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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1004의 섬들과 악수하다.

신안, 1004의 섬들과 악수하다.

  • 기자명 박용신 논설위원장
  • 입력 2018.08.17 12:12
  • 수정 2018.08.17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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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더 이상 아프지 않은 슬로우 시티

<신안, 1004의 섬들과 악수하다.>

신안, 더 이상 아프지 않은 슬로우 시티 

▲연두와 홍조가 어우러진 염생수초 색(色)으로 마음이 누그러져 편안해 진다. (증도 염생식물원)
▲연두와 홍조가 어우러진 염생수초 색(色)으로 마음이 누그러져 편안해 진다. (증도 염생식물원)
▲갯벌 늪지 널판길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당신도 잊혀질 것이다. 무심으로 나를 만나는 시간.
▲갯벌 늪지 널판길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당신도 잊혀질 것이다. 무심으로 나를 만나는 시간.

<증도 그리고 임자도>
[서울시정일보 = 백암 박용신의 여행문학] 한 여름 증도에 진눅한 염전 더위는 짬짬 불어오는 바다 갯풍에 선득선득 사그러 들고 코끝으로 진한 짠내가 몰려 왔다. 염전 박물관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태평염생식물원 안으로 들어갔다. 즐비하게 띠를 이루어 늘어선 소금창고가 기적을 울리며 초원을 가로 지르는 열차의 풍경처럼 낭만으로 다가서고 너른 갯벌 물길, 고랑에 야트막한 둔덕으로 함초, 칠면초, 나문재 등, 염생수초가 지루한 여름의 초록이 아닌 연두(軟豆)빛 평원을 이루어 마음이 느슨해 지고 편안한 여유가 다가선다. 양팔 2m 남짓 나무 판자로 S자 길을 낸 관찰 탐방로 따라 천천히 걷는다. 명상을 하며 걸으라는 표지판을 읽으며. 

▲ 천천히 걸으며 명상에 관하여 (표지판)
▲ 천천히 걸으며 명상에 관하여 (표지판)
▲ 적막한 고요속에서 소리를 들었다. 열심히 일하는 소리.
▲ 적막한 고요속에서 소리를 들었다. 열심히 일하는 소리.
▲ 소금창고, 날씨탓으로 음산하다. 저 큰 창고에 소금이 가득 차 있을까?
▲ 소금창고, 날씨탓으로 음산하다. 저 큰 창고에 소금이 가득 차 있을까?
▲ 속이 궁금하면 못 살겠지. 작업이 멈춘 창고 안에 그래도 제법 소금이 잠겨 있다.
▲ 속이 궁금하면 못 살겠지. 작업이 멈춘 창고 안에 그래도 제법 소금이 잠겨 있다.

소금창고가 늘어선 염전으로 들어갔다. 우리 나라에서 규모가 제일 큰 태평염전이다. 창고 외벽을 형성하고 있는 쪽대 판자가 소금에 절어서 일까, 거므티티하고 음산하다. 날씨 탓인가 작업하는 인부들은 보이지 않고 적막한 염전에 풍경이 조금은 을씨년스럽지만, 창고 사이 염전에 바닷물을 조절하는 제법 널은 도랑에선 눈이 툭 불거져 묘하게 생긴 짱뚱어들이 인기척에 놀라 '화들짝'숨는다.

▲ 딱딱 정형화된 염전, 갑자기 머리에서 쥐가 났다. 집에가 숙제해야지.
▲ 딱딱 정형화된 염전, 갑자기 머리에서 쥐가 났다. 집에가 숙제해야지.
▲ 조화다 조화야 하늘에 조화. 시간을 기다리니 소금이 된다. 돈이된다. 삶이된다.
▲ 조화다 조화야 하늘에 조화. 시간을 기다리니 소금이 된다. 돈이된다. 삶이된다.

도랑 위 널판 쫍다리를 건너 반듯 반듯 형성된 정형의 소금 밭, 갇혀 있는 걸쭉한 짠물 바닥으로 희끗희끗 하얗게 형성되고 있는 결정들, 미완의 소금들이 모습을 들어낸다.  하늘을 이고 누워 뙤약볕아래 물기들 다 증발 시켜야 이루어 지는 완성, 아픔없이 이루어지는 소망이 어디있을 까 만은 바닷물은 그렇게 고통을 이기고 소금으로 다시 태어났다. 염전의 노예 계약 등으로 시련이 깊었던 신안, 이제 더 이상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갖고 다음 행선지 임자도로 발길을 옮긴다.

