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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컬러로 승부하라"…與野, 빨·파·초·노·흰 '색깔 대결'

[종합] "컬러로 승부하라"…與野, 빨·파·초·노·흰 '색깔 대결'

  • 기자명 신덕균
  • 입력 2016.04.0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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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새누리와 '파란' 더민주…뒤바뀐 색깔

 

공식 선거유세가 시작된 지 닷새째인 4일, 전국 방방곳곳에선 '색(色)들의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국민의당의 선거 유세 현장. <사진=포커스뉴스DB>

[서울시정일보 /// 신덕균기자] 공식 선거유세가 시작된 지 닷새째인 4일, 전국 방방곳곳에선 '색(色)들의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색색깔의 점퍼, 모자, 신발 등 의류로 무장한 선거 캠프 관계자들의 모습은 물론이고 유세차량, 명함, 현수막까지. 2016년 4월의 대한민국은 4~5개의 색깔로 뒤덮여있다.

색깔은 인간이 사물을 인식할 때 가장 먼저 감지하는 요소 중 하나다. 1초라도 더 유권자들의 눈에 띄어야 하는 후보들 입장에선 정당의 색을 가장 먼저 내세우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새누리당의 빨강, 더불어민주당의 파랑, 국민의당의 초록, 정의당의 노랑, 그리고 무소속 후보들의 흰색은 어떤 배경에서 선택된 것일까. 후보들의 '색깔 전쟁' 이면에 숨어있는 각 정당의 색의 의미를 짚어보자.

◆ 새누리, 보수의 파격적인 '붉은 변신'

새누리당이 빨간색을 정당색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건 19대 총선부터다. 총선을 약 앞둔 2012년 2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채택했고, 당 심벌과 로고, 상징색까지 모두 바꿨다.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은 새누리당의 상징색으로 빨간색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빨간색은 열정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조 본부장의 '빨강=열정'이라는 단순한 도식적 설명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의 '붉은 변신'은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레드 콤플렉스'라는 단어가 단적으로 보여주듯, 역사적으로 보수정당은 빨간색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의회민주주의의 뿌리가 깊은 유럽의 정당들은 '좌는 빨강, 우는 파랑'이라는 통념을 비교적 충실히 따르고 있다.

새누리당의 파격적인 '붉은 변신'의 맥락에는 19대 총선과 20대 총선을 앞두고 당 지도부가 보수의 고루한 이미지를 씻어내려는 의도가 담겨있었다.

당시 새누리당이 총선과 대선에서 내걸었던 공약들은 진보정당들이 평소 주요 정책으로 추진해왔던 것들과 내용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19대 총선 공약집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는 경제민주화에서 시작된다"며 진보 정치세력의 전통적인 경제민주화 의제를 선점하기도 했다.

여기에 0~5세 무상보육, 전·월세 상한제 도입, 골목상권 활성화 등 새누리당은 대대적인 복지와 대기업 규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새누리당의 총선과 대선 공약은 당명을 가리고 보면 진보 정당과 구분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그 결과 새누리당은 19대 총선 승리와 18대 대선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당의 정체성이라는 명분을 버리고 현실적 승리라는 이익을 철저하게 따른, 계산된 전략이었다. 

 

다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공약을 '남발'한 탓에 지금까지도 공약 이행률에 대한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당 내부에서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이견이 표출되는 등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 더민주, 중도로 외연 확장하며 '푸른 정당'으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당시 대표 김한길)은 2013년 9월 당 상징색을 노란색에서 파란색으로 대체했다.

민주당의 이같은 색깔 교체 역시 새누리당과 마찬가지로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민주당은 1987년 김대중의 평화민주당 시절부터 녹색과 노란색 계통의 색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ㅣ

이런 이유로 민주당이 파란색으로 교체를 단행한 것은 새누리당이 빨강을 선택한 것만큼이나 충격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민주당은 파란색이 "신뢰와 희망, 진취성과 미래를 상징한다"며 색 선정의 변을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의 상징색이 파란색으로 교체된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일각에선 우려스럽다는 시선도 제기됐다. 한나라당(새누리당으 전신)이 30년도 넘게 사용하던 파란색으로 단번에 당의 색깔을 바꾼 것은 지나치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선 김한길 당시 대표가 '친노' 세력에서 벗어나고픈 의지를 반영한 결과라는 주장이 나왔다. 노란색은 대표적인 '노무현의 색'이다.

