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정일보] 하는 수 없이 내가 나에게 전화했다. 매일 반복하는 일이 아침 걷기 운동이 끝나면 옷은 벗어 세탁기에 넣고 샤워하는 것이 기계처럼 정해진 과정이다.
언제나 그렇듯 오늘도 걷기를 마치고 들어와 옷을 벗기 전 호주머니 속 휴대폰을 꺼내 책상 위에 두었는데, 샤워를 끝내고 쓸 일이 있어 찾으니 없다.
분명히 호주머니에서 꺼내 책상 위에 두었는데, 보이지 않는다. 욕실은 물론 주방과 현관까지 온 집안을 샅샅이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건망증도 아니고 치매는 더욱 아닌데, 어디에 두었는지 도무지 생각나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는다. 심지어는 찾다 찾다 내가 나를 의심하면서, 혹시나 하고 냉장고까지 열어보았지만 없다.
그렇게 한참을 헤매다가 내가 나에게 전화했다. 책상 앞에 앉아 옆에 있는 일반 전화기로 내 휴대전화 번호 11개를 누르니, 벨 소리가 아주 가까이서 들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소리는 잘 들리는데, 휴대폰이 보이지 않는다. 방문 밖 어디쯤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전화기 벨 소리가 마치 내 몸 안에 있는 것처럼, 아주 가까이서 들리는데 정작 보이지 않으니, 순간적으로 당황스럽기까지 하였다.
이게 뭐지? 도대체 지금 내가 뭐 하고 있는 거지? 내가 왜 이러지? 하면서 두리번두리번 소리를 따라 찾아보니, 내 엉덩이 밑 그러니까 의자 밑에 엎어져 있었다.
방바닥 그것도 의자 밑을 찾아볼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한 건 내 불찰이지만, 휴대폰이 방바닥에 떨어져 의자 중심축 밑에 가리어져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글쎄 뭐 어쩌다 그리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일부러 숨겨놓은 듯 가리어져 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한바탕 어이없는 봄날의 소동을 끝내고 앉아있으려니, 이러는 내가 한심하고 우스워지면서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