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정일보 최봉문기자]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소송’비용을 대납했다는 진술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검찰은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자수서를 공개했다.
이 전 부회장은 이를 통해 삼성이 다스의 미국 소송비용을 대납한 경위를 밝혔다. 이에 따르면 다스의 미국 소송을 맡았던 로펌 '에이킨 검프(Akin Gump)'의 김석한 변호사가 2008년 하반기에서 2009년 초쯤 이 부회장을 찾아왔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이 자리에서 "대통령과 관련한 미국 내 소송 등 법률 조력 업무를 맡고 있는데 삼성에서 지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 비용을 청와대에서 마련하지 못하고 정부에서 지급하는 건 불법이니 삼성이 대신 주면 국가적 도움이 될 것이고 청와대도 고마워 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 전 부회장은 "김 변호사가 제게 청와대 법률 이슈 대리 비용이라며 '구체적으로 말할까요'라고 하기에 '나랏일인데 내가 구체적으로 알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고 자수서에 적었다.
이 전 부회장은 이를 이 회장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청와대가 비용을 도와달라고 한다고 보고하자 회장님은 '청와대가 말하면 해야하지 않겠나, 지원하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실무자에게 '김 변호사로부터 요청이 오면 박하게 따지지 말고 잘 도와주라'고 지시했다"며 "에이킨 검프가 삼성에 비용을 청구하면 이를 대신 지급했다"고 자수서를 통해 밝혔다. 지급한 금액은 300~400만달러 정도고, 본사에서 고문료 형태로 지급하다 미국 법인에서 별도로 지급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전 부회장은 대납 이유에 대해 "당시 삼성에서는 대통령 측 미국 내 법률 비용을 대신 지급하면 여러 가지로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 기대를 가진 게 사실"이라며 "(특검 수사를 받은)이 회장이 유죄를 받는사면 사면을 받아야 한다는 기대가 당연히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 전 부회장은 검찰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당시 해외에 체류 중이었다. 그는 "국민적 의혹이 집중된 사건이라 제 잘못을 솔직히 말씀드리고 법적 책임을 감당하는 게 옳다고 생각해 조기 귀국해 자수하게 됐다"며 "당시에는 회사와 회장님을 위해 하는 것이라 믿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잘못된 판단"이라고 심정을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23일 열린 첫 공판에서 "저에게 사면 대가로 삼성의 뇌물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은 충격이고 모욕"이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의 사면 이유에 대해서는 "평창올림픽 유치에 세 번째 도전하기로 한 뒤 삼성 회장이 아닌 IOC 위원 이건희의 사면을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정일보 최봉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