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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기 여행

말고기 여행

  • 기자명 이소원기자
  • 입력 2011.09.17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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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한 맛, 불포화지방산이 풍부.고혈압 신경통 당뇨에 좋아.

한반도 남쪽 아름다운 섬 제주. 어떤 말로도 제주를 온전히 표현하기는 어렵다. 반도에서 떨어진 물길만큼 독자적인 생활을 갖춰왔기 때문일까.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대문인 정낭이나 섬에서 태어난 여자의 일생을 오롯이 보여주는 해녀 등 제주에는 그 존재만으로도 고유한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그 중 가장 신나는 건 누가 뭐래도 먹거리. 싱싱한 해산물에 흙돼지, 꿩고기, 그리고 말고기까지 육․해․공을 총망라한다. 오늘의 주인공은, 말고기다.

농경시대, 말은 우리에게 노동력이며 중요한 이동 수단이자 전시에는 핵심적인 전력이었다. 이렇게 귀한 말고기를 어디 감히 입에 댈 수 있었을까. 말고기를 먹는 자체가 금기시 된 연유이리라. 실제로 조정에서는 말 도축을 금지하고 말고기를 먹은 자는 엄하게 처벌했다. 말고기가 질기고 냄새 난다는 부정적인 소문도 이런 이유와는 무관하지 않을터다.

기록에 따르면 나라에서는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우리 조상들은 말고기를 즐긴 것으로 보인다. “제주에서는 매년 섣달 암말을 잡아서 건마육(육포)을 만들어 조정에 진상했다”는 조선왕조실록과 “말고기가 양기를 돕는다고 해 즐겨 먹었다”는 연산군 일기의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가까운 일본을 비롯해 프랑스 등에서도 말고기는 고급요리로 대접받는다. 그리 유별난 먹거리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담백한 맛,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요!

자, 말고기에 대해 알아보자. 말고기는 육색소인 미오글로빈(myoglobin)이 많아 다른 고기에 비해 색이 빨리 변하고 관리도 어렵다. 미오글로빈은 근육속에 있는 헤모글로빈으로 보면 비슷하다. 헤모글로빈은 다량의 철분을 포함하고 있다. 조류나 포유류의 근육이 붉게 보이는 것도 이 미오글로빈 덕분이다. 헌데 이 미오글로빈은 산소와 친화력이 좋아 공기중에서 더 빨리 변한다. 말고기 관리가 어려운 이유다. 식당에서 관리가 조금만 소흘하면 색은 물론 그 맛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 물론 관리만 잘 한다면 어느 고기보다 맛있게 맛볼 수 있다. 한마디로 처음부터 끝까지 까다로운 식재료다.

말고기는 부위에 따라서 쇠고기 맛을 내기도 한다. 때문에 예전부터 말고기를 쇠고기라 속여 파는 일이 종종 있었다. 이 둘의 가장 큰 차이중 하나가 ‘맛’임에도 불구하고. 쇠고기는 포화지방이 대부분이기에 고소한 맛이 강한 반면 말고기는 불포화지방이 대부분이라 담백하고 부드럽다. 건강을 따지자면 말고기를 더 쳐주지만 입에서는 고소한 맛이 퍼지는 쇠고기가 먼저다. 쇠고기와 마찬가지로 말고기도 생고기로 즐길 때에는 아주 살짝만 불에 스쳐서 맛본다.

가끔 말고기의 ‘맛’에 대해 비관적인 이들이 있다. 익숙하지 못한 맛 때문일수도 있지만 우선 말고기 유통을 살피는 것이 먼저다. 흔한 먹거리인 쇠고기는 대부분 부분육으로 유통되지만 말고기는 한 마리 또는 반 마리씩 식당에 들여온다. 상대적으로 부위 선택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맛이 없는 말고기'를 맛보게 되는 가장 흔한 이유다. 때문에 사람들은 좀더 체계적인 유통망과 관리 시스템을 갖춘 말고기 전문점을 찾는다. 이달부터 시행되는 말산업육성법도 '맛있는 말고기'를 맛보는 데 일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질기다고요? 말고기의 진실은?

