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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현장 24] 그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2)

[변호사 현장 24] 그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2)

  • 기자명 김경호(변호사) 논설위원
  • 입력 2018.11.13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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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람 범인이네!’ 

 

김경호 변호사(본지 논설위원)
김경호 변호사(본지 논설위원)

  전호에 이어서 본지에서는 김경호 변호사(본지 논설위원)의 변호사 현장 24시를 3회로 나누어 게재한다. 그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발생하는지 그 현장을 생생히 보자.

  때로는 이 기억을 위해 피해자는 종이 위에 따로 기록해 두기도 하고, 허가되지 않은 소형 녹음기로 녹음이 금지된 장소인, 지휘통제실이나 지휘관실에서 녹음해 두기도 한다(야전에서는 이 시대 지휘권과 헌법상 인권이 충돌하는 이 지점에서도, 법 위반 사실이 수반되는 인권 주장에 대해서도, 아직은 녹음만 있으면 ‘처벌’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안타깝다. 스스로 제 살을 파 먹는 ‘게(crab)’ 같다). 

  그리고 피해자는 그 피해사실을 ‘주장’한다. 주장(主張)이란 자기의 의견을 굳게 내세우는 것으로, 위와 같이 작성하고 녹음해 둔 피해자는 그 피해사실을 굳게 내세울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피해’에는 적지 않게 ‘망상(妄想)’도 있고, ‘과대망상(誇大妄想)’도 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참고하면, ① 피해망상(被害妄想)이란 피해자가 해를 입었다는 ‘근거가 없는’ 주관적인 신념이고, ② 과대망상(誇大妄想)이란 피해사실보다 ‘과장하여’ 터무니없는 헛된 생각을 하는 증상을 말한다.

  ① 피해사실이 애초에 없는데 있다고 주장하는 망상이나 ② 피해사실 보다 부풀려서 주장하는 과대망상이든 조사·수사기관(감찰·헌병·법무)은 ‘피해’사실도 반드시 조사·수사해야 한다. 이것이 고소한 자나 고발한 자에 대한 참고인 조사·수사이다. 여기서 피해자에 대한 ‘연민(憐愍)’이 작동해서는 안된다. 이 연민 또한 조사자·수사자의 ‘주관적’ 생각에 불과한 것이지 아직 사회 구성원 다수의 ‘공감’ 그 자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조사·수사의 ‘시작’단계에서 피해사실에 대해 조사자·수사자에게 ‘연민(憐愍)’이 생기면, 이 피해사실은 이미 ‘증거’ 없이도 객관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해진다. 즉, 피조사자나 피의자는 이미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꼭 연민이 아니더라도 ‘사회적 분위기(예를 들어 Metoo와 같이, 언론보도와 같이)’에 휩쓸리면, 조사자·수사자는 피해 자체에 중점을 둘 뿐, 그 망상이나 과대망상 가능성에 대한 조사·수사는 아예 배제해 버리는 경향이 강해진다. 

  그리고 이들은 대놓고 얘기한다. “언론 보도에 났잖아요!”

  이리하여 피해자 기억의 한계의 가능성(망상이나 과대망상)은 처음부터 배제된 상태가 되어버린다. 그러면 그 다음 어떤 사태가 벌어지는가? 

#4. 「가해자로 지목된 자」의 기억과 그 한계

  가해자로 지목된 자는 기억이 나지 않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대체로 처음에 황당하고 억울해한다. 왜냐하면 피해자에게 ‘특별한’ 사실이, 그에게는 그저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日常)’이었기 때문에 굳이 의식 속에 간직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휘관이 휘하 참모나 실무자에게 자신이 지휘관까지 발탁된 원동력인 세련된 업무처리 프로세스나 노하우를 ‘정성껏’ 교육하더라도 ‘성의가 없는’ 젊은 간부들이 종종 망각하고, 보고 누락하고, 급기야 허위 보고까지 하는 모습! 그래도 지휘관은 그 모든 업무를 스스로 다 할 수 없으므로  다시 교육하지만 그 부하들은 또 망각하고, 또 보고 누락하고, 또 허위 보고!  이제 지휘관은 ‘질책’하며 교육하게 된다. ‘분노’감정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나 하나 교육을 해도 나아지지 않는 것에 대해 자신을 ‘무시’한다는 감정까지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쟁점은 그 ‘질책’의 양과 질이다. 대법원 판례도 군대 특성상 상급자의 하급자에 대한 질책 그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 한계가 “사람으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정신적·육체적 (위법한) 고통”(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도2222 판결 등 참조)인 것이다. 

