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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이 노래하는 까닭?

스님이 노래하는 까닭?

  • 기자명 박용신
  • 입력 2017.07.12 17:20
  • 수정 2017.09.2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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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시인의 사회 - 용서가 필요한 시간.

 

▲ 노래하는 도신스님.

[서울시정일보 = 박용신 기자의 풀잎편지] 당신은 어떤 가수나 친구, 누군가의 노래로 감동하여 눈물을 흘려 본 적이 있는가? 노래를 듣다가 '울컥!' 가슴에서 뜨겁게 끓어오르는 알 수 없는 그 무엇, 결국 손수건을 꺼내 쿡쿡 눈물을 훔치고 마는...

지난 7월9을 오후3시 모, 불교대학 동문들과 성지순례일환으로 찾은 서산, 서광사에서 도신스님과 함께 한 자리, 먼저 늘상의 법문 말씀이 아닌, 스님은 노래로 일행을 반긴다.

<얽혀 있는 미움들은 용서하기 어렵지만 한 번만 낙엽처럼 울어 버리면 용서할 수 있어요/ 사랑할 수 있어요/ (도신스님의 '가을사랑' 가사 일부), 돋아라 날개야 나도 한 번 날아 보자/ 돋아라 날개야 나도 한 번 날아 보자/ (도신스님의 '목탁새' 가사 일부)>

목청은 법당 안에서 일순, 들판을 지나 광야를 내닫고, 청산 계곡에서 시냇물 소리가 되다가도 번개를 만나 정신을 놓고, 다시 풀밭 잔디 공원에서 먹이를 찾는 비둘기가 되다가, 그러다가 그러다가 하늘을 보고 끝내 '어머니 보고싶소!' 엉엉 속내를 들키고 마는 아이가 된다. 일부는 멍하니 천장을 보고 일부는 고개를 떨구고 흐느낀다. 이 것은 실제 상황이다.

<나도갈래 나도갈래 엄마따라 나도갈래/ 엄마 혼자 외로워서 어떻게 보내요/ 불쌍하신 우리 엄마 어떻하면 좋아요/ 나도갈래 나도갈래 엄마따라 갈테야/ 땅을 치고 하늘을 보면 피눈물을 흘려도/ 한번 가신 우리엄마 돌아올줄 모르네/ 엄마엄마 우리엄마 어떻하면 좋아요/ (도신스님이 어머니를 그리워 하며 지은 '엄마' 노래)>

스님은 8살 때 어머니와 생 이별을 하셨단다. 세 여동생들은 해외로 입양되고, 집을 떠나시면서 밤마다 찾아오마, 약속하신 어머니를 여직 이 세월이 지났어도 한 번도 못 뵈었다고 했다. 동생들에 대한 그리움과 어머니의 원망이 깊어 사춘기를 허송으로 보내다가 춘성스님을 만나 출가(1969년)를 하고, "네가 이제는 어머니를 놓아 드려야 않겠나." 은사스님의 말씀을 받아들여 미움을 도려 내는 큰 몸살을 앓고, 지금은 어머니를 용서하고 가슴에 품고 사신다고 했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은 나를 용서하는 일이다. 우선 나를 용서하기 위해서는 마음이 꽉 잡고 있는 미움의 꼬투리를 풀어내야 누군가도 용서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다. 용서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내 노래는 모든 내 주위 사람들에게 용서하는 마음이 생기도록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함이다. 도신스님은 노래하는 변으로 이렇게 말씀했다.

 

 

<죽은 시인의 사회>
언제부턴가 우리는 급속하게 '죽은 시인의 사회'로 가고 있다. 시를 안 쓰는 시인이 난무하고, 화가는 가난하여 물감도 못 사며, 음악가는 알레그로만 강조하고 철학자의 인생 고뇌는 마침표를 찍었다. 일등만이 통용되고 질시와 반목안에서 질서는 부재되고 거짓과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풍전등화 시간 속에 전전긍긍 살고 있다. 이시대 지식인들은 침묵하며 선각자들은 귀를 막고 영웅이 필요한 시대, 개천이 메말라 이무기가 용으로 승천을 못한다. 우리시대 춘궁기를 아는 말단 공무원들은 일에 매달려 곁눈질도 못했는데, 위장전입, 땅투기는 이제 경범죄도 성립 안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 "아범 거 텔레비쫌 끄시지. 뭔 맨날 즈네들 끼리 쌈박질 하는 걸, 뭔 그렇게 뚜러져라 보시나. 물고 늘어지고, 사과 기자회견하고 쯧쯧," 부채질 하시던 팔순 노모가 말씀 하신다.>

극심한 가뭄 속에서 논바닥이 타 들어가고, 밭고랑이 사막이 되어도 누구 하나 농촌에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의 속마음을 달래주고 양동이라도 들고 달려가 말라 죽어가는 농작물에 물 한 바가지 뿌려 주려는 정부 관계자와 정치인들은 없었다. 쓸데 없는 녹조 걱정으로 가두어 둔, 그 아까운 보에 물이나 흘려 보내려는 타령이나 하고, 가뭄은 해마다 지속되는 농촌의 재난 임에도 이를 극복해 주려는 정책이나 대책은 전무한 실정인데, 다행히 비가 내린다. 속 시원히.

<용서가 필요한 시간>
그래! 스님의 말씀처럼, 마음 구석에 얽혀 있는 미움의 꼬투리들을 풀어 내고, 적진, 내 주변 모든 이들을 용서하자. 과거의 잘못들은 너그럽게 다 용서하고 화합하며 희망만 얘기하자. 힘들고 지친 내 아들, 딸, 청소년들에게 "미안하다!" 손이라도 따스하게 한 번, 잡아 주자. 참고 견디면 개천에서도 용이 나는 그 날까지.

<도신스님은 1969년 수덕사로 출가, 현재 조계종 서산시주지협의회장과 서광사 주지, 충남지방경찰청 경승을 맡고 있다.>

서울시정일보

논설위원/문화부 기자/ 팸투어/여행문학가

백암 박용신의 "풀잎편지"(Photo Healing Essay)

2017.7.9 서산 서광사에서

(박용신 기자 bagam@hanmail.net)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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