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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꿈꾸는 섬" - 관매도에 가다.(下)

내 안에 "꿈꾸는 섬" - 관매도에 가다.(下)

  • 기자명 박용신
  • 입력 2017.08.07 11:12
  • 수정 2017.09.22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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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속에 섬, 진도에 섬, 관매도에 가다

# 민 낯이어도 아름다운 관매도. 저섬에서 석달만 살자. 그리운 것들이 없어질 때까지.(다리여 부근 등대가 가 보인다.)

[서울시정일보, 관매도 박용신기자]

젊은 날, 언젠가 나는 동해에 가 "꿈꾸는 섬"에 살고 있는 예쁜 고래 한 마리 잡고 싶었다. 누구의 노래처럼 삼등 완행열차를 타고 옆 좌석의 예쁜 아가씨가 동행해 주기를 은근히 기대하며 마지막 밤 열차를 타곤 했었다. 그러나 나의 기대와는 달리 옆 자리에는 언제나 커다란 보퉁이를 든 할머니가 타기 일 수 였고, 어쩌다 운수 좋은 날, 옆에 아가씨라도 탈라치면 두군 거리며 말도 걸기 전, 증산에 군대간 남자친구 면회 간다고 했다. 그렇듯 언제나, 나의 고래잡이는 허탕의 연속이었다. 후에 깨달은 일이지만 사실, 동해에는 '꿈꾸는 섬'도 존재하지 않았고 더더구나 고래는 살고 있지 않았다. 그걸 깨닫는데 참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어쩜. 저 섬에는 예쁜 새끼 고래 한마리 쯤 살고 있지 않을까? 관매도(觀梅島)에 가고 있다. 예쁜 고래 한마리 잡으러.

# 등대는 외롭다 말하지 않고 세월을 견디고 있다. 고래를 보았냐고 물으니 웃기만 했다.(관매도 다리여가 보이는 언덕에서)

나의 '꿈꾸는 섬' 관매도에 왔다. 고래 잡으러. 진도항(팽목항)에서 배타고 1시간20여분, 날개를 편 매의 형상을 하고 있는 관매도는 장편, 관매, 관호, 3마을로 이루어져 있는데 세 마을 합쳐 100여호 남짓, 그중 관매마을이 제일 크다. 관호마을로 가고 있다. 잘 포장된 도로를 겨우 승용차 한대 비껴 갈 수 있는 공간을 제외하고 모두 톳을 말리고 있다. 아낙들의 부지런한 손놀림, 톳은 이 곳 관호마을 주민들의 주 수입원이다. 관호마을 돌담길 골목을 돌아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 고갯길에 섰다. 누군가 한키 높이에 돌담을 쌓아 놓았다. 산 고개에 웬 돌담? 이 돌담을 관호마을에 울타리 역할을 하는 우실이라고 한다. 우실은 재너머 불어오는 바닷바람으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고 온갖 재액과 역신을 차단하는 기능을 하며, 자아의 경계, 마을의 경계, 성과 속의 경계의 의미도 담고 있다고 한다. 우실의 문은 마을에서 상여가 나갈 때 산자와 죽은자의 이별의 공간이기도 하다.

#관매도 섬마을, 관호마을이다. 무척 평화롭고 여유로운 윤기가 흐르고 있었다.

# 관호마을은 톳이 주 수입원이다. 톳을 말리고 있는 아낙.

#마을 골목길 어귀 어디 빈 공터에는 여지 없이 톳이 차지를 하고 있다.

# 해변으로 가는 고갯마루, 우실(바람막이 돌담)이 있다. 서낭과 마찬가지로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 역할을 하고 산자와 죽은 자의 이별의 공간이기도 하고 이승과 저승의 경계이기도 하다.

언덕 고개를 넘으니 해변 특유의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진다. 하늘에 닿은 맑은 바다와 푸른 하늘, 경계가 모호하다. 저 높이 바다의 소식이 궁금한 큰바위 얼굴 바위산, 그 아래 푸른 나무들이 어깨한 능선으로 하늘길이 나 있고 파도소리 찰랑대는 해변으로 올망졸망 크고 작은 돌들이 가부좌 틀고 명상(瞑想)에 잠겼다. 가슴을 여니 어머니의 품속같은 안식(安息)이 자리한다. 살그미 다가서는 해변, 물살에 손을 담그고 눈을 감는다. 소라의 뱃고동소리, 해초의 노래에서 당신에 소식을 듣는다. 아파야만 했던 청춘의 기억들이 부표처럼 떠있고 햇살아래 빛나던 꿈들이 갈매기처럼 날고 있다. 얼마 만인가, 이렇게 사유(思惟)할 수 있는 시간이, 그대에게 참 멀리 돌아 왔다. 사람으로 태어나 손가락 걸어 약속할 수 있고 뜨거운 눈물 흘려 사랑할 수 있었던 아름다운 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대! 보고 싶다고 이름을 불러 본다.

#해변가 조붓한 길을 걷는 재미, 마음도 풍경처럼 물이 든다.

