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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고 현장 떠오를 때마다 괴로워...

[사회] 사고 현장 떠오를 때마다 괴로워...

  • 기자명 이은진
  • 입력 2017.01.0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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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심리상담제로 건강도 우정도 챙긴 서초소방서 소방대원들


서초소방서 소방대원들. (사진=조선영상미디어)


서초소방서 동료 심리상담사인 이영숙 소방관(가운데)과 동료 소방관들이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울시정일보.이은진기자] 서울 서초소방서 전여정 소방관은 지금까지 그날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북 구미시의 소방서에서 근무할 때 실종신고를 받고 한 학생을 찾던 날이다.

 

 

 

 

 



 

전 소방관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을 찾고 있었다.

 

 

 

 



 

 

 

  갑자기 사라진 학생 때문에 학교는 발칵 뒤집혔고, 교사들은 거리로 나와 실종된 학생을 찾기 시작했다.

 

 

 

 

 

 

 

전 소방관은 학생을 발견했다는 소식에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가 현장을 찾았을 때는 이미 학생은 숨을 거둔 뒤였다. 학교 뒷길에 나 있던 철로를 지나다가 기차에 치인 것이다.

 

 

 

 




 

 

  사고 충격으로 시체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가슴에 달린 명찰만이 학생의 신분을 말해주고 있었다.

 

 

 

 

 

사고 현장 떠오를 때마다 괴로워

 

 



 

  전여정 소방관은 이 악몽을 동료 심리상담사인 이영숙 소방관에게 털어놓았다. 가족한테도 말하지 못하고 가슴 깊숙이 삭여두었던 고민이었다.

 

 

 



 

  11년째 구급대원으로 활동하며 목격한 사건사고 현장은 전 소방관의 일상생활에까지 큰 영향을 끼쳤다. 선명하게 떠오르는 끔찍한 현장은 그를 괴롭게 만들었다.

 

 



 

 

  출동벨 소리와 유사한 초인종 소리, 휴대전화 소리 등이 울릴 때마다 식은땀을 흘렸다. 퇴근한 후에도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계속됐다.

 

 

 



 

  하지만 이날 동료 심리상담사에게 아픈 기억을 털어놓은 전 소방관은 “지금까지 받아본 상담과는 다르게 진정으로 내 고통을 이해해주는 기분이 들어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상담을 받기 전에는 무거웠던 그의 표정이 상담을 마친 뒤 한결 가벼워 보였다.

 

 

 

 



 

  이들은 정신과 전문의, 전문 상담사로부터 1단계부터 5단계에 걸쳐 체계적인 교육을 받았다. 상담 개념 이해부터 시작해 상담 과정을 스스로 계획하는 단계까지 모두 마쳤다.

 

 

 

 



 

 

  특히 동료 심리상담사 중 상당수는 실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경험했던 이들이다. 연령대도 40대 전후로, 경력 10년 이상의 소방관이 대부분이다.

 

 

 

 

 





 

동료 심리상담사는 자신들의 경험을 통해 상담 대상자와 공감대를 높일 수 있는 상담을 진행한다.

 

 

 

 

 




 

이들은 평상시 본연의 업무를 하다 동료로부터 상담 요청이 들어오면 상담사로 변신하게 된다.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밀착상담

 

 


 

  이날 서초소방서 소방관들은 상담을 위해 이영숙 소방관을 찾았다. 상담을 하는 이도, 상담을 받는 이도 긴말이 필요치 않았다.

 

 

 



 

  서로 눈빛만 봐도 어떤 얘기를 하는지 다 아는 듯했다. “동료이기 때문에 그들이 어떤 상황만 설명해줘도 어떤 기분을 느꼈을지 쉽게 알 수 있다.

 

 

 



 

  나도 소방관으로서 비슷한 경험을 해봤기 때문이다.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동료의 고민을 들어주고 서로 해결 방안을 찾아보려 한다.” 이영숙 동료 심리상담사의 말이다.

 

 

 


 

 

  김기찬 소방관은 쉽게 꺼내놓지 못했던 기억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는 10년 전, 화재 현장에서 죽을 고비를 가까스로 넘겼던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당시 서울 관악구의 한 4층 건물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건물 안은 전선이 끊어져 불꽃이 일고 화재 연기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김 소방관은 선배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가 30분이 넘도록 건물을 수색했다. 그 순간 문 앞에 쓰러져 있는 한 남성을 발견했다.

 

 


 

 

  김 소방관이 남성을 부축하고 나설 때였다. 질식 방지를 위해 낀 산소통에서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산소가 바닥나는 상황에서도 그는 생존자를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남성을 무사히 건물 밖으로 데리고 나온 뒤 의식을 잃었다. 각종 사건사고로 동고동락했던 동료 3명을 떠나보내야만 했던 김 소방관은 “아직도 사건사고 현장에 갈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말했다.

 

 

 

 

  이영숙 동료 심리상담사는 “같은 직업을 가진 동료이기 때문에 공감대가 형성돼 상담 효과가 생각보다 크다”며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듯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하고 치유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 도중 소방서 내 스피커를 통해 현장 출동 사이렌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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