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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은경 칼럼(EK아트갤러리 대표)...“첫발자국전을 준비하며”

[칼럼] 정은경 칼럼(EK아트갤러리 대표)...“첫발자국전을 준비하며”

  • 기자명 정은경
  • 입력 2015.02.07 14:18
  • 수정 2015.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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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세상에는 두 종류의 작가가 있다

[서울시정일보 정은경 논설위원] 미술 세상에는 두 종류의 작가가 있다. 갤러리에서 소비되면서 성장하는 작가와 기업이나 미술관의 후원을 받아가면서 성장하는 작가가 그들이다. 전자는 우리가 익히 아는 대다수의 작가들이고 후자의 예로는 이불이나 서도호 같은 작가가 있다. 갤러리에서는 소비할 수 없는 작품이지만 예술적으로 의미있는 작업이기 때문에 스폰서의 후원을 받아가면서 작업을 해나가는 것이다. 이런 작가들이 베니스비엔날레나 카셀도큐멘타와 같은 세계적인 무대에 진출하여 동시대의 거장들과 어깨를 겨룬다.


장정후, ‘ESPADACHIN ARTISTA’, 90 X 80Cm Oil on aluminum.2014년

작가 입장에서는 갤러리에서도 소비되고 미술관에서도 환영받는 작가가 되는 게 좋다. 따라서 갤러리와 미술관이 협업해서 작가를 성장시켜 줘야 하는데 우리는 갤러리 따로 미술관 따로 논다. 미술관장이 갤러리 대표를 만나는 걸 매우 불편해 하는 게 우리 미술계의 현실이다. 갤러리와 미술관과 비평 모두가 하나 되어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우리 미술계에서 세계적인 작가들이 나올 수 있다.

우리나라 미술대학 학생들만큼 테크닉이 뛰어난 사람들이 없다. 컨셉과 나아갈 방향만 잘 잡아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친구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미술시장에 나오면 맥을 못 춘다. 다 우리 어른들의 잘못이다.

작가 입장에서 보면 갤러리에서 소비되면서 미술관에서 실험적인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좋다. 시장에서 소비되는 작품과 미술관이라고 하는 기념비적인 공간에서 미적 가치를 맘껏 발현할 수 있는 작품은 차이가 있다. 갤러리용 작가와 미술관용 작가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한 작가가 다 할 수 있다.

 

갤러리 대표로서 나는 작가들이 전업으로 미술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갤러리에서 최대한 홍보하고 세일즈해서 기본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싶다. 작가가 시장에서 소비되는 작품만 하고 있으면 탈진한다. 그렇다고 시장에서 소비되지 않는 작품만 갤러리에 갖다 주면 갤러리는 팔아줄 수가 없다.

돌멩이도 파는 갤러리가 분명히 있다. 미학적 가치가 부여된 돌멩이는 팔 수 있다. 그 가치를 아는 콜렉터가 있다면 말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미술시장에서는 그렇게 실험적인 작품을 사줄 수 있는 콜렉터가 거의 없다. 전국민 대비 1%의 콜렉터가 존재한다. 나머지 99%의 무관심한 사람들에게 예술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서 미술계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어필해야 한다.

작품의 화폐적 가치에만 집중하고 있으면 발전은 없다. 무명의 시절을 잘 버티고 유명한 작가가 되었을 때 그 시간을 기다려준 콜렉터들에게 그만한 보상이 따른다.


인터뷰를 마치고, 참여 화가들과의 한때
   

EK아트갤러리의 신년 첫전시인 “첫발자국”전은 이런 나의 염원을 담아 기획한 그룹전이다. 2015년 2월 졸업예정의 미술대학 학생들의 졸업전시에서 가능성이 보이는 스무 명의 예비 작가들이 출품한 27점의 작품들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를 통해서 시장에서 소비되는 미술상품의 제작자로서 작가가 갤러리와 어떻게 협업하여 성장해야 하는지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훌륭한 작가가 되기에 충분한 기본기는 갖춘 학생들이다. 2주 동안 그 가능성을 살펴보고 싶다. 지금 보여주는 작업이 다가 아니다. 정신력이 강한 작가가 결국 살아남는다. 갤러리스트로서 나는 작가의 재능 이상으로 정신적인 능력을 살펴보려고 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도 갤러리도 서로에게 실험적인 시간인 셈이다.

모쪼록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찾기 위해 지난 4년간 열심히 노력해 온 예비 작가들이 세상에 나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깨닫는 경험적인 전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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