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오는 5일(토) 결혼 예정인 유○○(男․31․송파구 잠실동)․권○○(女․31․강남구 삼성동) 씨 동갑내기 예비부부다. 유 씨는 “6년 전부터 동네 친구로 알고 지내오다 몸이 아팠을 때 정성어린 간호 덕분에 완쾌된 일을 계기로 연인으로 발전했다”며 “최근 카페를 개업, 눈 코 뜰새 없이 바쁜 가운데 결혼 날짜를 정하곤 여자친구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한 적이 없어 마음에 걸렸고, 그래서 멋진 이벤트를 선물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인터넷을 검색하다 청혼의 벽을 알게 된 유 씨는 777번째 커플로 ‘당첨’ 됐다는 연락을 받곤 당황했다. 공개청혼이 계면쩍어 “취소할까” 고민하다 “여러 사람이 축복해 주니 부럽다”는 주변의 격려에 힘입어 프로포즈를 실행하기로 했다고.
행사는 밤 7시 정각, 예비신랑이 이벤트 무대에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5분간 그녀를 위해 준비한 영상이 워터스크린 위에 상영된 후 “영원히 같이하고 싶다”는 고백순서가 이어진다.
잠시 후 그녀가 “당신의 청혼을 승낙하겠다”는 멘트를 신호로, 화려한 조명이 밝혀지고 축가가 울린다. 작은 폭죽이 터지면서 하트분수도 일제히 물을 뿜는 특수효과가 연출돼 두물다리 주변을 축제의 장이 된다. 이어, 서울시설공단 이용선 이사장이 직접 꽃다발을 들고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할 예정이다. 케이크(달콤하게 살기) 혁띠(헤어지지 않기) 지갑(부자 되기) USB, 문화상품권(좋은일 많이하기) 등 행복과 행운이 기원하는 선물도 준다.
프로포즈에 성공한 연인의 행복한 모습이 80인치 대형 스크린에 비치는 가운데 기념촬영(호박마차) 자물쇠 언약(자물쇠존) 사랑의 맹세 동판 걸기(언약의벽) 등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마지막으로 뮤지컬 갈라팀이 화려한 축하 공연을 펼친다.
<성공률 100% 청혼의 명소로 인기... 중노년 부부 앙코르 프로포즈도 활발>
청혼의 벽이 두물다리에 설치된 것은 성북천과 정릉천 2개의 물길이 청계천과 합류하는 지점이어서,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연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환상적인 분위기 연출 덕분에 청혼 성공률이 100%에 육박, “거절 하면 어쩌나?”하는 걱정을 덜 수 있는 것이 777쌍이나 청혼 장소로 택한 이유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젊은 연인들이 무대, 조명, 음향 등 이용료 부담 없이 이벤트를 할 수 있는 것도 인기의 비결이다. 미혼남녀 뿐만 아니라 중․노년 부부가 사랑을 재확인하는 이벤트도 활발하다. 실제 청혼의 벽 신청자의 6%는 앙코르 프로포즈를 한 40대 이상이었다.
프로포즈의 성수기는 10~12월. 해를 넘기기 전 결혼을 약속하려는 신청자가 몰리기 때문이다. 남성이 아닌 여성이 청혼하는 경우는 12%. 프로포즈 후 실제 결혼에 이른 커플은 약 250여쌍이다.
부산, 광주 등 지방의 연인들이 서울로 원정 청혼을 하는 사례도 잦고, 관광목적으로 청계천을 찾은 외국인이 프로포즈 체험을 원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8월엔 청혼의 벽 담당 직원이 5년 동안 사귄 여자 친구를 위해 셀프 프로포즈를 진행한 것이 화제를 모았다. 2009년 11월 공단에 입사한 송민수 씨(29)가 주인공. 여자친구에게 “토요일 밤, 공단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송 씨는 “행사가 있으니 두물다리에서 기다려 달라”며 사라진 뒤 본인이 프로포즈 무대에 등장하는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벌였다. 자신의 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에 감동한 여자친구와 한 달만에 결혼에 성공한 케이스.
청혼의 벽은 인터넷(http://propose.sisul.or.kr)을 통해 수~토요일 중 이용 가능한 날짜를 신청하고 청혼사연과 프로포즈 UCC 영상 또는 사진파일 등을 올리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두물다리는 지하철 2호선 신설동역 9번 출구에서 800m 또는 용두역 5번 출구에서 약 200m 거리에 있다.
한편, 공단은 다문화 가정이나 신체 불편을 사랑으로 극복한 장애우 가정 등을 청혼의 벽 행사에 초청, 소외된 이웃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사회공헌활동의 장으로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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