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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복날인 나라, 몽골 짧은 여행의 기록(2박3일)-1부

매일 복날인 나라, 몽골 짧은 여행의 기록(2박3일)-1부

  • 기자명 박용신
  • 입력 2017.07.24 09:47
  • 수정 2017.09.2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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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정일보 몽골, 박용신기자]

<몽골리안, 바쁠 것도 없는 사람, 사람들.>
너른 계곡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 부드러운 구릉 산들에 능선, 가만히 들여다 보는 곳마다 키 작은 쑥부쟁이, 달맞이 등, 야생화들이 이름 모를 풀들과 어울려 질펀하게 피어 있다. 비가 오지 않아 시들하게 생기를 잃은 풀들이 안스럽다. 멀리서 몇 마리 말들이 느긋하게 풀을 뜯고, 뭉실한 산들에 분지 품으로 옹기 종기 모여 있는 게르(천막집) 군락들이 한가롭다. 바쁠 것도 없는 사람들의 거동 속에서 평화라는 단어가 잘 어울린다.

#부드러운 능선은 사람의 마음을 여유롭게 한다. 바쁠 것도 없는 사람들을 만들었다.

# 산 언덕으로 와송, 부처손이 자라고 있다. 거기도 비가 안와 가뭄이 심하다.

기실, 울란바타르는 몽골에 수도지만 7,80년대 미완의 우리 서울 같다. 징기스칸 국제공항은 용산역 보다 작다. 도심 외곽, 버스 종점에서 만난 사람들, 아가씨들의 패션 맵시는 서울 색시 못지 않다. 이 곳도 헤진 청바지 무릎이 유행이다. 신작로를 따라 노란 프라스틱 물통을 든 장정들이 웃통을 반쯤 걷어 올려 배를 내밀고 지나간다. 훗훗한 더위가 약간 불쾌하다. 손을 들어 태워 달라는 사람, 길에 대파를 진열하고 사 달라고 손짓하는 엄마와 아들,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이다.

#울란바타르 도심 외곽 마을이다. 7, 80년대 우리나라 산동네 같다.

#울란바타르 외곽 버스 종점, 종점에서 갈 곳 없던 내 유년이 생각났다.

<징기스 후레>

#"징키스 후레"에 서 있는 징키스칸 동상

첫날, 초청해 준 MTV(대표 윤재흥, 한국인) 방송국을 방문, 주조정실을 견학하고 직원(모두 몽골인)들과 '게르(천막집)'가 군락으로 조성되어 있는 '징기스 후레'로 이동한다. 이 곳은 아셈(ASEM)회의 만찬장으로 사용된 곳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도 다녀간 곳이다. 큰 수레바퀴가 달린 '게르'가 인상적이다. 징키스칸이 세계를 정복하던 시절, 장병들의 이동 숙소로 요긴하게 사용되었으리라. '게르' 군락 뒤 동산을 배경으로 징키스칸 대 동상이 서 있다. '울란바타르'를 벗어나 이동하는 동안 내내 풀밭만 지속되고 있어 이 곳 땅들은 나무가 못자라는 척박한 땅 인줄 알았다. 하지만 동산에 위쪽 언저리로 제법 나이가 든 자작나무들이 싱그럽게 바람에 가지를 흔들고 있었다. 나무가 자랄 수 있다는 얘기.

#"징기스 후레"에 조성된 '게르' 군락 휴양지

#이동이 용이하게 바퀴가 달렸다.

#아샘 만찬이 열렸던 대 게르 레스토랑

#내부 장식품은 금으로 도금되어 있다. 생각보다 무척 호화롭다.

