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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보후밀 흐라발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통해 휴머니즘을 말하다.

[문학칼럼] 보후밀 흐라발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통해 휴머니즘을 말하다.

  • 기자명 서울시정일보
  • 입력 2023.05.01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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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이 함께 살아가는 공생의 전략
결국 공생과 공존은 휴머니즘이다.

민병식 칼럼니스트
민병식 칼럼니스트

[서울시정일보 민병식 논설위원] 보후밀 흐라발(1914~1997)은 체코 프라하 출생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철도원, 보험사 직원, 제철소 잡역부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다. 정부의 20년 출판금지를 당했음에도 자신의 나라인 체코를 떠나지 않았고 지하출판을 통해 사회의 낙오자, 가난한 예술가 등을 소재로 글을 써 체코의 국민작가로 추앙받고 있다.

소설은 35년간 지하실에서 폐지 압축공으로 일해 온 남자 '한탸'의 이야기를 그렸다.

"삼십오 년째 나는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하고 있다. 이 일이야말로 나의 온전한 러브 스토리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에서 ‘한탸’는 폐지로 버려진 책들과 사랑에 빠진 인물이다. 한 달에 2톤의 책을 압축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뜻하지 않게 교양을 쌓게 된다.

고된 노동을 견디기 위해 매일 수 리터씩 맥주를 마시고 지하실에 기거하는 생쥐, 바퀴벌레와 공존하며 혼자 모든 일을 감당해야 하지만, 책을 압축하는 일은 그의 삶 자체나 마찬가지다.

폐지와 책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한탸’는 인생의 몇몇 아름다웠던 순간들을 회상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의 연인 '만차', 어느 날 우연히 함께 지내게 된 집시 여자 등과의 추억이다. 그러나 그가 사랑한 어린 집시는 게슈타포에게 체포돼 아우슈비츠 같은 곳으로 끌려가 돌아오지 못하고, 1950년대 그의 지하실은 나치 문학에 파묻혀야 하는 아픔도 있었다.

소설 뒷 부분은 주인공 ‘한탸’의 고독하고도 행복한 삶이 산산 조각나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35년 동안 자신의 조그만 압축기에 종이를 넣어 짓누르는 것을 유일한 폐지 제거 방법이라고 믿어왔던 그는 어느 날 도시에 나갔다가 엄청난 크기의 수압 압축기가 자신이 가진 압축기의 스무 대 분량 일을 해낸다는 걸 알게 되고 충격에 빠진다.

또 우유와 콜라를 마시며 장갑을 끼고 여유 있게 일을 하는 젊은 노동자들을 보면서 자신의 시대가 끝났음을 깨닫는다. 결국 '한탸'는 삼십오 년 동안 일했던 그 지하실에서 삼십오 년 동안 함께했던 압축기에 몸을 던져 그가 구출하고자 했던 책들과 똑같이 생을 마감한다.

자신만의 세상에서 실존을 찾았던 그가 산업화의 희생양이 된 ‘햔타’의 모습은 마치 장차 4차산업시대에 일자리를 빼앗기는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을 듯 하다. 어느 정치가는 기본 소득이라는 달콤한 과일을 들고 와 맛을 보여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기본소득의 재원을 어찌 마련한 것인지는 대책이 없다. 장차 우리는 인공지능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 설 것인가?

결국 잘 알고 잘 하는 사람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미래다. 자신의 플랫폼을 설치하지 못한 살아남지 못할 직업을 가진 자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시대다. 문명의 큰 흐름 속에서 축적된 결과로 등장한 신기술을 과감히 접근하고 과감히 사용해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을 위해 결국 ‘인문학’이 함께 살아가는 공생의 전략이 되고, ‘4차 산업’이 그 도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다. 결국 공생과 공존은 휴머니즘이다. 인간다움의 발로는 나뿐만 아니라 남도 있다는 자발적 휴머니즘 정신을 실천하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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