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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안톤 체호프의 '자고싶다'에서 배우는 공동체 정신

[문학칼럼] 안톤 체호프의 '자고싶다'에서 배우는 공동체 정신

  • 기자명 서울시정일보
  • 입력 2023.11.0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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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정신으로 포기를 넘어 찾아야 할 희망.

민병식 칼럼니스트
민병식 칼럼니스트

[서울시정일보 민병식 논설위원] 기 드 모파상, 에드거 앨런 포와 함께 세계 3대 단편 작가로 꼽히는 안톤 체호프는 단편소설을 가장 중요한 문학 장르 중 하나로 자리 잡게 한 작가다. 막심 고리키, 제임스 조이스, 버지니아 울프, 어니스트 헤밍웨이, 레이먼드 카버와 앨리스 먼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가가 체호프의 작품에게 배웠거나 영향을 받았다. 그의 단편 ‘자고 싶다’는 가볍게 느껴지는 제목과 다르게 ‘모든 형태의 폭력’에 대한 처절한 저항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할 수 없는 비극적 운명을 그 어떤 작품보다 극적으로 보여준다.

아이를 돌보며 온갖 집안일을 도맡는 바르카는 하루종일 동분서주한다. 주인댁의 잡일도 해야 하고 아이도 재워야 한다. 겨우 열세 살인 바르카는 아이를 재우기 위해 열심히 자장가를 들려주지만 정작 자신은 잠을 자지 못하는 모습이 자장가와 대비되며 바르카의 가난을 더욱 극대화한다.

"자장자장 아가야 자자" 자장가 소리가 반복되며 그에 맞춰 바르카의 졸음을 못 이기는 모습

‘두 눈이 감기고 고개가 저절로 떨어진다.

목이 아프다. 눈꺼풀도 입술도 움직일 수가 없다.

얼굴에서 물기가 다 빠져나가 감각이 사라지고 머리는 바늘귀처럼 작아진 것 같은 느낌이다. ‘

"자장자장, 아가야 자자."

열세 살 먹은 애보기 바르카는 하루종일 일을 한다. 말이 좋아 애 보기지 식모가 따로 없다, 거의 노예 수준이다. 밤에는 아기를 돌보고 낮에는 주인마님이 시키는 온갖 허드렛일을 해야한다. 헛간에 장작을 가지러 가기, 불을 피우기, 차 준비하기, 덧신 닦기, 계단을 치우고 손님 안내하기. 방 정돈하기, 장보기. 긴 노동 끝에 찾아온 밤에도 바르카는 잠들지 못한다. 예민한 아기가 밤새 울다 깨다를 반복하고, 바르카의 머릿속엔 지금 한 가지 생각밖에 없다 자고 싶다. 주인 마님께 들키지 않고 잠들고 싶다, 아기만 조용히 해준다면, 아기의 목청만 틀어막을 수 있다면, 아기야 제발, 결국 바르카는 아이의 목을 졸라 죽이고 만다.

굶주림과 상실, 죽음의 공포로 이루어진 게 19세기 체호프의 시대의 인간이었다면 21세기인 오늘날의 인간은 어떤가,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고 세상이 좋아졌다고 해도 그때와 같이 굶주림과 추위, 질병의 환경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모든 것이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 전투를 치루는 사람들이다. 버틸 수 없이 힘든 노동환경, 끝이 보이지 않는 취업 전쟁, 어렵게 겨우 취업을 하였음에도 직장 내 괴롭힘, 성폭력, 미래에 대한 불안 등 인간을 죽음으로 내모는 거칠고 황량한 마음들이 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산다는 말이 있는데 이제 옛말이 아니게 되었다. 3포, 5포를 넘어 7포, 9포를 바라보는 희망이 없는 미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하는 불면의 날들,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필자는 여기에서 공동체 정신으로부터의 희망을 찾는다. 인류는 커다란 가족이다, 결국 인류에게 공동체 정신이 없다면 결국 정복과 약탈이 난무한 약육강식의 정글 같은 세상이 될 것이다. 바로 전쟁, 식민지, 노예, 약취 등으로 대표되는 과거로 돌아갈 것인가. 공동체의 마음이 꼭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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