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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김남기 변호사...근대적 토지제도 도입의 명과 암

{법률칼럼}김남기 변호사...근대적 토지제도 도입의 명과 암

  • 기자명 김남기 논설위원
  • 입력 2018.08.2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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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소유권이란 토지소유자의 자유의사에 따라 토지를 사용·수익·처분할 수 있는 권리

[법무법인(유) 산우 김남기 변호사]
[법무법인(유) 산우 김남기 변호사]

근대적 의미의 토지소유권이란 토지소유자의 자유의사에 따라 토지를 사용·수익·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지금은 이러한 권리가 소유자의 당연한 권리로 인식되고 있지만, 불과 100여년 전만해도 토지소유권은 우리 조상들의 의식 속에서 찾기 어려운 개념이었다. 물론 종중 또는 문중 재산이라는 형태로 소유관념과 유사한 방식으로 운용되기는 하였지만, 사적 소유 관념이 결여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사적 소유권 인정은 근대 사법 질서의 핵심적 요소이다. 개인주의와 자유주의로 무장한 근대 시민계급은 근대법질서를 형성함에 있어서 자신들의 재산권 보장과 정치적 자유 확보를 최우선적 과제로 삼았고, 이는 토지제도와 같은 재산관련 제도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즉 당시 재산권은 절대적 권리의 하나로 여겨졌으며, 국가개입은 최소한의 수준으로만 인정되었다. 이러한 절대적 소유관념은 역사적으로 빈부격차 문제를 심화시켰고, 이는 소유권이 상대적 권리로 규정된 지금도 우리에게 커다란 숙제로 남아 있다.

우리의 경우 자발적으로 근대법 질서를 수용한 부분보다 일제에 의해 강제적으로 편입된 부분이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형식적으로는 일제가 1912년부터 토지조사를 시행하면서 조선민사령, 토지조사령, 부동산등기령을 통해 근대적 토지제도가 도입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렇게 해석하는 것을 잘못된 이해방식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적어도 일제의 조선 식민화 정책의 준비과정을 고려하면 훨씬 그 전부터 일본이 근대화라는 이름으로 제국주의의 확장을 시도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섬나라라는 한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를 한반도에 대한 적대적 방식으로 드러내곤 했다. 19세기 일본은 아시아의 어느 국가보다 빠르게 근대적 질서에 편입되면서 서구제국주의를 답습한다. 1882년 임오군란은 일본의 야욕을 확인해준 사건인데, 일본은 이때부터 한반도 식민화를 본격적으로 준비한다. 그 과정에서 조선의 토지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게 되고, 1912년 토지조사 전에 이미 조선의 전 토지에 대한 지적도를 완성한다. 즉 토지조사는 토지에 대한 식민화 정책실행 과정 중 마무리 수순이었고, 그 전에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친 것으로 봄이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일제에 의한 토지제도의 근대화는 긍정적·부정적 측면 모두를 가지고 있다. 먼저 긍정적 측면을 살펴보면, 어째든 일제에 의해 토지에 대한 사적 소유권이 인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지적 제도를 통해 토지소유권이 미치는 현실적 범위가 정비되었고, 부동산 등기제도를 통해 공시제도가 마련 된 점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토지제도란 모름지기 자율적으로 사회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형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도적 동력을 상실한 변혁은 외부적 강제력을 계속해서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는 규범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제에 의한 토지제도의 근대화는 종래 조선에 존재했던 관습상의 특수한 제권리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이러한 권리들은 토지조사 후 채권적 권리로 전락해 일제 수탈의 대상이 되었다. 나아가 총독부라는 사실상 견제받지 않는 권력에 의해 토지제도가 운용되면서 조선의 국유지와 사유지는 최적화된 식민지로서만 존재하게 된다. 또한 근대적 재판제도가 시행되기는 하였지만, 형식적으로만 근대화 과정을 거친 나머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토지제도는 법리상으로도 기형적인 법리를 탄생시킨다. 다음 회부터는 종중과 왜곡된 법리에 대해 상세하게 다루도록 하겠다. [법무법인(유) 산우 김남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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