속 좁게 스친다.

▲ 위만 보고 걷다 보니 꼭대기 비벽, 바위 경계에 질서 정연한 돌단풍, 행렬을 보았다.

그렇게 엉거 주춤,  쭈밋 쭈밋, 잠시 허리를 펴고  좀 괜찮아져 주위를 둘러 본다.

안정을 찾은 시야로 페이드인(fade-in), "찰칵" 카메라 셧터의 경쾌한 음향 뒤끝처럼, 순간 포착되어 펼쳐지는 청록의 파노라마 풍경들,

▲ 철원 주상절리 길은 잔도와 교량으로 이루어져 있다. 靑청 春춘, 한 잔 더, 더, 더, 원샷. 캬!

그리고 강물을 기단 삼아 전시되어 있는 기묘한 석공예 작품들이 기척에 놀라 잠을 깬다.

▲ 살아서 꼬물대는 저 많은 석조 생명들...

늦 4월에 뭉툭한 바람의 끝, 모나거나 둥글거나 돌과 돌, 바위와 바위, 거북이거나 자라거나 또 개구리거나 그 시린 겨울을 이겨내고 살아서 꼬물대는 한탄강, 자연 산하(山河)에 숨소리들.

▲ 새끼 품은 자라 어미가 본성으로 경계심이 가득하다.

그랬다고 했다. 동주(철원의 옛이름)사는 이름난 석공이 경복궁 증축에 차출되어 몇날 몇 일, 해치(해태)를 조각하게 되는데,

그 동안, 고향집 팔순 노모는 농사철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아들이 그리워 하염없이 강뚝에 앉아 "저 물길 한양 가나?"

"가여버라! 가여워라! 내 아들 불쌍 타! 언제~오누." 마냥, 강물만 바라보다 떨어져 엄마의 강물이 되었다는 그래서 엄마의 한이 서려 한탄강이랬지.

▲ 조선후기 강희언의 돌깨는 석공도(출처:다음 백과). 그림에 주인공이 아마도 동주 석공이 아닐까?

어머니의 소식을 접한 아들은 해치를 조각하다 팽개치고 동주(철원) 고향에 돌아와  평소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동물들을 강물에 조각해 놓았다는 믿거나 말거나 전래 얘기.

▲ 뿔 없는 경복궁 해치(해태).

본래 해치는 정수리에 뿔이 달려 있으나, 경복궁 해치는 그 동주 석공이 해치를 완성하지 못하고 어머니 그리워 고향으로 달아난 덕에 뿔이 없다나. 

▲ 순담게이트에서 100여m 송림길을 지나 첫 쉼터에서 만나는 윗물길 계곡이다.

첫 대면 순담계곡, 어린싹 틔운 젖가슴 드러낸 엄마의 강물이 흐르고, 거기 얕은 산 언저리, 갈참나무가 물푸레가 관목들이 바람결, 청순한 옷고름 날리며 '봄날은 간다'를 합창한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 조선조 고관이 이 곳 어디쯤 연못을 파고 순채를 키웠다는 순담계곡이다.

입구 순담(蓴潭)계곡에서의 유유자적(自適), 동행한 동료가 가자고 어깨를 친다.

순담이라는 이름은 조선 순조 때 우의정을 지낸 김관주라는 고관이 이 곳에 연못을 파고 수련종 순채를 옮겨다 키워 '순담'이라 불렀다고 한다.

▲ 순채(수련과) 사진:강릉시

4~5백 미터 쯤, 철판길과 교량을 지나니 오금이 저리던 저 아래 풍경과 양 옆, 계곡 풍경들이 크리즈업 되어 선명하게 다가선다.

▲ 선명하게 다가서는 연초록 맑은 풍경들.

이 봄날에 볕이 좋구나. 새소리가 물소리가 그리고 싱그런 풋-내음, 저 절벽을 수 놓은 철쭉, 분홍꽃 빛이 좋다.

▲ 그대 단 한번이라도 분홍 꽃빛이었던 시절이 있었는가?

맞닥트리는 삼십 여개나 되는 쉼터, 무슨 다리, 전망대 등, 표지판을 머리 아프게 다 읽으며 갈 필요는 없겠다.

조금 섭하면 예쁜 이름 몇 개 훑어 읽고 가자.

▲ 이름은 그럴싸 한데 어찌 표지판이 촌티나누?

다리는 돌개구멍, 바위그늘, 쌍자라바위교, 쉼터는 쪽빛소, 동주황벽, 민출랑, 맷돌랑쉼터, 이쯤 기억했다가 주상절리 갔다 왔냐는 질문에 "응 거기 동주황벽쉼터"가 멋지지,라고 말할 수 있게 말이다.

