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대청호 버려진 비경의 숨결을 호흡하다.
<아름다운 국토에 비경, 누구나 즐길 권리>
[서울시정일보= 백암 박용신의 여행문학]
<방치된 비경, 옥천 대청호 장계관광지>
강물이 휘감는 산벽으로 바람이 안긴다. 칠월에 청록 깊은 산그림자는 물색을 더욱 옥색, 비취케 하고 소나기 지난 고샅길 위엔 푸른 이끼들이 촘촘히 고개를 든다. 사공 떠난 방죽으로 쪽배 하나 쓸쓸하고 덩그마니 주인 잃은 빈 벤치엔 이사 가는 개미들이 분주하다. 시가 흐르던 둘레길로 적막이 흐르고 영혼 잃은 시비들이 세월에 멈춰 서서 엊그제 그 사람들을 그리워 한다.
굽이쳐 흐르는 물 들목에 아름다운 강변, 그 많던 싱아들은 어디로 떠났을까? 방치된 일등의 풍경 안에서 폐허된 건물 벽, "시를 요리하다"라는 글귀에 마음을 뺏긴다. 천천히 더 느리게 찌든 일상을 잠시 접고 호젓한 가슴으로 대청호 장계에 풍광을 다시 시(詩)로 깨워 가슴에 담으려 애 쓴다. 혼자 누리기엔 넘치는 호사, 모처럼 인적 없는 비경 길에서 외로움을 즐긴다.
<싱아가 떠난 이유>
고개가 갸웃? 왜 이렇게 멋진 비경에 사람들이 안 올까? 주민 얘기인 즉, 10여년 전 어느 지자체 장이 이 곳을 발견하고 여러 위락시설들을 설치하고 관광단지로 조성했으나, 수장이 바뀔 때마다 홍보와 정책 연속성, 투자 부재로 방치되어 사람들이 찾지 않는 이상한 관광지가 되어 현재에 이르렀다는 안타까운 답변.
숨겨 둔 걸까? 방치된 걸까? 제법 멋지게 조성된 쉼터 비경지가 이발소 벽에 걸린 빛 바랜 풍경화처럼 세월의 벽에 멈춰 서 있다. 관광지 입구에는 제법 여러 식당들이 문을 닫은 채 방치되어 전쟁터처럼 을씨년스럽고 오가는 이 없는 길가엔 길 고양이가 낮잠을 즐긴다.
<"전망 좋은 집" 한영수(60)씨>
모처럼 장계의 풍경을 호젓하게 즐기고 나오는 강변 길가, 멋드러진 휴게소를 발견하고 차한 잔 좋지, 들렀다. 제법 나이를 먹은 아름들이 소나무와 벚나무들이 강물에 가지를 드리우고 멀리, 유유자적, 강물이 흐르는 수면 위, 골 골, 푸른 산들이 어깨를 걸치고 싱그런 푸름을 자랑한다. 비취 물색을 바라보며 카페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신다. "벚꽃 피는 봄날에 올껄!" 동동 어름 띄운 칡차 한잔에 칠월의 더움이 금새 가셨다. 휴게소 주인장 한영수(60)의 배려.
