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본 세계, 시베리아 [하늘에서 걷는 시베리아]

2013-04-11     김윤자 기자

하늘에서 걷는 시베리아

김윤자

걷기도 전 날으려는
날개의 욕망을
나는 이미
저 시베리아 동토에서 잠재웠지
북극점 빙벽이
보드라운 솜털로 보일 때까지 걸어야
인동의 꽃은 피어난다고
칼날 선 눈발 위 고행 길을
행복한 걸음으로 걷던
나의 유토피아, 하얀 평원
설원이어도 좋을 광활한 땅에
푸른 생명이 넘실대고 있으니
강렬한 나의 눈빛은
구름밭 아래로 내리꽂히고
지구의 살갗을 싱싱하게 물들인
툰드라 지대
잠시 지나가는 여름의 초지에서
문학의 발톱을 향기롭게 다듬으며
지금 나는 비행기의 몸을 빌어
하늘에서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