 

<끝 없는 초원과 '타르왁'의 전설>
왜 나무를 안 심을까? 믿거나, 말거나. 그 옛날, 몽골에 한 왕이 귀는 당나귀 귀, 코는 돼지 코, 이는 뻐드렁니, 머리에는 도깨비처럼 뿔이 나 있는 아주 흉칙한 얼굴을 한 아들을 낳았지요. 왕은 이 사실이 밖으로 알려질까 봐, 몸종, 시녀를 하나 붙이고 외출 금지를 시켰답니다. 매일 매일 무료를 달래고 있던 왕자는 어느 날, 시녀가 무엇을 몰래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어허 시녀야! 무얼 그렇게 혼자 먹고 있느냐?" 왕자는 무례하게 자기의 간식을 훔쳐 먹는 줄 알고 호통을 치며 물었는데, "네, 왕자님, 이것은 우리 어머니가 보내 주신 '아롤'입니다." "아롤! 그거 나도 좀 줘 봐라." 왕자는 '아롤'을 먹어 보고 너무 맛이 있어 시녀를 고향에 보내 '아롤'(우유로 만든 몽골의 전통과자)을 많이 만들어 오게 하였지요.

#왜 산, 벌판에 나무가 없을까? 무척 고민을 했다. 몽골은 땅에 금만 긋고 신고만 하면 내 땅이다. 사유는 허락치 않고 임대 신고제다..

모처럼 고향에 가게된 시녀는 뛸 뜻이 기뻐하며 고향으로 가다가, 그 동안 꾹꾹 참고 있던 "왕자님 귀는 당나귀 귀, 왕자님 코는 돼지 코, 도깨비! 도깨비!"를 자작나무 숲 앞에서 고래 고래 소리쳤는데, 그 소리가 바람을 타고 전국으로 번져 순식간에 백성들에게 알려지게 되었지요. 이를 알게 된 왕은 크게 분노하여 누가 소문을 냈는지 신하들에게 조사를 하게 하였는데, 신하들은 시녀가 소문을 낸 사실을 알았지만, 시녀가 다칠 것을 염려, 엉뚱하게도 저 숲 너머에 사는 '타르왁(쥐과에 토끼만한 동물)'이 엿보고 소문을 냈다고 거짓을 아뢰었답니다.

#타르왁은 정말 발가락이 네개이다. 저 푸른 숲을 '타르왁 '때문에 불 태웠다.벌판에 쥐처럼 굴을 파고 산다. 양처럼 맛 있는 요리 재료로 희생 되기도 한다.

왕은 "그래? 저 숲들을 당장 불살라 버려라!" 명령하고 "타르왁"을 잡아 다시는 이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발가락을 잘라 버릴 것을 명하였는데, 신하들은 아무 잘못도 없는 '타르왁'이 불쌍해서 발가락 하나만 자르고 돌려 보냈답니다. 그래서 벌판은 나무들이 하나도 없는 민둥 초원이 되었고 '타르왁'은 땅에 굴을 파 살게 되었는데, 발가락이 하나 잘려 네개가 되었다는 근거 있는 얘기, 보통에 동물들은 발가락이 다섯인데 정말 '타르왁'의 발가락은 네개이다.

<나담축제 그리고 느릿 느릿.>

#천천히 느릿, 느릿, 선수도 관중도 아무도 바쁜 사람이 없다. (씨름 경기)

#활쏘기, 비거리가 꽤 멀었다. 쏠까, 말까, 한 참 기다리니 한 사람이 활 시위를 당긴다.

'징키스 후레'에서 일정을 소화하고 우리나라 경기도 격인 '토브 아이막' 나담축제장으로 가고 있다. 원 나담축제는 울란바타르 시립경기장에서 열리고 소도시에서도 분산 개최되고 있었다. 도경계에서 잠시 기다리니 도의원 '도가르'가 안내 마중을 나왔다. 반갑게 악수를 하려고 손을 내미니 주머니에서 조그만 향수병(담배향)을 꺼내 뚜껑을 약간 열어 건넨다. 몽골인 통역 설명으로 몽골 전통 "허르크"라는 의식으로 정중하게 받아서 코로 냄새를 맡고 뚜껑을 약간 닫아 돌려주면 된다고 했다. 꽉 닫아 주면 절교의 뜻, 그런 절차 의식을 마치고 나담 축제장으로 향했다. 경기장 입구에는 강원도에서 지원을 받아 건설했다는 팻말이 붙어 있다. 나담 축제 경기는 씨름, 활쏘기, 말달리기, 세 종목으로 진행된다.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나누는 향수병 (냄새 맡는 담배)"허르크" 의례, 향수병이 몇 만원에서 몇 천만원 짜리도 있다. 상류층의 풍습이다.

