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집시를 만나다
-벨기에 문학기행
김윤자
결코 남루하지 않은 남자
언어로 말하지 않고
눈으로, 표정으로 말하는 사람
집시의 낭만이 뚝뚝 흐르는 옷깃에서
생의 자유를 공유하는 턱수염에서
경계선을 넘어선 아름다움이다.
파리 노드역에서 같은 의자에 앉아있던 그 남자가
벨기에 브뤼셀 기차역에서 다시 만났을 때는
그가 더 큰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집을 이고 다니는 사람
보퉁이 몇 개를 양손에 들고, 등에 지고
멈추어 서서 잠시 보다가
계면쩍은 걸음으로 급히 달아난다.
인간에 대한, 세상에 대한
울안을 몰래 들여다보다가 들켜버린 시선
그의 젖은 우수가
사람들 곁에서 바람처럼 날아갔지만
두고 간 연민의 그림자는
아직도 내 가슴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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