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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노무현의 정신은 “스스로 쪽팔림을 아는 것”이다

[섬진강칼럼] 노무현의 정신은 “스스로 쪽팔림을 아는 것”이다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2.02.09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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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마 제발 쪽팔리는 짓거리들 고만해라.”
이 한마디일 것이다.

섬진강은 안개를 삼키지 못한다.

사진 설명 : 구례읍 오거리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이름 없는 민생들은 가진 것이 없어도 쪽팔림이 뭔지를 알고, 쪽팔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산다.
사진 설명 : 구례읍 오거리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이름 없는 민생들은 가진 것이 없어도 쪽팔림이 뭔지를 알고, 쪽팔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산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그럼 마누라를 버리란 말입니까?”
모든 사람들이 익히 잘 알다시피, 대선유세 과정에서 이인제측으로부터 빨갱이의 사위라는 공격을 당하자, 국민들을 향하여 큰 소리로 그럼 마누라하고 이혼이라도 하라는 말이냐고 외쳐, 그 한마디로 불리한 여론을 반전시킴과 동시에, 당장은 마누라를 구했고, 자신은 2002년 12월 19일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사람이 노무현이다. (실은 죽은 장인까지 구했다.)

그리고 7년 후 2009년 5월 23일 새벽 짧은 유서를 남기고, 마치 밤새 동구 밖 어두움 속에서, 슬피 울던 부엉이 한 마리가, 동이 트는 새벽 울음을 그치고, 보금자리 숲으로 날아가 버리듯이, 그렇게 동이 트는 새벽 봉화산 부엉이 바위에서, 영원의 세계로 떠나버린 사람이 또한 노무현이다.

처음 노무현의 자살 소식을 속보로 접했을 때 깜짝 놀랐지만, 촌부가 정말 놀라고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먹은 것은, 그가 남긴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는 짧은 유서에 담긴 의미였다.(촌부가 공격적인 언어로 노무현을 비난하지 않고, 가능한 삼가며 자제하는 이유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버림으로, 즉 살아있다는 나를 내가 버리고, 내가 생각 속에서 바라고 꿈꾸는 모든 욕망들을 버리고,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오감으로 느껴지는 모든 것들을, 한 톨의 미련도 없이 던져버림으로, 살아서 죽음보다 더 편안한 생을 사는 이치를, 즉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만들어낸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분명하게 알고 있는 노무현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안타까웠지만, 그가 남긴 유서를 통해서 촌부가 내린 결론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는 사사로운 인간 노무현이다. 7년 전 2002년 그해 겨울, 사랑하는 마누라를 버리라는 되물음으로, 노무현이 살린 사랑하는 마누라 권양숙이, 막상 대통령 임기를 끝내고 보니, 마누라 권양숙이 사랑한 것은, 인간 노무현 자신이 아니었음을 확인하고, 절망한 노무현 스스로 죽음이라는 것을 통하여 자신을 버림으로, (노무현의 입장에서는 자살이 아님) 마누라 권양숙을 버리고 떠나버렸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영원히 구제할 수 없는 마누라와 마누라 권양숙이 조직으로 만들어놓은 둥지에서 벗어나, 동이 트는 새벽 봉화산에 비치는 여명을 따라, 자신이 추구하는 세계로 날아가 버린 새가 노무현이다.

이걸 고상한 언어로 포장을 하면, 마누라를 버렸다. 또는 나를 버렸다. 또는 나를 버림으로 벗어날 수 없는 굴레인 마누라 권양숙으로부터 떠나간 것이라고 할 수가 있는데, 결론은 사랑하는 마누라 권양숙을 버릴 수 없다는 노무현이, 사랑한다는 마누라 권양숙을 버렸다는 사실, 이것이 극적인 반전이고 핵심이다.

둘째는 정치인 노무현이다. 노무현이 남긴 짧은 유서를 보고 촌부가 내린 결론은, 지금 현직인 문재인을 포함하여, 역대 한국의 모든 대통령들을 두고 정치적인 평을 하면, 최고의 대통령은 박정희였고, 최고의 정치인은 노무현이라는 것이다.

나머지들은 철학도 없고, 지혜도 없고, 양심이 뭔지도 모르고, 특히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것이 뭔지도 모르는 잡것들, 잡놈들, 잡질의 대가들이었을 뿐, 실상은 정치인도 아니었고 대통령의 자격도 없는 속물들, 그냥 한마디로 잡놈들이고 잡것들이었다.

셋째는 사상적인 평가다. 박정희는 자신을 버려서 자신의 밖에 것들 즉, 자신을 희생하여 세상을 살려서 구제하는 대승사상(大乘思想)을 정치로 실천하여, 세상을 살리는 일에 성공한 정치인이고.....

