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셰흐라트 묘지
-체코 문학기행
김윤자
풀밭 둔덕에
빨간 양귀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무덤으로 가는 길이라고는
세상의 고운 꽃다발에 싸여
크고 작은 발로 선
석상과 이름이 적힌 묘비들이
프라하의 옛성 비셰흐라트 성스런 동산에
목숨이 흐르는 생명처럼
주검이 아닌 아름다운 조각 걸작품처럼
신세계 교향곡의 드보르작과
체코의 시인, 이름 모를 예술가들이
무언의 침묵으로 세인을 바라보는데
골골마다 아름답게 흐르는 천상의 하모니
누가 저토록 눈부신 죽음을 슬프다 할까요
성 베드로와 성 바울 교회 드높은 쌍탑이
묘지의 순결한 영혼들을
평온한 하늘로 나비처럼 끌어올리고
나무 사이로, 절벽 아래로
묵묵히 흐르는 블타바 강의 긴 호흡이
고성의 둘레를 휘돌아 흐릅니다.
저작권자 © 서울시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