<임자도>

▲ 사람들은 다 어디 갔을까? 너무 조용한 백사장으로 조형 말들이 달린다. (대광해수욕장)
▲ 사람들은 다 어디 갔을까? 너무 조용한 백사장으로 조형 말들이 달린다. (대광해수욕장)

신안 최 북단에 위치한 정겨운 이름의 섬 임자도. 봄, 튜립축제 때 대광해수욕장 해변가에 조성한 공원에는 튜립 꽃은 이미 져 버리고 다른 노랗고 붉은 조경화가 조각 설치물들과 조화되어 시선을 집중 시킨다. 해변 어귀 입구마다 민어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들이 바다 바람에 심하게 펄럭이고, 일련의 염전 사태가 영향을 준 것일까? 휴가 절정기 임에도 해변은 지나치게 조용하고 한산하다.

▲ 축제를 위해 설치한 조형물이 제법 미술품 답다.
▲ 축제를 위해 설치한 조형물이 제법 미술품 답다.

사람들의 얇은 마음이 공연히 미워 속상해졌지만 신발을 벗어 놓고 맨질 거리는 모래를 밟으며 해변을 걷는다. 혼자서 끝이 보이지 않은 이 넓은 해수욕장의 주인이 된 기분. 언젠가 어린 아들과 해변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보고 말다툼하던 때가 생각났다. 내가 "아! 파도가 멋지게 밀려 온다."고 했더니  아들놈 "아빠! 저게 어떻게 밀려오는 거야. 저건, 말려서 굴러 오는 거잖아. 잘 봐." 어쨌든 굴러 오건, 밀려 오건, 파도가 발 밑까지 달려드는 순간 발을 "깡총" 자박, 자자박 달아나는 반복, 그냥 동심삼매(童心三昧). 여행이란 그 처한 곳에서 나를 완전하게 자연과 동화시켜 즐거움을 갖는 것. 멀리서 누가 새우깡으로 갈매기들을 유혹했을까, 끼욱 끼룩 갈매기들 훼를 치며 오르고 내리는 비행의 여백 사이로 여객선 하나 빠르게 지나간다.

▲  해가 산마루에 걸렸다. 하루를 마무리할 시간, 노을빛에 마음도 물이 든다.
▲ 해가 산마루에 걸렸다. 하루를 마무리할 시간, 노을빛에 마음도 물이 든다.

임자도 농협에서 운영하는 여객선을 이용 지도 여객터미널로 다시 나왔다. 해는 뉘엿뉘엿, 1박2일의 일정 중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무안에 사는 지인에게 전화를 해 숙박지를 알아봐 달랬더니 무안 쪽은 모텔, 민박 등, 이미 방이 동나고 펜션이 있는데 하룻밤에 17만원을 달랜다. 이거 뭐 아무리 성수기라지만, 내가 갑부도 아니고 급하면 차에서라도 자리라 마음을 고쳐 먹고 꼬르륵 소리 나는 배를 채우기 위해 아침에 증도를 들어가기 위해 통과했던 지도대교 밑 해변가 도로로 차를 몰았다. 모퉁이 돌아 얼마 안가자 자그마한 항구(수협항)가 나타나 차를 세웠다. 거기 항구 언덕에멋진 모텔이 하나 숨어 있었고, 탁 트인 바다 저편, 올망 졸망한 섬들에 사이로 해가 넘어간다. 동그랗게 붉은 해가 산마루에 걸렸다. 일출의 해는 벅찬 감동으로 다가선다면 일몰의 해는 노을과 함께 무언가 애잔함으로 멀어져 간다.. 저녘 노을을 감상하며 허기진 배를 채운다. 다행히 모텔에 방도 남아 있었고 식당도 겸하고 있어 숙박과 식사, 저렴하게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행운을 안았다.

 

 

 

 

○ 민어(民魚):  백성의 고기라는 뜻이다. 옛부터 임자도는 새우어장이기도 한데 이 민어가 새우를 좋아해 이 곳에서 민어가 많이 잡혀 나라 임금님께 진상하기도 했단다.

그 흔했던  민어가 언제부턴가 여름철 보양식으로 현대인들에게
각광받기 시작해 큰 맘 먹지 않고 먹기에는 좀 부담 스럽다. 민어는 특히, 여성들에게 좋아 미용과 산모들의 기력 회복에 최고라고 한다.