▲ 낮선이와도 금방 친구가 되는 쉼터

그냥 가다가 쉼터가 나오면 아무데나 엉덩이 붙이고 걸터앉아 낮선 이와도 안면 트고 두런 두런 어디서 왔냐 고향도 묻고,

▲ 보아주길 간청하며 작은 물소리로 부르는 찌질 쌍폭.

가져온 오이 한쪽 나누며, 운 좋으면 해설사 만나 건너편 수만년의 세월을 담은 동주 황벽의 역사 얘기도 들을 수 있다.

가끔, 곁눈으로 찌질한 폭포도 바라다 보아 주자.

▲ 철원평야를 달려와 직각으로 파인 절벽.
▲ 그 절벽 아래 한 많은 한탄강이 흐른다.
▲ 25~15만년 전 세월이 만들어낸 현무암 지질대, 동주황벽이다.
▲ 찌질하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애기 폭포 하나. 황벽 끝자락에 있다

잔도와 교량으로 이루어진 3.6km 주상절리 이 길은 바쁠 것도 없이 천천히 가야한다.

▲ 천천히 걸어야만 보이는 것들이다.

급하게 걷다보면 비벽 서덜에 외롭게 핀 돌단풍과 그 애기붓꽃을 지나칠지도 모른다.

▲ 마음이 착한 사람만 보이는 용담초
▲ 벼랑에 기대 사는 애기붓꽃 가족.

좋은 말도 자꾸 하면 잔소리가 되듯, 수려한 경관도 연속으로 펼쳐지면 감각이 무뎌져 지루해 지는 법이다.

▲ 비벽, 바위에 겨우 의탁해 아찔하게 사는 한 생도 있다.

지루해 지면 잠시 멈춰 서서 풍경에 일부가 되는 거다. 
전망 좋은 쉼터에 스님처럼 가부좌 틀고 앉아 바위가 되거나, 돌이 되거나, 눈길 가는 대로 시선을 고정하고 넋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멍때리기 10여분.
그럼, 지금껏  살아온 길과 지나온 길 다 지워질 꺼다. 하얗게 하얗게~
백지가 되면 다시 연두 크레파스로 이 멋진 풍경들을 그려 새록해 지면 다시 길을 나서자.  

▲ 잠시 멈춰서서 그냥 시선가는 대로 - 자연에 일부가 되어서-멍...

<드르니 스카이 전망대, 사색에 길목에서>

▲ 잠시 쉬고 있는 강물을 본다.
▲ 드르니 스카이 전망대에서~
▲ 저 용은 언제 하늘로 가나?
▲강을 바라보며 강물의 시작과 끝을 생각합니다.

주상절리길 드르니 스카이 전망대에서 강물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강물의 본성과 고마움을 생각합니다.

이 빼어난 경관에 물길이 없었다면 소녀 얼굴에 헌데나 버짐처럼 참 보기 뭐 했겠다는 생각입니다.

▲ 때론 힘들게 이리 저리 여울목도 지나고-

어느 시인은 지향이 다한 바다 보다는 끊임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도전과 응전의 강물이 더 좋다고 했습니다.

▲ 옹달샘에서 시작된 강물은 바위 틈을 지나- 도전과 응전으로 앞으로만 나아간다.
▲ 절벽을 만나면 과감히 뛰어 내려 폭포가 되고

옹달샘에서 골짜기를 달려와 강물이 되기까지, 절벽을 만나면 뛰어 내려 폭포가 되고,

웅덩이(沼)를 만나면 뒷물을 기다려 기어코 바다로 향하는 강물의 지혜에서 순응과 포용을 배우고 더불어 사랑도 배운다고 했습니다.

▲ 편하게 흐르는 섬진강 물.

섬진강처럼 편안한 강을 놔두고 단애와 비벽에 틈, 한 많은 한탄강을 택해 흐르는 이 처연한 강물, 참 많이도 당신을 닮았습니다.

인생 여정에서 고단한 자식들을 품고 사는 딱 엄마강물입니다.

▲ 엄마의 강물은 곁을 내 주어 새싹도 키우고-

"여자도 사람이다"로 시작된 "신 자유주의", 이 시대 페미니스트 나혜석, 그의 일성(一聲)에서 "모성은 천성으로 준비된 사랑이 아니다."를 강력하게 부정하며,

▲ "왜 여자만 아기 낳나?" 밤새 싸움한 자라 부부가 돌아 앉아 햇볕을 쬐고 있다.

