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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본 세계, 네덜란드 [풍차, 그 늙음에 대하여]

시로 본 세계, 네덜란드 [풍차, 그 늙음에 대하여]

  • 기자명 김윤자 기자
  • 입력 2014.05.09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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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차, 그 늙음에 대하여
-네덜란드 문학기행

김윤자

까만 할아버지다.
바닷물을 퍼 올리던 무거운 날개를
아직도 내려놓지 못하고
꽃 정원에, 들녘 목장 곁에
눈물겨운 역사의 유물로 전시되고 있다.
기계에 밀려 많은 동료가 사라졌어도
백 년 동안, 네덜란드를 세운
일등공신으로 대단한 자존이다.
이십억 원을 들여 탄생된 몸으로
일 년이면, 그 생산비용을 다 갚아주던
팔십 퍼센트는 물을 퍼내 말려서
육지를 만드는 일에 기여하고
더러는 전기 공급용으로 일을 했는데
홀로, 삼백오십 여 가구의 전기를 책임지던
그 장엄한 회상의 날개가
늙음에서도, 결코 무겁지 않은 기백이다.
가슴팍 예쁜 창문 속에
할아버지를 지키는 후손이 살고 있다는
따스한 이야기로, 외로움을 덜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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