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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 협동조한 설립 “대리운전도 어엿한 서비스직업으로 인정받아야죠”

대리운전 협동조한 설립 “대리운전도 어엿한 서비스직업으로 인정받아야죠”

  • 기자명 황문권 기자
  • 입력 2012.12.0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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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대리기사 권익향상은 물론 시민밤길지킴이로 활동 약속

이창수 조합장이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사무실에서 서울시 협동조합 1호 접수증을 보여주며 흐믓한 미소를 짓고 있다.
[서울시정일보 황문권기자] 세계 최고의 골잡이 메시가 소속된 ‘FC 바르셀로나’, 키위의 대명사 뉴질랜드 ‘제스프리’, 글로벌 통신사인 AP….

이 이름들은 나라와 하는 일은 모두 달라도 해당 분야에서 세계 최고라는 공통점을 가진 곳들이다.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바로 셋 다 협동조합이라는 것이다.

[세계 경제위기 속 협동조합 가치 부각…2012년은 유엔이 정한 ‘세계 협동조합의 해’]

올 들어 협동조합이 새로운 ‘경제 모델’로 부각 받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도 안정적으로 경영을 수행하는 것을 물론, 새로운 일자리를 계속 창출하기 때문이다.

유엔도 이런 점을 주목해 올해를 ‘세계 협동조합의 해’로 정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돼, 이달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협동조합은 이제 경제, 사회, 문화 전 범위에 걸쳐 5명 이상 모이면 자유롭게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저는 마침 근무 중이라 시청 근처에 있는 조합원에게 빨리 가라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 때가 한 새벽 3시 반 쯤이었죠. 그래서 서둘러 가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따라온다는 거에요. 협동조합컨설팅이라는 곳인데, 1호 등록을 위해 우리처럼 새벽같이 왔다고 하더군요.”

지난 3일 오전 서울시에 협동조합 설립신고를 마치며 서울시 1호 협동조합이라는 영예를 안은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이창수 조합장의 말이다.

“1호라는 게 상징성이 크지 않습니까? 대리기사 분들에게 우리 조합의 탄생을 적극 알리고 싶었습니다. 조합원들도 이왕 할 바에는 1호를 하자고 늘 말해왔고요.”

[10만 대리운전 기사 처우 개선 위해 올 3월부터 협동조합 설립 추진]

사실 대리운전협동조합은 지난 3월부터 조합 설립을 추진해왔다. 매월 회의를 하고, 교육도 받고, 심지어 협동조합의 대가인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의 스테파노 자마니 교수에게 자문을 받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그만큼 대리운전기사 조직이 절실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대리운전기사들이 전국에 10만명이 넘습니다.
그중 대다수는 한 달 수입이 100만원을 조금 넘습니다. 벌금제 등 프로그램 회사나 콜대행업체가 부당한 횡포를 부려도 그냥 당할 뿐입니다. 그 결과 서비스 질은 떨어지고, 시민들의 불편과 불만이 가중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때문에 대리운전기사 조직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그러나 제도적·재정적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며 노동조합이나 사단법인 결성이 어려운 상황이었고, 마침 협동조합법이 제정돼 협동조합이 설립된 것이다.

“이런 역사가 있는 만큼 저희 협동조합은 영리사업을 추구하기보다 피해사례 상담이나, 노하우 전수 등 기존에 해왔던 교육이나 대리운전기사들의 권익향상에 치중할 계획입니다. 조합이 좀 더 튼튼해지면 자체 콜센터를 구축하는 등 사업도 준비할 생각이고요.”

대리운전협동조합 설립 소식이 알려지자, 원주·광주 등 상황이 더 열악한 지방 대리기사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또, 택배(퀵서비스)종사자들처럼 유사업종의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사업적인 면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왔다. 모 대기업에서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과 단체계약을 맺고 싶다는 연락이 온 것이다. 비록 지급 조건 때문에 성사가 안 됐지만, 대리운전협동조합의 사업성을 보여준 사례라는 게 조합 측의 설명이다.

[대리운전도 어엿한 기술서비스 기반 작업으로 인정 받고파]

이처럼 여러 곳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사실 이창수 조합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은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고민이 많다.
당장 사무실만 해도 그렇다. 지금은 재단법인 ‘행복세상’의 도움으로 3평 남짓한 사무실을 마련했으나, 언제까지 사용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조합의 규모도 아직은 미지수다. 현 조합원은 22명으로 출자금은 한 달 5만원씩 1년 동안 60만원이지만, 대리기사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출자금을 대폭 낮추는 것을 신중히 검토 중이다.

“설립의 기쁨은 잠시고, 앞으로의 행보는 가시밭길입니다. 그래도 10만 대리운전기사가 저희만 믿고 바라보는 있는 만큼 저희가 더 힘을 내야겠죠.”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은 곧 이사회를 열어 내년 사업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안전 및 소양교육 등 대리운전기사 교육 프로그램을 재정비하고, 프로그램 및 콜센터와 협의회를 구성해 콜수수료·보험·벌금 등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협동조합인 만큼 공공성도 중요합니다. 기사 실명 신분증 제시 등을 통한 한차원 높은 안전 서비스 제공에 조합이 앞장 설 것입니다. 또 야간에 근무하는 특성을 이용해 ‘시민 밤길 지킴이’라는 공익적 활동도 적극 펼쳐 나가겠습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8000여개의 대리운전 업체가 난립하며, 기사들의 근로환경 악화와 이에 따른 난폭운전과 불친절 등 적잖은 문제가 양산되고 있다.

첫 협동조합으로 출발한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이 8000여 업체 중 하나가 될지, 아니면 조합의 바람대로 대리운전을 여엿한 기술서비스 기반 직업으로 이끄는 밑거름이 될 지 조합의 행보에 10만 대리기사와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협동조합이란?]

협동조합은 조합원 권익증진, 1인1표, 지역사회 기여 등을 특징으로 하는 사업조직으로, 크게 영리법인인 일반 협동조합과 비영리법인인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나뉜다.

금융 및 보험업을 제외한 전 분야에서 5인 이상이 모여 새로운 법인인 ‘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하다. 단, 의료기관 개설시에는 최소 조합원수 500인, 최저 출자금 1억원 등이 필요하다.

정부는 법이 시행되면 향후 5년간 최소 8000개에서 최대 1만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취업자수는 향후 5년간 4~5만명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법 시행 이틀째인 4일 낮 현재 전국적으로 19개의 조합이 신고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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