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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베르나르댕 드 생-피에르의 '폴과 비르지니'가 말하는 참다운 삶

[문학칼럼] 베르나르댕 드 생-피에르의 '폴과 비르지니'가 말하는 참다운 삶

  • 기자명 서울시정일보
  • 입력 2023.09.1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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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과 인간성 황폐의 삶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소박하고 순수한 삶 비교

    민병식 칼럼니스트
    민병식 칼럼니스트

[서울시정일보 민병식 논설위원] 베르나르댕 드 생-피에르(Bernardin de Saint-Pierre, 1737~1814)는 작가이자 식물학자로 어릴 때 로빈슨 크루소를 애독하고 유럽 각지를 돌아다녔다고 하며 1771년 파리에서 루소를 만나 그를 평생의 스승으로 모셨다고 한다. 대표작품으로 '자연, 연구'와 '폴과 비르지니' 등이 있다.

작품의 배경은 18세기, 프랑스의 부르봉 왕가 시절 프랑스 본국이 아닌 식민지 일 드 프랑스(지금의 모리셔스)라고 불리는 인도양의 외딴 섬이다. 이 섬에 ‘라 투르' 부인이라는 귀족이 흑인 여자 노예를 데리고 들어오는데 부인은 남편을 열병으로 잃고 임신한 상태였다. 그 섬엔 ’마르그리트‘란 여인이 살고 있었는데 아들 '폴'과 남자 흑인 노예와 더불어 살고 있었다. 라 투르 부인은 귀족이고 마르그리트는 평민이어서 신분의 차이가 있었으나 곧 두 여인은 친한 사이가 되어 지내게 된다.

라 투르 부인은 달이 차서 여자아이를 낳게 되었고, 그 딸의 이름을 ’비르지니‘라고 지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폴과 비르지니는 남매처럼 사랑하면서 성장했다. 라 투르 부인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본국에 있는 백모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백모는 거절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백모가 비르지니를 프랑스로 보내 교육도 받고, 윤택한 생활을 하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해온다. 라 투르 부인은 가난한 자신의 처지에서 비르지니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겠다는 마음으로 비르지니의 프랑스행을 지지하고 비르지니는 훗날 폴과 결혼하게 된다면 자신의 부유함이 그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마음으로 프랑스행을 받아들인다. 비르지니는 폴에게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여행길에 나선다.

폴은 자신이 가난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비르지니가 돈 때문에 그녀의 백모에게 팔려 갔다고 생각하고는 인도로 가서 돈을 벌거나 혹은 본국에 가서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나 절대왕권 시절에 족보도 없는 사생아 출신 폴이 프랑스 왕국에서 출세하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였고 비르지니 또한 수도원에서 따라가지도 못하는 수업을 억지로 들어야 했다. 그리고 몇 해의 시간이 흐르고 비르지니가 섬에 다시 돌아오게 되는데 그녀가 탄 배는 섬 가까이까지 와서 그만 폭풍우를 만나게 되었고, 섬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침몰해 버리고 말았다. 배에 탔던 사람들은 모두 섬까지 헤엄쳐 와서 구조를 받았다. 그러나 비르지니는 옷을 벗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했기 때문에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죽은 그녀의 손에는 폴의 초상이 힘차게 꼭 쥐어져 있었다. 폴은 슬픔이 지나친 나머지 그녀의 뒤를 따라 자살하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폴의 어머니 마르그리트와 비르지니의 어머니 라 투르 부인, 그리고 양가에 있던 노예들도 차례로 숨졌다. 그리하여 이 섬의 평화롭던 생활은 종말을 고하게 되었다.

우리는 우리들의 자녀들에게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 남보다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고 의사, 변호사 등 높은 사회적 지위를 보장받고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갖기를 바란다. 나쁜 건 아니다. 그러나 오로지 성공을 위해 편법, 불법을 동원하고 자기 자신의 안위와 출세를 위해서만 살아간다면 사랑 없는 비인간형을 만들 수 있다. 욕심이다. 그 욕심이 부정을 낳고 부패를 만든다. 작품은 말하고 있다. 물질문명과 자본으로 인해 탐욕이 난무하고 인간성이 황폐해진 삶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리셔스 섬 사람의 소박하고 순수한 삶을 비교함으로써 인간의 참다운 삶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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