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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꼼짝마!...냄새로 범인 잡는 ‘체취증거견’

범죄 꼼짝마!...냄새로 범인 잡는 ‘체취증거견’

  • 기자명 황문권 기자
  • 입력 2012.10.2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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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사람보다 44배 더 많은 감각기관(2억2천만개의 후각)을 가지고

사건현장에 도착한 체취증거견들이 핸들러들과 함께 수색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정일보 황문권기자] 최근들어 우리나라나 세계적으로 강력범죄가 계속해서 발생해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특히 묻지마 범죄는 심각한 사회 범죄 등등이 일어나고 있다.
혼란한 사회에서 범죄의 예방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발생했을 경우에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해 피해자와 그 가족들, 나아가서는 국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어야 한다.

누구나 알다시피 범인을 체포하려면 사건 현장에서 발견한 물건이나 목격자 등 증거와 증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사람의 체취도 증거가 될 수 있을까?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이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체취증거기법(Humam Scent Evidence)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체취증거기법은 말 그대로 특유의 냄새 혹은 체취를 증거로 범인을 검거하는 수사기법이다. 이 체취증거기법의 본격적인 도입을 위해 경찰청은 체취증거견을 활용하고 있다.

[개의 뛰어난 후각, 경찰 수사에 적극 활용]

경찰청 수사국 과학수사센터 유완석 경감은 체취증거기법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쉽게 얘기해서 냄새 증거 개념이죠. 예를 들어 사건이 발생한 현장에 범인이 장갑을 놓고 갑니다. 그럼 범인을 잡기 위한 단서가 장갑이 되겠죠? 그런데 이 장갑에서 DNA를 확인해 볼 수도 있겠지만 DNA의 경우는 확인하는데 시간과 절차가 어렵고 만에 하나 DNA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냄새는, 범인의 체취는 반드시 그 장갑에 계속 남아 있습니다. 그런것들을 찾아내 증거로 삼아 범인을 체포하는 게 바로 체쥐증거기법입니다. 섞여 있는 다양한 냄새들 중 범인의 체취를 선별해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고도의 훈련을 받은 체취증거견들이고요”

개의 뛰어난 후각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은 눈으로, 개는 코로 찾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개는 짧게는 500m에서 수 km이상 떨어진 곳의 취기도 바람만 잘 불어 준다면 바로 추적할 수 있다. 무엇인지, 누구인지, 사람은 눈으로 확인하지만 개는 코로 한다. 사람보다 44배 더 많은 감각기관(2억2천만개의 후각)을 갖고 있으며 뇌 8분의 1을 후각 뇌가 점유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냄새 증거를 찾는데 체취증거견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경찰 내부에서는 개의 특성을 활용해 체취증거견과 같은 수사를 목적으로 하는 견을 양성하자는 얘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으며 결정적으로 작년 국외훈련과정에 수사목적견 교육이 체택된 것이 체취증거기법 도입의 시발점이 됐다.

경찰특공대에서는 우수한 핸들러를 선발, 이들이 작년부터 육군 군견훈련소의 훈련을 비롯 미국 인디애나주 국토안보부, 특수견훈련소 등의 전지훈련을 다녀왔으며 올 6월에는 미국 국토안보부 수석 트레이너를 초청해 시체수색훈련 특별과정 등을 실시하기도 했다.

[9월 영덕 부녀자 납치사건, 체취증거견 범인 시신 발견]

현재 국내에는 저먼 셰퍼드 3마리, 말리노이즈 2마리, 래브라도 리트리버 2마리, 골든 리트리버 1마리 총 8마리의 체취증거견이 체취증거기법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8명의 핸들러와 함께 대도시지방경찰청 특공대 탐지팀 소속으로 평소에는 각자의 지역에서 교육과 훈련을 받으며 지방청 사건을 담당하다 강력범죄가 발생해 필요할 경우 모여서 함께 출동한다.

현재 대부분 2~3살인 국내 체취증거견들은 시신수색단계에는 참여할 수 있을 정도로 교육이 되어있는 상태이다. 이들이 후각에 얼마나 민감한지는 유완석 경감이 밝힌 사례에서 쉽게 알 수 있다.