#소르마 사장이 손님들과 몽골 전통의식 "허르크"(담배향),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일행은 주 본부 연회장으로 안내되어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 아이락(말 젖으로 만든 술)을 대접받고, 약간 꾸덕한 양고기와 '아롤'을 먹었다. 경기장에선 씨름이 조를 이루어 진행되고 있었는데, 느긋하게 심판도 안 바쁘고 선수도 안 바쁘다. 되는대로 진행이다. 아마 우리나라 경기장이었으면 항의하고 물병 던지고 난리가 났겠지. 갑자기 벼락치기로 이긴 선수가 신이나 우승모자를 쓰고 팔을 들고 우승 깃발을 돈다. 누가 몽골리안이 키가 작다고 했던가, 모두가 덩치가 크고 우람하다. 경기장 밖은 우리나라 축제장 밖 모습과 별반 다르지가 않다.

#아이락, 전통마주와 아롤(우유과자), 그리고 꾸덕한 양고기가 진열되어 있는 경기장 연회석.

잠시, 경기를 관람하고 지역 유지(도지사 급) '소르마' 사장의 초대를 받고 소르마 사장 대 "게르'를 방문한다. ㄷ자 형태에 게르 연회장은 가운데 아롤(몽골 전통 우유과자)이 높이 쌓여 있고(아롤, 높이 척도로 부를 상징함), 주변으로 도수 높은 술병들이 놓여 있다. 여기서도 어김없이 '소르마'사장과 향수병 인사를 나누고 곧장 '징키스 골드' 독주 3잔을 받는다. 예의상 3잔은 기본 거절없이 마셔야 하는 이 곳 예절 이란다. 술이 오가는 동안, 허르헉(감자와 당근 등, 큰 양푼 솥에 양고기 한 마리를 부위별로 넣고 돌을 달구어 넣어 익힌 고기)이 등장한다. 먼저 양고기 기름 때가 배인 주먹돌을 만지라고 건네며 건강에 좋다고 열심히 설명한다. 그리고 소르마 사장은 끊임없이 거친 손으로 고기를 찢어 나에게 주며 먹을 것을 권한다. 양고기 특유 누린내가 나리라 선입견은 금방 맛있음으로 바뀌고 나도 모르게 원초적 입맛을 즐기고 있었다. 몽골은 필연으로 양고기를 먹어야 하는 매일 매일이 복날인 것이다.

#소르마 사장 대 '게르'로 끊임없이 사람들이 찾아 들었다. 귀한 손님을 최대한 배려하여 가운데 앉히지만 결코 중앙은 내어주지 않는다.

#"허르헉" 보기는 좀 그래도 단백하게 맛이 있다. 이 양고기를 맨손으로 끊임 없이 찢어 주었다. 또한, 계속 순배를 돌며 "위하여!" 독한 술 문화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어딜가나 그 놈에 주법.

소르마 사장, 대 게르 연회장으로 끊임없이 마을 유지 사람들이 찾아 왔고, 이 곳 유명한 시인도 찾아와 동료로써 나와 인사를 텄다. 이 곳도 철저한 계급사회로 중앙자리는 주인이 자리하고 양옆으로 가장 귀한 손님이 앉는다. 그리고 비서 등, 운전사와는 절대로 식사자리를 같이하지 안는다나. 도의원 '도가르'도 자리를 끝까지 같이 했다. 오후 세시경, 다음 일정을 위해 게르 앞에서 함께 사진촬영을 하고 태를지 국립공원으로 가기 위해 아쉬운 작별을 했다.

<태를지 국립공원 그리고 말타기>-2부가 계속됩니다

서울시정일보

논설위원/문화부 기자

팸투어/여행문학가

백암 박용신의 "풀잎편지" (Photo Healing Essay)

취재여행 몽골, 2017.7.14~17/ 기사등재. 2017.7.21

(박용신 기자, 몽골, bagam@hanmail.net)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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