# 오염되지 않은 해변은 톳, 미역, 다시마, 조가비 등, 자연산 먹거리들이 널려 있었다. (관매도 해변)

# 홍합 조개가 덕지 덕지 붙어 살고 있었다. 그렇게 많은 조개를 본적이 없었다.

#전설 속 공기돌 바위, 꽁돌. 바위에 하늘장사가 집었던 선명한 왼손 자국이 나 있다.

# 뜬금없는 이라는 말이 제대로 어울리는 이 꽁돌바위는 해변가에 덩그마니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해변에서 하늘 위 선녀들이 가지고 놀다 떨어트린 덩치 큰 공기돌 일명 '꽁돌(직경4,5m)'을 본다. 마치 설악산 흔들바위를 닮았다. 저거야 말로 뜬금 없는, 너만 외톨로 덩그마니, 이 꽁돌은 옥황상제의 딸들이 가지고 놀다 지상으로 떨어뜨린 공기돌인데, 이를 하늘장사를 시켜 찾아오게 했으나, 하늘장사는 어디서 들려 오는 거문고 소리에 꽁돌 가져가는 것을 잊어버렸단다. 이에 진노한 옥황상제는 하늘장사를 꽁돌에 가두어 버리고, 어디선가 살려 달라는 애원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꽁돌에는 하늘장사가 손으로 꽁돌을 집었던 손자국이 선명이 나 있다. 또한, 꽁돌 앞에는 1m남짓 왕의 묘같은 돌묘가 있다. 음산한 전설. '꽁돌'이 있는 해변가로 새까맣게 아니 덕지덕지가 어울리겠다. 홍합 작은 조가비들이 올망졸망 일가를 이루며 하루를 살고 있다. 처음 보는 광경에 입이 벌어지고 이지역이 얼마나 청정지역인가 생각한다.

# 하늘 가는 길을 오른다. 비경의 시작이다. 거기 끝에 하늘다리에 서면 고래 한마리 보일꺼다.예쁜 새끼고래 한마리.

#메꽃이 자세를 낮추고 바닷바람을 피하고 있다 살아가는 지혜.

# 하얀 해당화가 고개를 내밀고 바다를 구경하고 있다.

꽁돌을 뒤로 '하늘다리' 가는 길을 오른다. 완만한 해변의 마실 능선, 숲의 나무들은 싱그럽다. 갯바람 맞으며 자라는 나무들은 푸른 빛의 농도가 육지의 것보다 더 짙고 상쾌함의 느낌 지수가 높다. 시야를 맑게 씻어 주는 해맑은 풍경 안에서 걷는 것에서 오는 얼마의 땀 흘림은 흡족한 미소를 준다. 손수건에 배어 든 땀내, 그 싫지 않은 향수, 해풍에 흔들리는 저 찔레꽃과 메꽃, 그리고 해당화, 궂은 날에 몸을 낮추기 위해 키를 높이지 못했다. 측은지심은 작은 키의 나와 동질감 때문인가. 서둘러 발길을 재촉한다.

#큰바위 산이 쩍 갈라져 물길을 냈다. 이쪽과 저쪽의 소통을 위한 연결통로.(다리위에서 바라본 모습)

#바다쪽에서 바라본 하늘다리, 높이가 50m나 된다.

#하늘다리가 놓여 있는 바위산, 산허리로 걸어온 길이 보인다.

# 인동초가 바다를 바라보며 피어 있다. 저 끈질긴 생명력.

3,40분. 하늘다리에 닿았다. 바위산이 갈라진 단애(斷崖)사이 비벽의 사이 50m쯤, 깍아지른 저 아래 바다가 있다. 3m쯤의 틈새, 넓이 뛰기하듯 하나, 둘, 셋, 건너 뛰어 볼까? 아서라 다행히 다리가 놓여 있다. 투명 아크릴판을 댄 다리 중간에서 밑을 내려다보니 오금이 저려 온다. 눈을 감고 간신히 난간을 잡고 탈출한다. 식은땀, 다리여(지명:관매8경중 하나)가 보이는 바위봉에 오른다. 사실, 길은 하늘다리에서 멈춰있다. 바위봉에서 질끈, 바라보는 풍경들이 절경이다. 왜 이 곳까지 길을 내지 못했을까? 그러나, 이 바위봉은 사암(砂岩)이라 인위적 훼손의 염려가 있어 길을 내지 못했단다. 카메라만 고단하다.

# 후박나무를 보러 가는 송림길, 솔내음이 짙게 풍겨왔다.

다시 돌아 나와 송림 숲 근처 송림식당에서 노부부가 차려 주는 식사를 하고 소나무 숲길을 오붓하게 걷는다. 진한 솔내음이 바람을 타고 코끝을 자극한다. 족히 100여 년의 세월을 보냈을 아름들이 소나무들이 3만여 평의 너른 터에서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다. 솔밭길을 조금 돌아가니 아름들이 후박나무룰 만났다. 얼마나 정이 두텁고 베품이 많아 후박(厚朴)나무라 했을까? 여러 갈래 참으로 많은 가지를 뻗고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은 잎을 달고 서 있다. 섬마을의 두툼한 인심처럼 그냥 푸짐해 보이는 이상한 나무.