또한 민주당이 중도층으로 당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 일부러 파란색을 선택했다는 해석 또한 유효하게 제기됐다. 2007년 대선부터 2012년 대선까지 패배에 패배를 거듭했던 만큼 당내에선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당시에 전개되고 있었던 '이석기 사태' 등 통진당 세력과 거리를 두기 위해 일부러 푸른색 계열의 '보수의 옷'을 입은 것이라는 분석도 전해졌다. 

 

'색깔론' 정치공세가 심한 한국의 정치토양에서 내부검열에 시달리는 진보가 파란색을 선택하고 보수가 외려 빨간색을 들고 나오는, 서로 옷을 바꿔 입는 '기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 녹색의 국민의당…'제3정당' 색?

지난 1월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안철수 의원(당시 무소속)은 연두색 머플러를 착용했다. 이때부터 국민의당의 정당색은 녹색으로 정해졌다.

한국 정치사에서 녹색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계복귀를 선언하고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하면서 고른 색이다. 

 

안 의원이 초록색을 선택했을 때 이는 '호남의 적자' DJ를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보는 시선이 많았다. 당시는 더불어민주당에서 광주를 지역구로 둔 현역의원들의 '탈당 릴레이'가 한창 이어졌던 때이기도 했다.

녹색은 또 한편으론 '제3당' 세력을 상징하던 색이기도 했다. 1992년 14대 총선에서 31석을 얻으며 제3당으로 우뚝 선 통일국민당의 상징이 초록색이었다.

또 1996년 15대 총선에서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주도했던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의 정당색 역시 짙은 녹색이었다.

그러나 국민의당의 이같은 색깔 사용에 다소 불편한 기색을 내보인 정치세력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녹색의 원조' 녹색당이었다.

녹색당은 10일 국민의당의 녹색 사용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우리와 안철수신당은 양당제를 넘어서는 길을 매우 다르게 추구하고 있다"고 다소 비꼬았다.

녹색당은 "'새정치'라면서 물갈이 대상으로 꼽히는 국회의원들도 모으고, 심지어 영입 인사의 비리 의혹으로 말썽이 나면서까지 그래야 하냐"고 꼬집으면서 "4대강공사 찬동인사로 꼽히는 정용화 호남미래연대 이사장을 영입한 것은 생명과 생태의 '녹색'을 퇴색시키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 '개혁의 노랑' 정의당…'정체성 無' 흰색의 무소속

정의당은 2014년 1월 당의 상징색과 PI(Party Identity)를 노란색으로 교체했다. 심상정 의원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선도하는 정당의 의지를 담아낸 색"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노란색은 색의 온도가 매우 높고 빛의 색에 가장 가까운 색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정의당 내부에선 노란색이 참여정부를 떠올리게 한다는 이유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상당했다고 알려졌다. 이에 천호선 당시 정의당 대표는 "빨간색, 파란색, 녹색은 다른 당이 선택한 탓에 나머지 색들 중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노란색밖에 없었다"라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비례대표 부정경선 논란으로 통합진보당과 '2차 분당'을 경험한 정의당으로선 다시 보라색(통진당의 상징색)으로 돌아갈 수도 없어 애초에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새누리당의 '비박계 공천 학살' 때문에 탈당한 후보자들은 흰색의 '무소속 연대'를 결성했다.

유승민(대구 동을)·권은희(대구 북갑)·류성걸(대구 동갑) 의원은 지난달 31일 출정식을 열고 영남권 비박 무소속 연대를 사실상 결성했다. 선거운동 기간 이들은 흰색 점퍼를 입고 유세를 다녔다.

수도권에서도 흰색의 '무소속' 바람이 불었다. 이재오(서울 은평을)·임태희(경기 성남 분당을)·강승규(서울 마포갑)·안상수(인천 중·동·강화·옹진)·조진형(인천 부평갑) 후보 등 10여명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들 중 임태희·강승규·조진형 후보는 지난달 31일 흰색 점퍼 차림으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소속 연대'를 공식 선언했다.

강 후보는 자신의 흰색 점퍼에 대해 "백의종군이란 의미도 있을 것이고, 무소속이라는 것이 정당한 색깔이란 것도 있지만, 정체성이 무색이기 때문에 하얀색을 택했다"고 설명했다.[포커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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