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본 세계, 캄보디아 [앙코르 톰]

2015-03-03     김윤자

 

앙코르 톰

-캄보디아 문학기행


김윤자

 


국왕이 거하던 집입니다.

그런데 화려한 궁전이나, 높은 대문을

연상하면 안 됩니다.

걸어도, 걸어도 그런 흔적은 없습니다.

숲 속 드넓은 광장, 입구 벽면에

코끼리 부조 조각상이 줄지어 새겨져 있고

왕의 연단과 복도였던 긴 자락

그리고 나무 사이에 신의 탑 열두 개

허름한 문, 그곳으로 들어가 만난

궁전 하나가 전부입니다.

그렇다고 궁전이 아름다운 것은 전혀 아닙니다.

피미아나카스, 하늘의 궁전이라 불리는

붉은 건물 꼭대기 방에서

왕이 뱀의 신, 나가의 딸과 동침한 후

인간인 아내와 잠자리를 하여

왕의 후손에게 신의 정기를 물려주었다고

신에서 시작하여 신으로 매듭짓는

이 날의 역사가 바로 이곳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가치를 둔다면, 훌륭한 궁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