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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풋고추와 붉은 고추는 그 쓰임이 다르다

[섬진강칼럼] 풋고추와 붉은 고추는 그 쓰임이 다르다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3.09.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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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햇볕에 잘 말린 붉은 고추다.
사진 설명 : 햇볕에 잘 말린 붉은 고추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날마다 홍범도와 정율성을 두고 우리 사회와 정치가 벌이고 있는 논쟁을 보면서 드는 생각 하나는, 여기에다 당사자인 홍범도 정율성은 물론 김구 김원봉 김일성 등등을 가세시킨다면 어찌 될까? 그리고 우리 국민은 누구를 지지할지 그게 궁금하다.

분명히 말하지만, 일제 강점기는 물론 모든 역사는 그 시대의 산물이므로, 사실이냐 아니냐를 논할 뿐 부정할 이유도 없고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고 내가 인물을 평가하고 쓰는 글의 기준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홍범도와 정율성을 민족의 영웅으로 미화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주장에 혹한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에게 반드시 기억하라고, 내 말을 믿지 못하겠거든, 스스로 자료를 조사하여 보라고 강력히 권하는 것은….

본토에 원폭 두 개가 투하되고 일본이 항복하자 해방된 조선 땅 팔도에서, 만세 소리보다 먼저 조직적으로 벌어진 참상이 있었는데, 그것은 좌익들이 꿈꾸는 공산주의 세상을 건설하는 사업에 방해가 되는 반동 세력들 즉 (이미 사전에 확보해둔 자료를 바탕으로) 함께 독립운동을 했던 애국지사들 가운데 방해가 되는 인사들을, 친일파로 모함하여 지역에서 쫓아내거나, 저항하는 인사들은 사람들을 선동하여 몽둥이와 대창 등등으로 죽여버렸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을 국가와 학자들이 밝힐 마음만 있다면 지금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당시 남한에 이른바 자생 빨갱이들 좌익들이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준동하고 있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는데, 다음은 6·25 전쟁 당시 전라남도 경찰국 경찰이었고 섬진강 압록 전투에 참전했던 곡성읍 구원리 출신인 조만태(趙萬泰)옹의 증언이다.

전쟁이 발발하자 전남 곡성경찰서를 장악한 이른바 좌익들 보도연맹원들이 곡성읍 덕망가들과 우국지사들을 즉 양민들을 붙잡아다 (1950년 8월 6일) 새벽에 삼인동 공동묘지에서 학살한 후 본대인 인민군 장교에게 자랑스러운 전과로 보고하자, 명단을 본 인민군 책임자가 펄쩍 뛰면서 “이 새끼들아 누가 너희들더러 이 사람들을 죽이라고 했느냐”며, (이 새끼들 때문에 전쟁에 실패할 거라고 탄식하면서) 책상을 치며 격노했었다는 이야기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흔히 말하는 자생 빨갱이들의 존재가 무엇이었고 그들이 무슨 짓들을 했었는지를 분명하게 알 수가 있다

설명하면, 내가 어리석은 이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진실로 홍범도를 독립운동가로 생각하고 위한다면, 일제 강점기를 살다 간 홍범도는 일제 강점기의 홍범도로 놔두라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홍범도가 해방 전에 사망했기에 망정이지 만약 살아서 시대가 요구하고 힘이 강요하는 어떤 역할을 했다면, 홍범도가 무엇을 했을 것인가를 생각하면, 홍범도 역시 홍범도가 꿈꾸는 꿈속의 세상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홍범도 자신이 잘 알고 있을 것이고, 그의 행적을 보면 100% 그렇게 했을 것이다.

익히 알다시피, 가고 없는 과거가 돼버린 역사와 인물을 두고, 이러저러했을 거라는 가설은 어리석은 짓이지만, 홍범도가 살아서 국내에 있었다면, 남침하는 북한군 지휘관이 되었거나, 아니면 스탈린의 밀명을 받고 해방된 조선을 소련연방으로 편입하는 작업에 가담했거나, 또는 남침 전쟁 당시 소련을 대표하는 어떤 역할을 했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정말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은, 이 모든 일들은 이미 오래전, 그러니까 홍범도는 물론 정율성 김원봉 김일성 김구 등등 그들의 사상이 무엇이고 그들이 무슨 짓을 하고 살았든, 이미 가고 없는 과거의 사람들일 뿐, 오늘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자연의 이치에서 보면, 여름과 가을이 다르고,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통해서 보면, 같은 한 뿌리에서 자라 한 가지에서 열려도, 그 열리고 익어가는 때가 서로 다르고, 색깔 또한 푸르고 붉고 그 쓰임이 다른 것이 고추이듯….

한마디로 여름철의 풋고추는 일상의 반찬거리 또는 술안주로 좋아 사람들이 선호하지만, 그렇다고 풋고추로 김치를 담그는 사람은 없고, 김치를 담그는 재료인 붉은 고추가 풋고추를 대신하지 못하듯이, 일제 강점기 당시 일제에 맞서 저항했던 사람들이, 오늘을 살 수도 없거니와, 지금 우리를 대신할 수도 없고, 대한민국과 국민에게 필요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 가을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김장에 필요한 잘 말린 붉은 고추이지, 여름날의 풋고추가 아니라는 것, 이것이 지금 우리가 특히 젊은이들이 깨달아야 할 현실이고 실상이다.

문(門)이 없는 문 허허당(虛虛堂)에서

2023년 9월 4일 박혜범(朴慧梵)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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