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날들.>
[백암 박용신 기자의 여행문학=풀잎편지]
<아름다운 날들>
선홍 빛, 그 설레임,
그렁그렁 눈물이게 하는,
사랑할 수 있어 침묵할 수 있고,
기다릴 수 있어 눈물 흘릴 수 있는,
붉고 푸르러 더욱 아름다웠던.
"비가 오려나?"
마른 가슴으로 유배된 사랑 몇 점,
요절한 통기타 가수의 애절한 비음이 슬픈,
흐려 낮은 하늘로 찬비가 내린다. 후두둑, 뚝, 뚝.
포도(鋪道)엔 침묵한 고백들이 아우성대고
흐린 주점에 혼자서 부딪는 술잔이 외롭다.
덤덤함이 일상이 된 바람같은 마음은
가난함 조차 감사해야할 구실이 되고
이젠 마지막 손 마디에도 남아 있지 않은
내 유년의 앵두나무 우물가 달빛 약속은
아름다운 날 흘려야 할 눈물이 되었다.
얼마를 더 가야
그리움은 정거장에 내리고
겨울 홍시같은
어머니 빈 가슴에 안겨 볼까.
(텃밭, 비 맞는 앵두를 따며, 2018. 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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