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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때론 사표 내고 싶다

엄마도 때론 사표 내고 싶다

  • 기자명 황문권 기자
  • 입력 2012.09.1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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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엄마로 산다는 것

[서울시정일보] 문현아 지음 | 지식노마드 | 2012년 09월 07일 출간

이 책은 더 좋은 엄마가 되라고 조언하거나, 강남엄마가 되려고 안간힘 쓰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대신, 대한민국에서 엄마노릇이 제일 ‘더럽고’ ‘힘들다고’ 생각하지만, 오늘도 아이를 위해 밥상을 차리는 평범한 엄마들의 솔직한 일상과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엄마가 아닌 온전한 나’의 삶을 꿈꾸는 엄마들의 이야기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이를 통해 엄마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이들의 낯섦, 힘겨움을 우리가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라고 요청한다. 아울러 엄마로 살아가는 그들의 삶을 통해 우리가 나아갈 방향도 함께 고민해 보자고 청한다.

저자 : 문현아 저자 문현아는 페미니즘 이론, 역사를 공부하면서 개인적인 경험과 더불어 세계화 시대 여성이주, 가사노동 등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다. 지금은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강의를 한다. 1960년대 말에 태어났다. 신문기자가 되고 싶은 마음에 정치부를 염두에 두고, 이대 정치외교학과에 들어갔다. 입학 후 학보사에서 활동하다, 아무래도 기자는 나의 길이 아닌가 싶어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도서관과 친해보자는 마음으로 대학원에 진학해 끝내 박사학위까지 마쳤다. 정치학을 계속하면서 사회변동, 정치갈등론에 관심을 갖고 역사사회학의 일환으로 ‘조선시대’를 전공한 뒤,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에 발을 디디면서 30대에 새롭게 ‘여성’의 삶을 들여다볼 기회를 얻었다. 현재 주된 관심 분야는 인류 역사에서 가족의 변천사와 가족 내 관계의 다이내믹스이다. 전통시대로부터 현대에 이르는 한국사회의 변화를 토대로, 여력이 된다면 아시아를 넘어서서 세계적인 맥락에서 비교연구를 이어가고 싶은 바람이 있다. 그러나 현재는 욕심 부리지 않고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 이 책은 그런 맥락에서 지금, 이 땅 대한민국에서 엄마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원하는지에 대해 이 사회가 관심을 갖고 서로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을 담았다. 공저로 <돌봄노동자는 누가 돌봐주나>(한울아카데미, 2012), <박정희시대 연구>(백산서당, 2002), 역서로 <세계화의 하인들>(도서출판 여이연, 2009), <두 개의 미국>(책갈피, 2008), <경계없는 페미니즘>(도서출판 여이연, 2005) 등이 있다.

[책속으로]

그래, 인정할 건 인정하자. 한국 사회에 이미 엄마에 관한 이야기는 충분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니 “또, 엄마 얘기야? 이젠 차라리 아빠 이야기를 좀 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반론도 가능할 것 같다. 그런데 막상 내용을 찾아보려니, 아빠들의 활약상은 아직 미비해서 내용이 불충분하다. 현실적으로, 집안을 무대배경으로 할 때 자녀와의 관계에서 ‘엄마’가 아직은 키워드이자 중심 배우이기 때문이다. (중략) 엄마들이 힘들다는 이야기에 진지하게 귀 기울여 본 적이 있는지. 엄마들의 현실에 놓인 힘겨움과 그래서 ‘미쳐서 돌아버리......
그래, 인정할 건 인정하자. 한국 사회에 이미 엄마에 관한 이야기는 충분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니 “또, 엄마 얘기야? 이젠 차라리 아빠 이야기를 좀 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반론도 가능할 것 같다. 그런데 막상 내용을 찾아보려니, 아빠들의 활약상은 아직 미비해서 내용이 불충분하다. 현실적으로, 집안을 무대배경으로 할 때 자녀와의 관계에서 ‘엄마’가 아직은 키워드이자 중심 배우이기 때문이다. (중략) 엄마들이 힘들다는 이야기에 진지하게 귀 기울여 본 적이 있는지. 엄마들의 현실에 놓인 힘겨움과 그래서 ‘미쳐서 돌아버리겠는’ 위기감이 어떤 것인지 차분히 ‘들어보는’ 데서 시작하려고 한다. 엄마들의 힘겨움이 지속되면 엄마들만 ‘돌아’버리는데 그치지 않고 한국 사회를 총체적으로 ‘멘붕’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
­<저자의 말> 중에서

