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칼럼] 내가 사랑하는 한 송이 아름다운 분홍 장미꽃에게 보내는 감사의 인사

2019-12-31     박혜범 논설위원
사진설명 : 겨울 내내 내 외로운 뜰에 피어서 한 해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 내가 사랑하는 아름다운 분홍장미꽃이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내가 처음 겨울 내내 춥고 외로운 내 창문 밖 뜰에 피어서, 한 해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 내 소중한 인연이며, 내가 사랑하는 한 송이 아름다운 분홍 장미꽃을 만난 것은, 지난 11월 중순 무렵이었다.

좋은 날들을 다 보내고, 서리를 벗 삼아 핀다는 국화꽃들마저 견디지 못하고 시들어버리는, 눈이 내리는 입동의 겨울에 피는 장미꽃을 보면서, 시들어지기도 전에 한파에 얼어서 죽을 거라는 생각에 안쓰럽기만 하였다.

그렇게 잊고 지내던 어느 날, 해 저무는 창가에서 초저녁 서쪽 하늘에 뜨는 초승달을 기다리다, 내 쓸쓸한 뜰에서 홀로 피어 간간이 부는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분홍 장미꽃에게 다가가서 쓴 글이, 지난 28일 게재한 “사랑을 맹세하는 분홍 장미꽃을 보면서” 제하의 글이었다.

그날 이후 처음 본 그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서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를 잃지 않고 있는 한 송이 분홍 장미꽃은 나의 지대한 관심사가 되었다.

이달 초 남도의 강에서는 보기 드문, 때 이른 영하 7도의 혹한이 연이틀 몰아쳤을 땐, 장미꽃이 얼어서 죽어버릴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참 아팠었는데, 모진 한파가 지나간 뒤에도 아름다운 자태를 잃지도 않았고, 뿐만이 아니라 매무새하나 흐트러짐이 없는 장미꽃은, 마치 세상에서 홀로 아름답고 고고한 꽃의 정령(精靈)같았다.

가만히 지난 40여 일 동안의 일들을 생각해보니, 외로운 내 뜰에 홀로 피어서, 조금씩 퇴색하는 꽃잎이 말라가면서도, 아름다운 자태와 고고한 자세를 흩트리지 않고, 한 해의 마지막 날을 보내고 있는, 아름다운 분홍 장미꽃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을 무색하게 만들어버리고 있는 것은 물론, 한겨울의 혹한을 견디며 피고 있는 한 송이 분홍 장미꽃은, 관심과 호기심은 물론 신비로움마저 넘어서 나를 위로해 주는 벗이었고, 겨울을 견디고 있는 나를 살아있게 하는 따뜻한 온기였고, 내가 사랑하고 있는 소중한 인연이었다.

오늘 한 해의 마지막 밤을 보내면서, 창문 밖 뜰에 피어서, 이 밤을 보내고 있는 내 소중한 인연 내가 사랑하는 한 송이 아름다운 분홍 장미꽃에게, 마음 깊이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