양반가에서 여름철 복달임에 민어탕이 일품, 도미찜은 이품, 보신탕은 하품”이라 했다.

○ 여행자들에게는 언제나 그 곳 현지에서 특별한 맛집을 찾아 맛있는 음식으로 식사를 하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의 하나이다. 왼편사진은 임자도 대광해수욕장에 위치한 유랜드식당에서 2명이 6만원을 주고 탕과 회를 먹었는데 비싸지는 않았다는 생각이다.
보통 6~7kg 정도 한마리 가격이 4,5십 만원 한 것으로 기억된다.

 

 

 

 

 

 

 

 

 

 

 

 

 

 

▲건강한 갯벌에서 살아 꼬으락 거리는 것들의 숨소리를 듣는다.
▲건강한 갯벌에서 살아 꼬으락 거리는 것들의 숨소리를 듣는다.
▲  싱싱한 조개가 나에게 오기까지 그 흘린 땀 방울의 노고를  어찌하랴. 조개 깨는 사람들.
▲ 싱싱한 조개가 나에게 오기까지 그 흘린 땀 방울의 노고를 어찌하랴. 조개 깨는 사람들.
▲ 전형적 7,8십년대 새마을운동 시절, 스레트지붕 가옥이다. 돌담이 아름다운 섬마을을 지나며.
▲ 전형적 7,8십년대 새마을운동 시절, 스레트지붕 가옥이다. 돌담이 아름다운 섬마을을 지나며.

<안좌,암태,팔금, 자은도>

다시 아침, 신안의 크고 작은 1004개의 섬, 그중 대표격인 4개의 섬, 안좌, 암태, 팔금, 자은도로 가기위해 무안, 목포를 거쳐 압해도 송공 여객선터미널에서 차와 함께 여객선에 승선을 하고 암태도 오도선착장에 내렸다. 4개의 섬들이 연계되어 있는 구불 구불 곡선의 해변길 따라 천천히 차를 몰며 옛날에는 고독했을 섬들의 비릿하고 고독한 이야기를 듣는다. 차창으로 훗훗하게 풍겨 오는 갯벌 냄새, 안좌도에서 천사의 다리를 만난다. 조그만 섬과 섬, 두리~박지 간 547m, 너른 갯벌 위에 널판목을 이용해 조성한 다리, 신조의 맛이 강해 마음에 와 닿는 친근감은 없어도 그냥 맨발로 걸으며 발아래 갯벌에 숨을 느끼려 애써 본다. 다리 중간 지점에서 모두발로 쿵쿵, 꼼지락 거리는
것들, 조그만 엄지 손톱만한 게들이 부산하게 제집으로 숨고 멀뚱멀뚱 짱뚱어들이 예서도 화들짝 놀라 부산스럽다. 아직은 싱싱하고 건강하게 살아 있는 신안 섬들의 갯벌, 영원히 안녕하기를 빌며 자은도로 떠난다.

▲ 안좌도에서 만난 천사의 다리. 1004개의 섬 그리고 엔젤(천사),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 안좌도에서 만난 천사의 다리. 1004개의 섬 그리고 엔젤(천사),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 자은도 분계해수욕장 바다를 바라보며 수백년 나이테를 키운 해송. 위풍이 정말 당당하다.
▲ 자은도 분계해수욕장 바다를 바라보며 수백년 나이테를 키운 해송. 위풍이 정말 당당하다.

자은도, 응암산(122m)을 끼고 1.5km 남짓, 하얀 모래사장이 구부러지게 긴 분계해수욕장으로 들어선다. 2, 3백년은 족히 나이를 먹었을 아름들이 해송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어 장관인 해변, 그 소나무 숲 가운데로 머리 쪽진 여인네 가르마 타듯, 조붓 말쑥하게 조성된 황토 둘레 길, 자은도에서 조성한 수림대 생태공원 길이다. 잡다하게 떠오르는 세상사 생각들을 비우려 애쓰며 천천히 걸어본다. 비 바람, 거친 파도, 혹은 잔잔하여 온화한, 바다의 숨결을 피부로 느끼며 나이테를 키웠을 굽은 소나무들이 내뿜는 송진 솔향이 진하게 코를 자극한다.

