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낙서
김윤자
최초로 발견한 것은
프랑스 노드역에서 고속열차 탈리스를 타고
벨기에 브뤼셀역으로 가던 중
기차역 곳곳에서다.
기차를 기다리는 지루함을 쏟아 놓은 것이라고
예사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는데
아니다. 그 이후로
내가 관심의 눈으로 유럽의 건물을 보았을 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낙서들이
경고문도 없이 버젓이 상가, 주택 외벽에 산다.
타국의 언어라서 판독은 어렵지만
한국의 정서나, 나의 두뇌로는 분명 쓰디쓴 낙서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낙서도 하나의 예술 장르로 인정하여
수용한다는 대목에서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고, 곱게 바라보기로 했다.
차츰 시야를 키워 가슴에 담았을 때
낙서 앞에서, 단단한 나의 사고가 무너지고
자유의 고유한 표상에서
아름다운 생각과 깊은 철학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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