고혈압 신경통 당뇨에 좋다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말고기를 두고 “질기다”거나 “냄새난다”는 평이 많다. 맛에 대한 평가라기보다는 익숙하지 않은 먹거리에 대한 보호심리 때문은 아닐까. 또 말고기를 폄하하는 선입견에는 말고기 섭취를 금기 할 수 밖에 없던 시대 상황이 숨겨져 있다. 말고기가 아니라 ‘말’인 상태로도 할 일이 많은 귀한 말을 두고 맛이 좋다거나 건강에 좋다는 소문까지 더해지면 아무래도 막기 힘들지 않았을까. 제주에서 말고기로 육포를 만들어 임금께 진상했다는 기록이 힘을 더한다. 후에 관제개혁을 통해 왕권을 강화한 태종, 임진왜란을 겪은 선조 때 말고기 식육이 금지된다.

세월이 이만큼 흘렀으니 말고기의 진실이 알려질 때도 되었다. 어쩌면 훨씬 오래전부터 말고기는 소비되어 왔을터이니. 말의 고장 제주에서 말고기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한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수요가 많으니 불법 도축이나 유통이 늘어날 수밖에. 말고기를 맛볼 수는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양질의 말고기를 맛볼 기회는 줄어드는 것. 잘 알아보고 가는 수밖에. 오래 기다렸다. 말고기의 맛은 어떨까? 우선 달다. 또 연하다. 망아지는 물론 늙은 말도 고기는 연한 편이다. 기름기도 없다. 프랑스에서는 말고기가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대체할 영양식품으로 친다. 일본에서는 생선처럼 회로 먹는다. 한잎 크기로 썰어낸 말고기 사시미. 붉다. 일본에서는 ‘사쿠리 니쿠(벚꽃 고기)’라고 불렀다.

제주에는 중문단지를 비롯해 곳곳에 말고기 전문점이 있다. 단품과 코스로 즐길 수 있다. 말고기의 다양한 변신을 맛볼 수 있는 코스 요리가 인기다. 코스 요리는 음식점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말뼈 엑기스를 시작으로 스프, 육사시미, 일품냉채, 육회, 오늘의 조리장 특선요리, 초밥과 롤, 갈비찜, 양념구이, 식사, 후식 등으로 이뤄진다. 일품냉채와 초밥을 뺀 코스도 있다. 양념구이나 사시미, 육회, 갈비찜, 샤브샤브 등을 단품으로도 맛볼 수 있다. 가격은 싼편이 아니다. 코스는 1인분에 2~4만원 선, 단품은 그보다 좀더 싸다. 한번쯤 코스로 맛을 보고 그중 가장 입맛에 맞는 것을 단품으로 맛보아도 좋을 듯 싶다. 칭기즈칸은 지친 병사들을 위해 자신이 타던 말을 잡아 투구에 샤브샤브를 해먹었다고. 우리가 기대하는 말고기 맛은 어쩌면 바로 그것 아닐까.

TIP | 말고기, 어디서 맛볼까?

[서귀포시에서는] 제주마원(064-738-1000)과 중문신라원(064-739-7920)
[제주시에는] 고우니(064-744-1418), 오라성(064-748-3005), 정우말가든(064-747-6525) 에서 맛볼 수 있다.
- 참치회와 비슷한 식감을 느낄 수 있는 말고기 사시미와 달콤하게 무친 육회는 각각 2만원 선
- 푹 고은 말뼈 육수에 살짝 데쳐 먹는 샤브샤브는 1만5000원(1인분)
- 말고기 주물럭 1만5000원 선
- 코스요리는 1인분에 2~4만원

한국관광공사 국내스마트관광팀 이소원 취재기자(msomm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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