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롱베이 승솟 동굴
-베트남 문학기행
김윤자
다시 찾아오라 하면
나는 못 갑니다.
뱃길이 멀어서도, 풍랑이 일어서도
상면을 거부하는 것은 더욱 아닙니다.
그대의 집을 기억하려 해도
산이 내려와 바다 위에 지어 놓은
수천 개의 섬집이
일어서고, 또 일어서고
야속하다 하여도, 지금 이곳을 떠나면
찾지 못하는 까닭입니다.
바다 위, 산 하나를 통째로 뚫어
운동장처럼 광활한 가슴팍에
거북이를 키우고, 부처를 모시고, 남근을 전시하고
그대는 해풍에도, 짠물에도 까닥 않는
바다의 철옹성입니다.
다시 날 오라 부를 때는
눈부신 의지의 꽃 한 송이
정수리에 피워 올리면
그 빛줄기 따라 찾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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