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본 세계, 핀란드 [수오멘린나 섬]

2017-01-17     김윤자

 


 

수오멘린나 섬

-핀란드 문학기행

 

김윤자

 

섬 하나, 모체로부터 분리되어

남의 나라 역사를 쌓을 때 어찌 견뎠을까

옆구리, 등짝 구분 없이

가르고, 파내고

화약고로, 무기고로 주무를 때

발트해는 통곡으로 쓰러졌겠지

그날의 숨죽임으로

키 작은 제비꽃과 민들레 우울히 피고

풀섶에 모인 거위들 기우뚱거리고

사랑 연못에 사는 오리가족 사나운 입술이고

평화를 못 배운 땅, 핀란드 요새

스웨덴의 검은 손이 쌓은 화강암 석벽

러시아의 날쌘 손이 파놓은 지하 무기창고

시리도록 서러워서

그대로 보관해둔 현장인데

십구 세기 요새 유적으로

세계문화 유산이 되었으니

이제는 바다도 웃고, 땅도 웃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