얼마 전 있었던 살인사건 현장에서 출동한 체취증거견은 현장에서 피 냄새를 맡고 냄새의 경로를 따라 사건을 수사한 경찰들이 근무하는 경찰서까지 갔다고 한다. 경찰들이 사건 현장을 왔다갔다 하면서 묻어간 체취에 체취증거견들이 반응한 것이다.

끊임없이 훈련을 받고 성장 중인 체취증거견들을 올 들어서는 사건 현장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통영 어린이성폭행 살인사건, 제주 부녀자살인사건 등 실제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영덕에서 발생한 부녀자 납치 사건에서는 체취증거견들이 톡톡히 제 역할을 해냈다.

또한 현장에서 체취증거견과 함께 수색작업을 벌인 부산지방경찰청 특공대 폭발물탐지팀 팀장 김도형 경사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피해자는 식물인간 상태였고요, 가해자는 산 속으로 도주했다는 얘기만 듣고 수색이 시작됐습니다. 천여명의 인력이 며칠 간 산속을 뒤졌는데 성과가 없었죠. 결국 체취증거견이 투입됐습니다.
증거견들은 범인 것으로 보이는 잠바와 차안에서 냄새를 맡은 뒤 수색을 시작했는데요 오전 8시에 시작한 수색은 2시간 20여분 만에 용의자를 찾아 종료가 됐었습니다”

폭발물 탐지견 업무를 10여년간 해 온 김도형 경사는 올 초 체취증거견팀에 합류했다. 현재는 부산지방경찰청 특공대 소속의 체취증거견 레오의 핸들러로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

김도형 경사는 체취증거견의 역할이 단순히 무엇을 찾는 게 아니라 사람의 고유취를 선별하고, 그것에 따라 범인을 추정해야 하고 또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도 광범위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훈련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핸들러와의 호흡 또한 중요하다.

[체취증거견의 지속적·체계적 훈련 중요]

체취증거견의 교육은 복종교육부터 시작, 먹이·공·칭찬 등의 보상을 통한 반복훈련으로 이뤄진다.
갔다와→갔다오면서 찾아와 이러한 형식으로 교육은 단계를 거듭할수록 세밀한 과정이 더해진다. 땅 속에 헝겊을 묻고 찾아오는 훈련, 여러 대의 휴대폰이나 사물을 두고 특정한 인물의 것을 찾는 훈련을 반복하고, 시신 냄새를 구분하기 위해 화학제품으로 만든 시약도 활용한다.

가장 어려운 점으로 체력적인 한계를 꼽는 김 경사. 그도 그럴것이 산을 수색하게 되면 해발 600~700m의 산을 하루에도 3,4차례씩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한다고 한다. 등산로가 아니라 길이 없는 산 속을 파헤치며 다니다 보니 체력이 좋은 편이라고 하는 그에게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을 생각하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본인의 의무인 만큼 항상 최선을 다하겠다는 김도형 경사는 수사과정에서 체취증거기법이 자리를 잡는데 본인의 역할을 다하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체취증거기법의 최종 목표는 법정에서 인정받아야 해]

이제 걸음마 단계인 우리나라 체취증거기법의 최종 목표는 법정에서 인정받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재까지는 우리나라의 경우 체취를 증거로 사용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하거나 채택 전의 단계에서 증거로 제출한 적도 없다.

미국·일본·유럽 등 외국에서는 이미 체취증거팀을 구성, 범인추적에서 검거에 이르기까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1987년 최고재판소(대법원)에서 전문적인 핸들러에 의한 체취증거 보관과 선별 방법의 적정성이 인정되면 유죄의 증거로 할 수 있다고 판시해 체취증거의 법정 증거능력을 인정한 바 있다.

미국도 2007년 알래스카에서 여성간호사가 실종된 후 6주 후에 시신이 발견됐는데 FBI 체취증거견이 투입돼 3마리 모두 용의자의 집을 추적, 지목해 범인을 검거한 사례가 있다.

[“냄새 증거, 법정에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겠다”]

범죄현장에서 과학수사 활동은 실오라기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체취증거기법이 법정 증거능력으로 인정받고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2015년 완공 예정인 경찰견 종합훈련센터(대전)를 통해 과학수사 체취증거견을 추가 양성해 향후 수 년내에 경찰서 단위에도 체취증거견들이 활동할 계획이다. 동시에 다양한 분야의 수사목적견을 양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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