  이렇게 ‘강한(?)’ 질책과 교육의 병행이 ‘일상(日常)’이 되어가면서 지휘관은 특별한 기억을 간직하지 못한다. 오히려 ‘방치(放置)’하는 지휘관보다, ‘무관심(無關心)’하는 지휘관 보다, 부하들을 위해 무언가 ‘더 해 주고 싶은’ 지휘관으로 자신을 위로(慰勞)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다가 조사·수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배신감’을 느낄지 모른다. 가끔은 내 돈으로 너희들에게 밥도 사주고, 술도 사주고, 선물도 챙겨 주었는데, 목적은 ‘잘 해 보자고’ 한 것인데...  

  그런데 갑자기 조사·수사 대상이 되어 특별한 기억이 없는 사실, 즉 피해자가 ‘특별히’ 기억하여 주장하는 사실을 대하여 신문 받고 대답 한다. 아니 대답을 해야 한다. 조사·수사 초기에 조사자나 수사자는 말과 서면으로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고 고지하나, 현실에서 이런 상황에 “내 기억이 없으니 진술을 거부하겠다”고 한다?  이런 배짱 좋은 피조사자나 피의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데 결과를 놓고 보아서는 그렇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갑자기’ 혼자 소환되어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으면서 기억나는 것처럼 진술하면 변명(辨明)이 되어 버리기 쉽다. 변명(辨明)이란 어떤 잘못이나 실수에 대하여 ‘구실’을 대며 그 까닭을 말하는 것으로, 이런 상황이 되면 조사자·수사자는 더욱 집요하게 ‘물어 뜯을’ 것처럼 신문해 댄다. 변명이 변명을 낳고 이후 수습이 안 된다. 그러면 조사자·수사자는 가뜩이나 피해자의 주관적 피해사실에 ‘연민’을 느끼고 있는 터라, ‘시회적 분위기’에 동조하고 있는 터라 바로 피조사자나 피의자가 범인이라고 단정짓는 마음이 생길 것이다. 

  ‘이 사람 범인이네!’ 

  이내 「가해자로 지목된 자」는 기억을 ‘나게’ 해서 해명(解明)을 해야 하는데, 기억이 없으면서 변명(辨明)을 하는 바람에 졸지에 ‘궁지’에 몰린다. 

  그렇다면 혼자 조사·수사를 받다가 차라리 이런 사태에 이를 것이 예상되면 각개 신문에 아예 진술을 일체 거부하는 것이 낫다. 그리고 피해자의 주장 사실 전체를 한번 듣고 나온다. 그리고 해당 사실에 대해 기억을 ‘나게’ 해서 다시 조사·수사 받겠다고 하면 그뿐!

 그렇게 나와서 기억을 ‘나게’ 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모든 범죄사실은 일시, 장소, 방법이 특정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문제가 되는 일시·장소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본인 업무수첩, 메모 내용이나 인트라넷 메일 또는 공문 내용, 당시 현장에 있었던 주변 목격자 진술 등을 확보하고 분석하고 정리하여 해당 기억이 ‘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책임 질 부분은 인정하면 그 뿐! 

  정리하면, 피조사자나 피의자는 소환되면 ‘당황하지 말고’ 첫 날은 그저 피해사실 전체를 듣는다는 생각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대한변호사협회에서 권장하는 변호노트를 들고 가서 메모를 한다(아직도 야전에서 메모 자체를 못하게 하는 이런 적폐들이 있다고 한다. 한심할 따름이다).

  그 후 기억을 ‘하는’ 자(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자)의 주장에 대해 기억을 ‘나게 하는’ 자(가해자라고 지목된 자)가 ‘변명’이 아닌 ‘해명’을 해야 하는 것이다. 적어도 본인이 억울하다면! 

  헌법 제27조 4항(무죄추정의 원칙)은 조사자나 수사자에게 ‘겸손’하라고 명령하고 있으니, 충분히 피조사나 피의자는 이러한 과정상의 ‘인권’을 주장할 수 있다. 그렇지 아니하고 진술거부권을 포기하고 행한 진술은 법정에서 매우 ‘불리한’ 유죄의 증거가 된다고 늘 고지하지 않던가!!! 

  이러할 진데 피조사자나 피의자여, 서두를 것인가? 인생이 걸린 이 문제인데... (이럴 때 조사자나 수사자의 ‘인권’ 감수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재촉할 것이다. 압박할 것이다. 그렇다고 휘말리지 말지어다. 헌법이 그대를 보호하고 있으니)

  그런데 피조사나 피의자도 오히려 바쁘다. 진급이 어떻고, 보직이 어떻고 하면서 ‘빨리’ 끝나야 한다는 것이다. 기억이 온전히 나지도 않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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