미래 세대는 우리 사회의 누가 책임져야 할까? 교육자? 경찰? 정치인? 대통령? 이 모두가 연결되어 총체적으로 난국이다. 그런데 ‘총체적’이라 하니 누구 하나 콕 집어 잘못이라고 말하기 어려울뿐더러, 그 누군가가 적당히 떠오르지도 않는다. 그래서 꾀를 낸다. 엄마의 마음을 꿰뚫어 본 ‘사회’가 이렇게 해석하기 시작한다. “가장 많이 걱정하고 염려하는 사람을 책임자로 지목하자. 그래, ‘엄마가 문제야’로 덮어씌우자. 걱정이 너무 많으니 자신이 뒤집어썼다는 생각도 못할 거야!” 사회는 이런 방식으로 아이들에 대한 책임과 걱정을 모두 엄마에게 떠맡겨 버리고 있다. 모두 나 몰라라 하는 사이에 엄마들의 걱정만 늘어나고, 그래서 엄마는 “확 뒤집어엎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계속 이어지지 않는다. 이런 심각한 상황을 그저 ‘엄마 뜻대로’ 되지 않는 토끼에 대한 고민 수준으로 보아 넘긴다.
­01 <엄마노릇? 끝을 보고 싶다는 생각 여러 번 했지> 중에서

직장을 다니거나 아니거나, 엄마가 곁에 없으면, 아이가 문제라는 비난 아닌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분위기로 몰아가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1990년대 말에 이런 분위기를 타면서 직장 다니는 엄마들에게 ‘무단파업’이라고 비난하며, 보모는 아이를 ‘감정적 불구자’로 만들고, 그렇게 사랑 없이 자라는 아기는 결국 마음속에 증오만 가득한 인간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떠돌았다고 한다.(워너, 2005: 145) 이런 분위기는 한국 저변에 깔려 있다. 아이가 잘못되면 일차적인 책임이나 원인은 엄마에게 있다. 그 다음에야 ‘엄마의 상황’이 평가받는다. 그런데 엄마에 대해 ‘박탈’ 운운하는 이런 논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이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다. (중략) 한국 사회는 아이가 어떻게 되든, 실은 그 원인을 엄마로부터 끌어내려고 엄청나게 노력한다. 아이가 잘못되면, 모두 아이를 그렇게 만든 엄마 탓이고, 책임이다. 엄마가 아이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감당해야 하는 동안 아빠가, 가족이, 학교가, 이 사회가 보여준 방관자적인 태도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실 엄마들은 뭘 어떻게 하든 ‘욕’을 먹게 되어 있는 구조다.
­04 <아이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저주, ‘너 같은 자식 낳아봐!’> 중에서

‘엄마’가 되는 것이 어떤 건지 상상이 되는가? (중략) 전혀 모르는 또 하나의 생명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일종의 신이 할 수 있는 역할처럼 생각되기도 하는 경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은가? 한 생명을 세상과 연결하는 역할인데 어느 누가 감히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잘 알지’라고, 이야기할 수 있단 말인가! 생명을 만들어내는, 그야말로 신비로우면서도 낯선 경험과 과정이기 때문에 준비를 잘 할 수도 없고, 잘 모르는 경험일 수밖에. 그러니 따지고 들면, 이 엄마들이 육아 바이블을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엄마들의 ‘말씀’을 통해 바이블이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중략) “솔직히 몰랐다”는 엄마들의 이야기에, 그 막막함과 당황스러움에, 위로를 건네고 싶다. 그리고 몰랐다는 말이 던지는 다층적인 의미의 결을 헤아려 알리고 싶다. “엄마라는 존재가 되는 경험이 어떤 건지 몰랐다. 그리고 그 경험을 같이 나눌 사람과 사회가 이리도 무관심할 줄 몰랐다. 그렇지만 아이마다 다른 경험이 주는 당혹감도 있고 또 색다른 재미도 있다. 그런 경험을 ‘모성’ 속에 가둬야 하는 것인지도 몰랐고, 심지어 이제야 알아가고 있다. 더 나아가서 그런 엄마의 인생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스스로 생각했던 것과 이렇게 다를 줄 몰랐다.” 엄마들의 몰랐다는 이야기는 진심으로 몰랐다는 뜻이 아니다.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해 엄마로서 무관심했다는 반성도 아니다. 오히려 이 엄마들의 이야기는 가감 없는 솔직한 ‘엄마’라는 ‘경험’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가 이다지도 엄마들에 대해 무관심할지 몰랐다는 항?

[출판사 서평 엿보기]

대한민국 엄마들이 몽땅 사표 낸다면 온전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이에 대해 노심초사하는 엄마의 마음을 꿰뚫어 본 대한민국 ‘사회’는 어느 순간 이렇게 해석하기 시작한다. “가장 많이 걱정하고 염려하는 사람을 책임자로 지목하자. 그래, ‘엄마가 문제야’로 덮어씌우자. 걱정이 너무 많으니 자신이 뒤집어썼다는 생각도 못할 거야!” 우리 사회는 이런 방식으로 아이들에 대한 책임과 걱정을 모두 엄마에게 떠맡겨 버리고 있다. 그런데 과연 자녀의 교육 문제로 위시되는 한국 사회의 ‘총체적 난국’이 과연 엄마들에게서 비롯되었는가? ...