사실, 장계관광지 방치된 비경을 안내한 것은 이 곳 대청호반 강변가에서 삼십여년 오가는 사람들의 쉼터를 가꾸어 온 한영수(60)씨. "전망 좋은 집" 카페, 펜션을 운영하는 그는 숨겨진 장계 풍경이 안타까워 소개를 한다고 했다. 서울이나 경기도 다른 지자체들은 이런 장관의 비경이 없어서 개발을 못하는데 옥천군은 이 좋은 보고(寶庫)를 왜 그냥 놓아 두는지, 이제는 정지용 향수 트랜드에서 벗어나 다양한 관광산업 개발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강변가 3천여평의 땅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추부~보은 간, 37번 국도가 확,포장 되면서 천오백평의 땅을 수용당하고 건축마저 불허되어 여러 번 소송 끝에 지금의 휴게소 "전망 좋은 집"을 지을 수 있었다고 했다. 옥천군 주민자치협의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지역 발전에 매진하고 있는 그는 이렇게 강물을 바라보는 멋진 풍경 안에서 도심 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이 장계관광지 비경을 감상하고 가까운 이 곳에 찾아와 편하게 쉬고, 활력을 찾아 다시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쉼터의 휴게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장계관광지와 강건너 막지리를 연계 요즘 트렌드인 이 곳에 출렁다리를 놓고, 중간역할지로 전국에서 유명한 명소의 관광 테마파크로 가꾸고 싶다고 했다. 그리하여 전국 유명 명소가 되면 사람들이 몰려 와 장계관광지 주변 식당들도 다시 문을 열고, 막지리와 인근지역 내에는 주차장과 많은 숙박, 요식시설이 필요하니 옥천군 지역 경제에도 보탬이 되는, 하여 이를 위해 전국, 역량있는 유능한 관광산업 인재와 관심있는 분들께 문호를 개방, 업무 협약이나 투자 협조를 받고 싶다고. 한영수씨 연락처<010-7254-1142, 043-730-3183>
<배 건너 육지 속에 섬, 막지(莫只)리에 가다.>
배를 타고 강 섶, 산굽이를 돌아 육지 속에 섬, 막지(莫只)마을에 숨바꼭질 하듯 간다. 실례스럽게 막지마을 어른 이수길(77) 노인회장께서 직접 노 저어 마중 오셨다. 30여분 제법 먼 물길, 배 닿기 좋은 U자형 파인 강가에 배를 내려 포장된 길로 마을에 든다. 어귀엔 때 이른 코스모스가 피어 낯선 객을 반긴다. 마을은 유순한 산자락 아래 소담하게 자리해 있다. 모두 밭일을 나갔는지 오가는 이 없이 조용했다. 제법 너른 마당가엔 정자와 공동 농기계 보관소가 자리하고 마을 중앙으로 아낙네 가르마처럼 조붓 말쑥한 신작로가 나 있다. 신작로 양편으로 지붕 맞닿은 10여호 집들이 옹기 종기 모여 친근한 살가움이 풍겨온다.
"우리 마을이요? 강물이 얼면 댕길 수가 없지요. 당체, 젊은이가 없어요. 예순 여덟살 먹은 이가 제일 젊은인데..." 지금은 많은 사람이 떠나고 15가구에 20여명 산다고 했다. "막지(莫只)"리라 부르게 된 유래는 갯밭이 많아 보리 농사를 많이 지었는데, 조선시대 학자 우암 송시열이 이 곳을 지나다 보리가 많은 것을 보고 맥계(麥溪)라 이름 지었는데, 음운 변화로 "맥기"라 불리어 오다 한자화 과정에서 막지(莫只)라 표기 하게 되었다는, 1980년대 이전, "맥기"와 근처 "장고개" 마을에 120여호에 750여명이나 살았었는데, 대청호 건설 담수로 마을은 물에 잠기고 수몰선 위 맥기에 20여호 장고개에 10여호가 살았으나 이마저 줄어드는 추세라고 했다.
<이러면 어떨까?>
<장계관광지 - 출렁다리(위치 : 전망좋은집 쪽) - 막지리> 장계관광지, 방치된 오락시설들과 둘레길 코스를 새롭게 단장하고 "아름다운 집" 쯤으로 출렁다리를 건설, 출렁다리를 건너 오지 막지리 마을을 탐방하는 삼각형 구도의 트레킹 코스를 개발한다면 충분한 경쟁력 있어 보였다.
<맺음>
가끔, 여행을 하며 숨겨진 비경을 보거나, 버려진 멋진 풍경을 볼 때마다 혼자 누리기엔 아쉬워 관계 행정구역 담당자들에게 민원도 내고 볼멘 소리를 하기도 하지만 잘 개선되지는 않는다. 물론, 꼭 관광개발과 개방이 최선은 아니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러한 국토의 멋진 풍경을 똑 같이 즐길 권리가 있는 것이다. 옥천군 관계자 분들도 귀담아 들었으면 좋겠다.
(서울시정일보 옥천 대청호= 박용신 기자 2018.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