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 왕부정 쇼핑가
-중국 문학기행
김윤자
어린아이의 머리를 깎아주는
거리의 이발사와
애완견을 데리고 나온 여인에게서
북경 도심의 부드러움을 보다가
중한버스가 왕부전 쇼핑가에 들어섰을 때
대로변, 눈앞에서 눈 끝까지
한 가지 모양의 홍등이 덩실 매달린
포장마차의 장엄한 행렬에서
단단한 질서와 푸른 욕망을 보았다.
한국의 명동이라는데
명동의 시가지를 한 줄로 이어 다림질한
저 가지런한 풍경
낮에는 빈 마차로 있다가
밤이면 달팽이 요리에서 온갖 것 다 판다고
동일한 끈으로 묶은 사각의 틀에서
개별화되어 구르는 구슬의 노래다.
왕부정 대형 백화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층층마다 휘몰아 도는 서구의 향기
건너편 엘지이동통신 대리점이 배꽃으로 피어
대한의 향기를 드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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