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낮에 구례읍에 나갔다가 봉남리 골목길 어느 집 담장에서, 기막힌 자태로 피어 5월의 하늘을 유혹하고 있는, 한 송이 아름다운 붉은 장미꽃에 홀려, 나는 내 마음을 잃어버렸었다.
용케도 온 몸에 줄줄이 박혀있는 수많은 가시는 감추었어도, 가슴속 뜨거운 열정은 끝내 감추지 못하고, 아름다운 꽃으로 핀 붉은 장미꽃에게, 세상 온갖 언어로 찬사의 시를 써서, 내 마음의 선물로 주고 싶은데, 마음과는 달리 선뜻 생각나는 시어가 없었다.
아니 두서없이 떠오르는, 온갖 아름다운 수식어들을 끌어다 쓰면 쓸수록, 내 마음은 한없이 초라해지고, 아름다운 장미꽃이 추해질 것만 같아서, 나는 장미꽃을 위한 찬사의 시를 쓸 수가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내 시선을 빼앗고 있는 아름다운 붉은 장미꽃 앞에서, 나는 끝내 아무 말도 못하고 안타까운 한숨만 토하다,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강물은 안개를 삼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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