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박원순시장의 공약인 ‘서울형유급병가’에 대해 공론화 과정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해진 정책 추진 절차까지 어기며 이를 밀어붙이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형유급병가’는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중 중위소득 100% 이하인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가 입원 치료로 일을 할 수 없는 경우 서울시 생활임금(1일 81,184원)에 해당하는 현금을 직접 지급하는 정책이다.

  OECD 국가들 대부분이 시행하고 있는 상병수당과 유사한 제도라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그러나 OECD 국가들이 시행하고 있는 상병수당은 사회적 보험의 형태로 재원을 충당하고 있는 반면 ‘서울형유급병가’는 조세로 모든 재원을 충당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100% 시민의 세금으로 이를 지급하고, 저소득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에 대한 역차별 소지가 있어 본격적인 추진에 앞서 충분한 공론화 과정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서울형유급병가’ 추진과 관련하여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관련 조례도 시의회 회기 시작 15일 전에 제출하도록 되어있는 규칙을 어기고 정례회 하루 전인 31일에 늦장 발의되어 절차 위반 논란에 불을 붙였다.

 서울시의회는 이에 대해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발의 시한을 넘겨도 접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서울형유급병가’ 시행이 국가적 재난과 같은 시급한 현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여당 의원이 절대 다수인 상임위에서 예산처리 요건을 맞추기 위해 예산심의 직전에 관련 유급병가 조례만 원포인트 처리한다는 방침이어서 꼼수 논란이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위는 지난 9월 추경 예산 심사 당시 근거 조례 미비를 이유로 ‘서울형유급병가’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한 바 있다. 서울시는 ‘서울형유급병가’ 추진을 위해 내년도 예산 51억원을 편성해놓은 상태다.

 한편, 지방자치단체의 신규 복지정책의 경우 국무총리 산하 사회보장심의위원회(이하 사보위)의 심의를 거치도록 되어있어 서울시가 ‘서울형유급병가’에 대한 심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사보위 통과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주요 골자로 하는 ‘문재인케어’를 추진하면서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우려하는 여론을 의식한 결과, 상병수당의 필요성은 인식하면서도 당장 도입에는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상병수당과 유사한 제도인 ‘서울형유급병가’가 시행될 경우 오히려 정책의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사보위가 이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서울시의회 김소양 의원(자유한국당, 비례)은 이와 관련하여 14일 행정감사에서 “서울시가 박원순시장 공약을 밀어붙이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지적하며, “내년도 예산 처리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정책 시행을 위해 시민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고 절차를 준수해야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