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신사
-영국 문학기행
김윤자
백년 역사의 버버리 코트를 입은 자가
영국 신사인 줄 알았는데
나의 사고를 뒤집은 것은
런던 가이드로부터다.
맞아주며 사는 남자가 영국 신사라는 말에
한국 남자여, 여자를 업고 살아라는 말에
칠십 대 할아버지는 화를 냈고
오십 대 남자는 외면했고
삼십 대 여인은 화사한 긍정이다.
집 뺏기고, 아이 뺏기고
거리로 쫓겨나는 것보다
매를 맞을지라도 참고 사는 남자가
영국 신사다.
비 오는 날, 멍든 얼굴에
선글라스를 쓰고 나온 남자가
영국 신사다.
더 큰 기둥을 지키기 위해
작은 아픔을 수용한다는 보랏빛 문화지만
나는 반만 담아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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