▲진한 솔향과 바다내음이 상쾌한 솔 숲길, 사랑하는 사람과 두손을 잡고 걷고 싶은 천혜의 요새이다.
▲진한 솔향과 바다내음이 상쾌한 솔 숲길, 사랑하는 사람과 두손을 잡고 걷고 싶은 천혜의 요새이다.

갑자기 허기가 돈다. 여행이든 일이든 먹는 일이란 언제나 사람에게 가장 시급한 '화두' 오두막 취사장에서 라면을 끓여 후루룩이며 동행 사진기자와 둘이서 4개의 라면을 해치웠다. 멀리 파도가 멎은 바다에 수평선으로 화물선이 지나고 음식 냄새를 맡고 슬금슬금 다가선 백구가 앞발을 쭉 내밀며 게으른 하품을 한다. 덩달아 잠이 쏟아진다. 송림 바닥 풀섶에 누워 팔베개하고 맛있는 낮잠에 빠진다. 길 위에 고단한 여행자들에게 먹고 마시며 잠자는 일 만큼 중요한 게 또 있을까. 얼마나 잠이 들었었을까. 갑자기 습한 파 바람이 몰려온다. 벗어 둔 모자가 날아가고 솔가지들이 셐 셐 소리를 치며 마구 흔들어 댄다. 비가 오려나 보다. 서둘러 장비를 챙겨 팔금도 고산 여객터미널로 가 다시 송공 선착장, 그리고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집으로 와 여름휴가 1박2일 신안을 마무리 한다.

▲저 아름다운 해변에 사람들이 별로 없다. 너무 조용해서 적막하다. 나만의 것으로 기억 하기엔 너무 슬프다
▲저 아름다운 해변에 사람들이 별로 없다. 너무 조용해서 적막하다. 나만의 것으로 기억 하기엔 너무 슬프다

<終>
이번 여행에서 내게 신안은 많은 것들을 가르쳐 주었다. 섬과 섬들의 전설적 고리 따분한 이야기도 들어야 했고, 우리는 언젠가 도매금으로 매도되어 억울하다는 염전 사장님들의 하소연도 들었고, 조그만 항구에서 밥 한끼, 수더분한 뱃사람들의 넉넉한 인심도 만났다. 어디에서나 결코 서두름 없이 자연 앞에 순응하며 순박하게 사는 내가 만난 신안 바닷사람들, 아픔이 깊었던 만큼 더 낮은 자세로 외지인들을 맞으려는 진심에 찬 마음, 가슴이 뭉클해 지기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최고의 자연 관광자원을 갖추고서도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지 않았다. 신안을 찾는 사람이 적다는 얘기다. 물론 나같은 여행자야 사람들이 북적대지 않는 조용한 여행지를 선호하지만, 신안은 너무 조용하여 적막함 마져 감돌아 문득, 여기 사람들은 어떻게 살지? 사는 게 걱정까지 되었다. 시간이 해결해 주지 않을까.
 

 

 

 

◇ 어떻게 가나
  * 증도와 임자도 : 서해안 고속도로 →안▷지도대교 → 증도 ▷지도 여객터미널 (여객선이용)→  임자도 진리항.
  * 안좌도, 암태도, 팔금도, 자은도 : 무안→ 목포 외곽도로→ 압해도 송공터미널 (여객선이용,)→암태도 오도 선차장 →
안좌,팔금,자은도( 해변도로). 

◇ 묵을 곳
*증도 에 있는 엘도라도리조트(061-260-3300), 현대장 : (061-271-7528 )
*임자도에 있는  편안한 모텔 : (061-262-0300 ) 유랜드 모텔 (061-261-5454) 썬비치모텔 : (061)275-8484 ) 은동통나무집민박 : (061-262-8562 )
*지도대교 밑 수협항 일번지 모텔 (061-275-1312)

◇ 먹을 곳

*신안에는 먹을 곳이 썩 마땅치는 않다. 민어 축제철이라면 민어회와 민어탕을 추천. 임자도 유랜드 모텔에서 식당도 겸하고 있는데 민어탕이 일품이다.

  *증도에 있는  갯마을식당(061-271-7528), 고향식당 (061-271-7533) *임자도에 있는 편안한식당 (061-275-2828 ), 부두식육식당 (061-275-3103)

 

 

 

 

 

 

 

 

 

 

 

 

 

 

 

 

 

백암 박용신의 여행문학 = 2018.8.17 (baga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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