노무현은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만들어낸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의미를 확실하게 깨달아 아는 사람으로, 이것을 뒤집어 그러므로 자신을 버려서 자신을 구원한 소승사상(小乘思想)의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부연하면, 이 글을 읽는 이들 모두, 촌부가 말한 최고의 대통령이 박정희이고, 최고의 정치인이 노무현이라는 의미가 무엇을 말하는지를, 편견을 버리고 생각하여 보기를 권한다.

처음 생명이 우주에 생겨난 태초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영원한 미래의 세계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은, 살아있는 것들의 우두머리들은 계속 태어나지만, 죽어서 사는 우두머리는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사람의 일에는, 드물지만 나를 버림으로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님을 증명하는, 지혜로운 혜안을 가진 대인들이 있음을, 우매한 사람들은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의 정신을 이야기하면서, 특히 개나 소나 정치를 한다는 낯짝이 두꺼운 인간들은, 노무현의 무덤 앞에 찾아가서, 노무현의 정신을 받들겠다며 눈물을 쏟아내는데, 진실로 우리들이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을 깨우쳐야 하는지도 모르는 저들이, 무엇을 얼마나 깨우치고, 그 자리에 섰느냐는 것이다.

진실로 참회의 본질은 눈물이 아니다. 오직 행동하는 실천이 있을 뿐이다. 그러함에도 사람들이 참회한다며 눈물을 흘리는 것은, 자신들의 위선과 죄를 눈물로 희석하는 것으로, 한마디로 보여주기 위한 외부용 참회일 뿐이다.

물론 노무현의 무덤이든, 또는 그 어떤 대상이든, 욕망을 가진 시청자들이 그런 모습들을 볼 때는,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치인들이 참회한다며 흘리는 눈물이, 진실한 참회로 보이겠지만, 그런 사람들 모두 노무현의 심성 노무현의 정신에, 100분의 1도 미치지 못하고, 다가가지도 못한 위선자들이라는 사실이다.

마음이 욕망으로 가득한, 살아있는 사람들의 눈에는, 그렇게 죽은 노무현이 바보로 보이지만, 영혼을 아는 혜안을 가진 사람들의 눈에는, 그래서 죽은 노무현을 바보라고 하는 것인데, 죽어서 죽음으로 욕망을 묻은 것과, 죽어서 얻는 영원한 안식과 희망은 다르기에 하는 말이다.

아주 오래전 너희가 게 맛을 아느냐는 광고가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크고 작은 선거 때마다 개나 소나 노무현을 파는 정치인들이, 노무현의 정신을 말하는데, 감히 단언하건대 노무현 사후 진실로 노무현의 정신을 아는 정치인들은 이 땅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다.(문재인은 자신이 모시던 노무현을 아주 잘 팔아먹은 대표적인 인간이다.)

끝으로 한 권의 책으로 논해야 할 사안을, 안타까움에 쓰다 보니, 봄밤의 잡설이 돼버렸는데, 세상이 말하는 노무현의 정신을, 아주 쉽고 간명한 노무현의 사고와 노무현 특유의 언어로, 촌부가 보는 노무현의 정신을 말하면, “스스로 쪽팔림을 아는 것”이다. 표준말로 하면 “스스로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다.

그리하여 스스로 쪽팔림을 벗어나는 것으로, 쪽팔리고 있는 자신을 쪽팔림에서 구하고, 쪽팔리는 세상을 깨우치는 것, 이것이 노무현이 스스로 자신을 버리는 죽음을 통해서 입증한, 진정한 노무현 정신이다.

그런데 쪽팔림이 뭔지도 모르고, 온갖 쪽팔리는 짓거리들을 거리낌 없이 하고 사는 쪽팔리는 놈들이 노무현의 무덤에 찾아가서, 노무현의 정신을 받들겠다고 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쪽팔리는 놈들이고, 쪽팔리는 짓들인가?

스스로 쪽팔림을 아는 인간이 되라고, 노무현이 쪽팔리는 인간들을 깨우칠 수가 없음을 절감하고, 자신을 죽이는 죽음으로 온 나라 사람들에게 쪽팔림에 대한 깨우침을 주었음에도, 이것마저도 알아듣지 못하는 놈들이 죽은 노무현을 찾아가서 노무현의 정신을 받들겠다고 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쪽팔리는 세상 쪽팔리는 인간들인가?

오래전에 죽은 노무현이, 어제 죽은 자들보다 더 많이 이름이 불리고 있는 자신의 신세를 두고, 살아서나 죽어서나 쪽팔리게 한다면 한숨을 짓고 있을 것이다.

스스로 쪽팔리는 생이 싫어서, 자신을 쪽팔리게 하는 쪽팔리는 놈·놈·놈들로부터, 자신을 죽여서 떠나버린 노무현이,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의 무덤 앞에 찾아와서, 맘에 없는 애도를 한다면서 헛울음으로 울어, 장바닥보다 더 시끄럽게 하고 있는, 놈·놈·놈들을 보고 뭐라고 하겠는가?

“얌마 제발 쪽팔리는 짓거리들 고만해라.” 
이 한마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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