[대한민국 엄마들이 몽땅 사표 낸다면 온전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

아이에 대해 노심초사하는 엄마의 마음을 꿰뚫어 본 대한민국 ‘사회’는 어느 순간 이렇게 해석하기 시작한다. “가장 많이 걱정하고 염려하는 사람을 책임자로 지목하자. 그래, ‘엄마가 문제야’로 덮어씌우자. 걱정이 너무 많으니 자신이 뒤집어썼다는 생각도 못할 거야!” 우리 사회는 이런 방식으로 아이들에 대한 책임과 걱정을 모두 엄마에게 떠맡겨 버리고 있다. 그런데 과연 자녀의 교육 문제로 위시되는 한국 사회의 ‘총체적 난국’이 과연 엄마들에게서 비롯되었는가?

수세에 몰려 모든 문제의 원인으로, 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엄마의 입장에서 들었다. 대한민국에서 엄마노릇이 제일 ‘치사하고’ ‘힘들다’고 생각하지만, 오늘도 아이를 위해 밥상을 차리는 평범한 21명의 엄마들과 심층 인터뷰를 했다. 그들의 솔직한 일상을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 엄마들의 삶을 단면이나마 엿보았다. 강남에 사는 엄마도 있었고, 아이 교육을 위해 외국에 나가 있는 기러기엄마, 아이 때문에 일하고 아이 때문에 일을 그만 두어야 했던 워킹맘도 있었다. 그들의 목소리로 한국 사회에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한다. 엄마들의 힘겨움이 지속되어 마침내 그들이 사표를 던진다면 몽땅 ‘멘붕’에 빠질 대한민국의 엄마 아닌 존재들에게 단 한번이라도 ‘엄마들이 문제’라는 뻔한 결론 말고, 엄마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고민해본 적이 있는지” 묻는다.

[엄마들 잡는 대한민국 모성 신화]

여자는 태어나면서부터 모성을 가지고 있을까? 여자라면 누구나 엄마가 되나? 천만의 말씀.
200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혼남녀에게 자녀가 반드시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대답은 16∼19퍼센트, “대체로” 필요하다는 대답은 38∼42퍼센트, 필요성을 덜 느끼는 비율이 40∼45퍼센트였다. 모성이 여성의 본성과 같고 여자가 엄마되기를 당연시 여긴다면, 이 설문결과는 대체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모성애가, 나는, 임신하면서부터 생긴 것 같아. 애를 임신을 했는데, 한번도 얼굴을 못 봤는데도 불구하고 그 아이한테 애착이 막 생기더라고.”

“나는 모성이 천성은 아니라고 생각해. 왜냐하면 임신했을 때 뭔가, 사랑스럽다기보다는 두려웠고 무서웠고 이제 나의 생활은 바뀌는 것인가, 그렇게 철저하게 내 생각만 했거든.”

모성. 실은 이 단어가 사람들에게 ‘엄마’란 왠지 짠한 존재이고, 잘 알고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건지도 모른다. 모성이 과연 뭐길래, 같은 단어를 놓고 엄마들은 각자 다른 경험을 이야기할까? 모성은 엄마와 거의 동의어처럼 통용되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엄마는 그냥 엄마라는 존재이고, 모성은 그 엄마가 지니는 ‘성질’이다.
우리 사회는 이미지로서의 모성을 마치 실제로 있는 것인 양 강조하면서, ‘엄마는 이래야 한다’는 틀을 제시하여 엄마들을 스트레스 받게 한다. ‘참’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둥, 바람직한 엄마, 훌륭한 엄마, ‘명품’ 자녀를 키우는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둥의 분위기를 만들어 엄마들을 소몰이 하고 있다.

[너도 내가 처음 만나는 엄마이듯이, 나도 너를 통해 처음으로 엄마가 된다]

대한민국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엄마’로 제2의 커리어를 시작한 여성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꿈을 꾸며 살고 있을까.
“세상에서 엄마가 가장 힘든 것 같다”는 엄마들의 하소연은 아이가 태어나 엄마가 되는 그 순간부터 시작일 뿐, 끝이 보이지 않는 경주와도 같다. 이 책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그 많은 ‘엄마되기 경험’에서 시작해, 자녀 교육 문제, 엄마 아닌 여자로서의 자기 꿈과 삶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담아내고 있다.
엄마들도 뭐가 문제이고, 잘못인지는 잘 알고 있다. 겉보기에 평범하고 뻔해 보이는 삶이지만 엄마로 살기에 대한 그들의 고민은 치열하고 절박했다.
그래서 이 책은 더 좋은 엄마가 되라고 조언하거나, 강남엄마가 되려고 안간힘 쓰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대신, 대한민국에서 엄마노릇이 제일 ‘더럽고’ ‘힘들다고’ 생각하지만, 오늘도 아이를 위해 밥상을 차리는 평범한 엄마들의 솔직한 일상과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엄마가 아닌 온전한 나’의 삶을 꿈꾸는 엄마들의 이야기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이를 통해 엄마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이들의 낯섦, 힘겨움을 우리가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라고 요청한다. 아울러 엄마로 살아가는 그들의 삶을 통해 우리가 나아갈 방향도 함께 고민해 보자고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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