#300년쯤 된 후박나무가 후박하게 서 있다. 이 나무는 진도 천연기념물 212호다.

본격 송림 안, 언제인가 학생들이 떠나간 이순신 장군의 세멘 동상이 서 있는 폐교를 만났다. 스산한 기운, 조금 더 가니 누군가 소나무 숲에 야외 음악당을 세웠다. 악사들이 떠나간 무대에는 잡초만 무성하다. 전국 최대를 자랑하는 해변가 양질의 피톤치드가 넘쳐 나는 소나무 숲,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많이 찾아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곳에서 텐트을 치고 야영도 할 수 있다. 송림숲길을 관통해 1.5km, 이제 지루해질 즈음 바닷가 해수욕장으로 나왔다. 반달같이 둥근 해변, 끝과 끝이 2km나 되는 모래사장이 맨질 맨질 발을 간지른다. 모듬발을 굴러도 발이 빠지지 않는 진흙이 약간 섞인 사장(沙場) 길, 신발을 벗고 발목까지, 잘방잘방 물장난을 치며 걷는 물길, 오랜만에 천진한 아이가 된다. 이번 여름 휴가지 1번으로 생각해 두며 자리를 뜬다.

#바다가 보이는 소나무 숲속 길, 어슬렁 거려며 걸어도 좋은 길이 2km나 된다. 올 여름 휴가는 이 숲속에 텐트치고 사나흘 사는 일이다.

#송림가 해수욕장은 발이 빠지지 않는다. 발목까지만 담그고 쭈-욱 걷는 재미 등산길과 전혀 다른 재미.

#해변에 해당화가 숨어 피어 있다.

예전에 관매도는 볼매도(乶梅島)라 불리었는데, 후에 관매도(觀梅島)로 개칭되었다. 새가 먹이를 쪼다 쉬었다가는 섬이라고 볼뫼, 볼메, 볼매(乶邁)라 하다가 볼은 한자 표기로 ‘관(觀)’자로 매는 ‘(梅)’자로 고쳐져 오늘날의 관매도가 되었다나, 약 2㎞에 달하는 해변에 매화가 무성하게 자생하고 있어 관매도라 불렀다고도, 그러나 매화는 없었다. 최근 조림한 매화나무가 자라고 있을 뿐.

관매도에서의 하루, 아름답게 만들어진 소중한 추억을 일기장에 기록하며 밑줄을 쳐 책갈피에 접어 두고 또 다른 여행을 위해 페이지를 넘긴다.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마음을 달래며, 아직 만나지 못한 예쁜 고래 한마리, 그 고래는 관매섬 어딘가에 살고 있다는 소식으로 위안을 삼으며, 언젠간 만날 그 고래를 위하여 방아섬(남근섬), 하늘담(벼락바위)등, 비경 관매8경은 다음을 기약한다

#겨우 암봉하나 오르고 정복자처럼 두팔을 벌리는 행복한 이여! 두눈에 담은 그 아름다움은 비밀로 하시게. 소문나면 그게 또 지켜 지겠나.

#관매도는 해변을 따라 걷는 산책길이 좋다. 이웃집 마실가듯, 어슬렁 거리며 걷다보면 하루 해쯤 금방 가고 만다.

<끝 맺음>
이번 진도, 관매도 여행에서 나는 많은 곳을 다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이순신 장군도 만나고 추사선생의 세한도(歲寒圖)도 다시 배우며, 소치선생 가(家)의 대를 이은 그림 사랑도 보았다. 자랑스럽기도 했지만 역사의 뒤안길에서 아파야만 했던 과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오늘의 진도가 있게 한 이름 없는 사람들, 그들에게도 경애를 표한다. 또한, 어렵고 힘든 농촌생활에서 소리와 농악을 예술로 승화시킨 소포리 사람들, 그들의 감동 어린 노력은 대한민국 농촌마을의 귀감이 되고 박수 받기에 충분했고, 그네 들과 나눈 밥 한끼는 사람의 인연과 정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케 했다. 질그릇같이 정 많고 후덕한 관매도 사람들, 그들이 저 아름다운 섬을 난 개발 유혹에서 벗어나 자연 그대로를 지켜 내며 행복하게 살기를 기대해 본다.

#관매도 전도(全圖): 노란글씨가 관매팔경이다.

◇관매도 어떻게 가나.

진도항(팽목항)에서 여객선승선 1시간 28분소요.요금 11,000원(진도항▷하조도경유▷관매도선착장)

 

◇잠잘 곳

▷ 마을에 주민이 운영하는 민박집이 13곳이나 있고 관매마을에서 운영하는 펜션형 민박이 한 곳 있다.

서울시정일보 논설위원장

팸투어/여행문학가

풀잎편지(Photo Healing Essay)

 

기사등재 2017.8.7

 

 

(박용신 기자 bagam@hanmail.net)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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