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푸욘 사원
-캄보디아 문학기행
김윤자
허물어진 살점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나라에서
무너진 지붕을
프랑스인들이 들어와 고치고 있다.
자국의 기술로는 보수가 어려워서 그렇다는데
프랑스의 지배를 받아온 나라에서
아직도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는 잔재 같아
내 조국, 지배의 시린 마디가 떠올라
가슴 아린 풍경으로 담긴다.
떨어져 내린 돌덩이들이
큰 마당 가득히 쌓였고
그대로 보존하여 전시해 놓았다.
물과 진흙의 나라에서
물 위에 떠 있던 사원으로
흔적이 그대로 남아 물 위에 뜬 형상이다.
담장 하나로 앙코르 톰 왕실과 마주하여
왕실의 안위를 지키고자
무너진 몸 추스르며, 큰 나무 사이로
아픈 눈시울이 일어서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시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