에구 내 새끼들 "다섯 손가락 다 아 프다"던, "찻길 조심해라." 구순 노모가 칠순 애비를 걱정하는 타고난 어미의 천성,

결국은 그렇게 엄마 강물로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허리가 휠 때 까지 임진강, 한강을 거쳐 강화바다까지 닿을 것입니다.

▲ 드르니게이트을 오르며 강물과 작별합니다.

또, 부산히 일어나 바다로 가려는 당신의 강물을 이쯤, 배웅합니다.

<왜, 한 많은 한탄강(漢灘江)?>

주상절리를 품고 있는 한탄강은 북한 지역인 강원도 평강군 장암산 남쪽 계곡에서 발원하여 김화군 경계를 따라 남쪽으로 흘러 들어 강원도 철원군과 경기도 포천시, 연천군을 흘러 한강의 제2지류인 임진강으로 흐른다.

한탄강? 왜 하필 한탄하는 강일까? 기실, 사람들은 흔히 6·25전쟁 중 다리가 끊겨 후퇴하지 못한 사람들이 '한탄하며 죽었다'고 해서 한 많은 강, 한탄강이라 불려진 것이라고 했다.

기실, 유명한 철원 북방 백마고지 전투에서 중공군 일만여명과 우리군 3,500여명이 목숨을 잃었으니, 한탄강이 싯뻘건 핏물이 흐른 건 자명한 일,  어찌 한이 없겠는가. 그 전투에서 장렬히 전사한 숭고한 우리 애국 청년들의 명복을 빌어 줄 뿐.

그러나, 한탄강 이 명칭은 '크다·넓다·높다'는 뜻의 '漢한'과 '여울·강·개울'의 뜻인 '탄灘'이 어울린 순수한 우리말이며, 이를 한문으로 음차 표기해서 한탄강(漢灘江)이라고 한 것이란다.

 

<철원, 주상절리를 마감하며>

철원 주상절리 드르니(들리다:우리말)게이트를 나오며 지금쯤 강화 앞바다에 도착했을 당신의 강물께 안부를 묻습니다.

이제 더 이상 달려 갈 필요가 없는 엄마라는 운명과 숙명을 완수한 바다가 된 당신의 강물 - 

다 내어 주는 하심(下心)이 이루어 낸 위대한 바다, 허허바다입니다.

당신은 모든 자식들에게 떳떳하고 당당하게  "나 이제 좀 쉴께"라고 말씀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좀 쉬셔요!"

- Forever - 부르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엄마!

한탄강 주상절리 강물에서 신화가 된 위대한 엄마 강물의 전설을 듣습니다.

▲ 엄마의 강물은 당신 가슴에 신화가 되어 오늘도 바다로 흐른다.

<終>

철원 하루의 여행,  참 많은 걸 보고, 느끼고, 배운, 봄날에 상큼한 하루였습니다.

도피안사에서 격조 높은 풍경에 매료도 되고, 지상 도솔, 고석정에서 풍류 한시에 젖기도 하고, 이 주상절리길에서 4월의 청순한 계곡, 관목들의 풋풋한 산소를 실컷 가슴에 채운, 풍경 부자가 된 하루였습니다.

▲ 클레식한 도피안사에서 피안에 들기도 하고-
▲ 고석정에서 외로움과 고독에 대하여 생각하기도 하고-

철원 주상절리길이 우리나라 경관 중  "천하 제일경" "한국의 샹그릴라" 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너무 길어 지루했고 조금 힘들었지요. 3.6km중간에 2.5km쯤에서 나오는 샛길도 만들었으면 그 좋은 풍광이 반감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여행팁 = 자가용 이용, 먼저 주상절리길 '드르니게이드'에서 '순담게이트'로  시작하는 것이 조금 수월하나, 걸으며 왼편으로 주상절리 풍경을 보게되어 멋진 풍경이 반감되니, '순담게이트'에서 '드르니게이트' 코스를 추천한다.

오전, 주상절리길 트레킹 → 점심 → 고석정 → 도피안사 → 노동당사(시간이 되면)  = 특별한  하루의 여행.

▲ 막국수는 왼손, 오른손, 제대로 비벼야 ~

여행지에서 먹는 것 또한 즐거움에 하나다. 고석정 국민관강지에 식당이 많은데 추천하고 싶진 않다.

▶ 먹을 곳 = 순담게이트 근처 <한탄강 막국수>집, 033-452-0419  깔끔한 맛이 좋았다.

<감기 몸살을 알아 기사가 늦어졌다. 잔인한 4월을 잘못 보냈나? 벌써 6월이 오네.>

여행문학 풀잎편지 (Photo Healing Essay) (daum.net) 블로그

 

서울시정일보 (bagam@hanmail.net) 여행문학 박용신 기자                2022.5.25 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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